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결렬되진 않지만 지연될 것"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을 두고 미국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면서 북미 실무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미국이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화가 지연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는 8월 중에 하반기 ‘19-2 동맹’을 계획하고 있으나 아직 일정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한미 연합훈련 '19-2 동맹'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대체하는 훈련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성격의 연합지휘소(CPX) 연습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2~3주 내 실무협상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3주째에 접어드는 이번 주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김명길 북한 전 베트남 대사가 판문점, 평양 또는 제3국에서 만나야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 1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한미연합훈련'과 연계시키며 미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같은 날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의 별도의 담화를 내고 "한미 연합훈련은 북미 정상이 판문점 회동에서 한 약속 파기"라고도 주장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판문점에서 북미 두 정상의 비공개 회의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이에 대한 질문에 부인하지 않으면서 "누구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에서 서로에게 한 약속을 막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실무협상이 재개되기를 바라고, 진전이 있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또한, 미 국방부는 "일상적인 연합훈련은 미국이 한반도 방위에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연합훈련을 계속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 지명자도 "연합훈련이 북한의 잠재적인 군사위협 대응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북한과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면서도 "시간은 본질적인 게 아니"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이 북미 실무협상이 다소 늦춰진더라도 한미군사훈련은 계획대로 진행할 거라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북 실무협상 지연 가능성이 높다.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하고 있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특파원들과 만나 "우리는 연합훈련을 줄일 생각은 없는 것 같고 적어도 실무협상 자체도 그 훈련이 끝나야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로 "북한이 그렇게 말을 꺼냈는데, 요구를 무시하고 연합훈련을 강행하면 북한도 체면이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신범철 아산연구소 안보통일센터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연은 되겠지만 결렬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작년 6.12 북미 싱가포르 회담 이후 한미연합훈련을 진행한 다음 북미협상은 지연이 됐지만, 결국 베트남 회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2~3주 내에 (실무협상을) 하는 것은 물 건너 간 거라고 본다"라며 판문점에서 한미군사훈련 취소에 대해 이야기 나눴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개가 되지 않아 확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도 통화에서 "실무회담을 앞둔 양측 간 기 싸움의 측면일 수도 있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회담이 지연되거나 결렬됐을 경우 모든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려는 북한의 명분 확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양 정상 간 북미실무회담에 합의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 싸움을 할 수도 있겠지만, 실무회담은 열릴 거라고 본다"며 "7월 중으로 열려야 8월 2일에 태국에서 개최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폼페이오와 리용호가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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