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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日 아베의 이중성? 한국엔 '경제보복' 선거 전날엔 '불고기'

  • 정치 | 2019-07-22 13:41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20일 불고기를 먹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베 총리와 아키에 여사가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20일 불고기를 먹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베 총리와 아키에 여사가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한국 불고기 마니아...중요 순간엔 불고기 찾아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며 한국에 수출 규제를 단행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역설적이게도 참의원 선거 전날인 20일 한국 음식 '불고기'를 먹으며 기력을 회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사히 신문 인터넷판 총리 동향을 기록하는 기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50분께 아베 총리는 보좌관, 비서관들과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혼쵸의 불고기집'에서 식사를 했다. 불고기를 먹으며 승리를 기원한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일본 자민당은 21일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과반을 확보하면서 승리했다. 하지만 개헌 발의선(3분의 2 의석)을 유지하는 데는 실패했다.

아사히 신문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찾은 이 식당은 그의 단골집이다. 실제 아베 총리는 선거 유세가 끝난 후 한국 불고기로 기력을 회복한다는 말을 해왔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7년 10월 중의원 선거 승리 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선거 마지막 날 한국 음식(불고기)을 먹고 피로를 풀고, 기력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중의원 선거 직후 유세를 마치고 한국식당을 찾아 불고기를 먹었다.

정치적 주요 일정 등이 있는 가운데서도 아베 총리는 '불고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11월 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어온 한국과 일본의 외교 라인은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시간이나 오찬 유무 등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지만, '밥 한 끼' 먹지 않고 끝났다. 이때도 아베 총리는 별도로 불고기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당시 회담이 끝난 뒤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라고 묻자 아베 총리는 "모처럼이라서 밖에 불고기를 먹으러 갑니다"고 대답했고,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주한 대사들과 갈비를 먹었다. 부창부수라는 말처럼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도 한국 음식 마니아다. 아키에 여사는 과거 한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치'와 '막걸리',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했다. 심지어 집에 김치냉장고가 있다고도 밝혔다.

20일 오후 8시 50분께 아베 총리는 보좌관, 비서관들과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혼쵸의 불고기집'에서 식사를 했다. /아사히 신문 인터넷판 캡쳐
20일 오후 8시 50분께 아베 총리는 보좌관, 비서관들과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혼쵸의 불고기집'에서 식사를 했다. /아사히 신문 인터넷판 캡쳐

아베 총리는 이처럼 한국 음식과 문화에 마니아적 모습을 보이면서도 정치적으로는 한국에 수출 규제 등 이중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더불어 모든 문제의 원인이 한국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과 일본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가 참의원 선거 전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한 이유는 다분히 정치적 효과를 위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양국 간 갈등이 치닫자 아베 총리는 선거 토론회에서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북한에 대한) 무역관리 규정도 어길 것이 당연하다"는 등 모든 원인이 한국에 있다고 억측을 늘어놓았다.

지난 19일에는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제3국 중재위 설치 요구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항의했다. 이 자리에서 고노 외무상은 우리 대사의 말을 중간에 끊는 무례를 범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일본 정부는 오는 8월 1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양국 갈등의 장기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본 참의원 선거로 자민당이 다수를 유지하게 됐다. 선거 직후 아베 총리의 모습. /AP.뉴시스
일본 참의원 선거로 자민당이 다수를 유지하게 됐다. 선거 직후 아베 총리의 모습. /AP.뉴시스

우리 정부는 일본의 강경 발언과 무례한 행동과 관련해 강력히 항의하며 최소한의 선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특히 아베 총리는 전날(21일) 아사히TV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전후 체제를 만들어 가는 가운데 한일관계 구축의 기초가 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반하는 대응을 하는 것은 정말로 유감"이라며 "한국 측이 제대로 답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되지 않는다"라고 마치 현재 상황을 한국이 자처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그렇다면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제대로 된 답변을 안 했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늘 답변해왔다. 대북 전략물자 밀반출 관련해서도 유엔 제재위에 검토를 받자든지, 강제징용 관련 문제도 대법원 판결 등을 근거로 해서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외교적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도 해나갈 것"이라면서 "그런데 지금 수출 규제 관련해서 안보 문제 관련해서 역사 문제라고 했다가, 안보 문제라고 했다가, 역사 이슈를 언급하고 있다. 결국은 한일 양국 미래 협력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선 지키며 최선 노력하는 것이 한일 양국 국민을 위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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