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앤스타

[TF초점] 존재감 키우는 나경원, 입지 좁아지는 황교안 

  • 정치 | 2019-08-22 05:00
자유한국당의 투톱인 나경원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가 최근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윤호 기자
자유한국당의 투톱인 나경원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가 최근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윤호 기자

보수통합론 부상 속 엇갈리는 한국당 투톱 입지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자유한국당의 투톱인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돼 눈길을 끈다. 나 원내대표는 최근 보수통합론을 선제적으로 띄우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고, 황 대표는 당 안팎의 압박을 받으며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두 사람의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최근 나 원내대표는 독자적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5일 74주년 8·15 광복절 행사에 참석하는 대신 원내대표단과 함께 중국 충칭 임시정부를 방문했다. 여권에선 "무례하다"고 비판했고, 정치권 전반적으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나 원내대표는 최근 직접 보수통합론에 불을 붙였다. 그는 지난 7일 언론 인터뷰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총선에서 서울에서 출마하면 얼마나 좋겠나"라며 "통합을 안 하면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의 이 발언을 시작으로 보수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 20일에도 나 원내대표는 중도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플랫폼 자유와 공화' 등이 주최한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 통합과 혁신'에 참석해 보수통합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방법을 얘기하면 어찌 됐든 가장 큰 집인 한국당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안철수 전 의원부터 우리공화당에 이르기까지 모두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이 같이하는 것"이라고 구체적 내용까지 거론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 통합과 혁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원석 기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 통합과 혁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원석 기자

이어 나 원내대표는 "물론 한국당이 큰 집이면 더 많이 내려놓고, 더 많이 문을 여는 그런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한국당의 원내대표로서 그 역할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라며 보수통합 논의에 중심에 자신이 서겠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황 대표를 향해선 최근 정치적 입지가 다소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보수통합 논의와 관련해 나 원내대표가 선제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황 대표는 뒤로 밀려나는 모습이다.

당 안팎의 압박도 거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서 보수진영이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황 대표를 겨냥해 "6개월 동안 침묵으로 지켜봤지만, 그런 가치를 추구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며 "원내에선 가열차게 투쟁하고, 바깥에선 보수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면 지금쯤 중도의 마음이 절반 이상 와있지 않겠냐"고 쓴소리를 가했다.

황 대표가 오는 24일 다시 장외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과 관련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지난 4월 한국당은 공수처·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지정에 반발하며 약 한 달간 장외투쟁을 벌인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에선 황 대표를 향해 '대권 놀음'을 한다고 꼬집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중앙홀 이승만 동상 앞에서 '오늘을 이기고 내일로 나아갑시다'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중앙홀 이승만 동상 앞에서 '오늘을 이기고 내일로 나아갑시다'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당 내부에서도 장외투쟁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진 않다. 김학용 한국당 의원은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대통령께서 정말 이렇게 불통으로 일방적인 정치를 한다고 하면 저희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지, 적당하게 장외투쟁 한두 번 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이렇든 사뭇 다른 한국당 투톱의 분위기를 정치권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나 원내대표의 8·15 충칭 임시정부 방문에 대해 "이것이 결국 선거를 앞두고 있을 수밖에 없는 보수 재개편의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신호탄 아니겠는가"라고 분석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SNS에서 나 원내대표가 토론회에서 보수통합을 강조하는 등의 행보를 보인 것과 관련해 "야당 원내대표가 본연의 역할은 제대로 하지 않고, 세미나나 돌아다니면서 당 대표의 영역까지 넘보는 것은 주제 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도 두 사람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 셈이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아무래도 황 대표가 여러 견제도 많이 받고, 스스로도 크게 보여주질 못하다 보니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위축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나 원내대표의 존재감이 강해지는 효과도 있는 것이고, 서로 약간의 긴장감도 조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그렇다고 해서 나 원내대표가 대선에 나가려고 그런다거나, 일부러 황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두 사람이 호흡도 잘 맞는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lws20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 ※ 이 기사는 ZUM에 제공되고 있습니다.
    댓글 9개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