여야, '네 탓' 공방의 이면에 숨은 '꼼수'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내달 2~3일 예정됐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증인 채택에 대한 여야 이견으로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는 책임론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이며,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시간을 끌수록 유리한 자유한국당이 청문회 개최를 의도적으로 보이콧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지만, 여당이 청문회를 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 증인 채택 등에 대해 확정하려 했다. 하지만 사전에 여야 간사 간 합의된 내용이 없어 회의는 1분 만에 종료됐다.
한국당은 각종 의혹의 중심인 조 후보자의 가족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가족 증인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주말까지 시간이 남아있지만, 여야가 서로 양보할 기미는 없어 사실상 2~3일은 청문회가 열리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 가운데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고 미루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가족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억지를 부리며 시간을 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한국당은 꼭 필요한 증인 출석을 여당이 막아 '맹탕 청문회'가 될 것이 뻔한 청문회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이 가족 증인 채택을 거부하고 있는 것에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민주당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가족 증인 채택을 전면 거부하고 있지만, 지난 2010년 8월 김태호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와 같은 해 9월 김황식 전 총리 청문회에 각각 형수와 누나가 출석한 바 있다.
또 한국당은 처음 87명에서 24명으로 요구 증인을 압축하는 등 협상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민주당은 직계가족은 단 한 명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 후보자의 가족에 대한 의혹이 상당히 많이 제기돼 있는 상황에서 가족 증인을 단 한 명도 부를 수 없다는 주장은 민주당이 협상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애초 민주당 내에선 이틀간 청문회를 여는 것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강해 이를 피하려 한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법사위 간사 간 협의를 통해 2~3일로 잠정 합의가 됐으나, 민주당 지도부는 상당한 불쾌함을 표했고, 이를 번복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다.
명분은 정해진 채택 시한을 넘기기 때문이란 것이었지만, 실제론 이틀 청문회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이미 한국당이 청문회 개최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국민청문회' 카드를 꺼내 보인 바 있다. 이로 인해 청문회 무산의 책임은 야당에게 돌리고,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청문회를 통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여당이 2~3일 청문회가 무산되면 국민청문회 개최를 재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 법사위에 증인 채택 안건조정위원회 설치를 신청을 한 바 있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간에 이견이 있는 안건에 대해 상임위 처리에 앞서 최장 90일 동안 논의하는 제도인데, 이를 신청한 것은 민주당의 청문회 지연 의도가 드러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안건조정위 신청은 조직적인 (청문회) 방해로 일정 순연이 최장 90일 불가피해졌다"며 "꼼수로 증인 채택을 방해하고, 순연시킨 행위는 의회민주주의와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는 폭거에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 청문 절차는 중단된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 중"이라며 "만약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국민저항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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