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도부, 한심하기 이를 데 없어"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황교안 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이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진 모습이다. 당내 곳곳에선 분열이 감지되고,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인한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 수사 소환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홍준표 전 대표까지 당 지도부를 정면 비판하면서 황 대표의 운신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당 내에선 최근 계파 갈등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지난 6월엔 친박(親 박근혜)계 홍문종 의원이 탈당해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에 입당하더니 이후 황 대표가 유독 친박계를 챙기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이다.
특히 지도부가 예결위원장을 기존 비박계로 분류되는 황영철 의원에서 친박계 김재원 의원으로 사실상 '교체'하면서 갈등은 고조됐다. 당 내부에선 황 대표의 친박계 챙기기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지도부가 예결위원장 경선을 다시 하기로 하자 거부한 황 의원은 "계파 본색이 온전히 드러나는 상황을 목도해 대단히 실망스럽다. 과거 유승민(현 바른미래당 소속) 원내대표를 내쫓을 때와 같은 일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조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리더십'에 금이가는 상황도 벌어졌다.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를 놓고 박순자 위원장과 홍문표 의원의 다툼이 격화했지만, 지도부의 중재가 전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김성태 원내지도부에서 홍 의원과 1년씩 위원장 자리를 나눠 맡기로 한 박 위원장은 1년이 지났지만, 위원장직을 넘기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위원장직을 넘기라고 박 위원장에게 요구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그대로다.
한 한국당 재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내가 어수선한 것은 사실"이라며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지도부가 난처한 상황임은 틀림이 없고, 조금 더 강한 리더십으로 당을 끌고갈 필요가 있다"고 우회적으로 황 대표의 실책을 꼬집었다.
문제는 밖에선 더 심각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당 의원 59명은 선거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국회 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이에 대한 소환 요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한국당은 일단 '정치공세', '표적수사'로 규정하고 무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언제까지 한국당이 수사를 거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선진화법은 친고죄(고소, 고발이 있어야 공소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고발 당사자가 취하해도 수사가 종결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유죄가 인정되면 다음 총선 출마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홍 전 대표가 황 대표 지도부를 향해 질타를 쏟아내 주목됐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 특강 후 기자들과 만나 "참 걱정스럽다. '국정농단', '탄핵' 프레임이 아직도 국민들 뇌리에 남아 있다. (한국당이) 내년에도 탄핵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르면 되겠냐"라며 "보수 대통합을 한다고 하면서 친박들이나 만나고 다니는데 그게 보수 대통합이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내가 당 지도부와 싸울 일이 뭐 있냐. 난 해볼 걸 다 해본 사람"이라면서도 "나는 여당 대표와 야당 대표를 했다. 정치 경력으로 따지면 황 대표는 초보에 불과하다"고 우회적으로 황 대표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11일 SNS를 통해선 국회 선진화법 위반 혐의 고발 사태와 관련 "정치 문제를 정치로 풀지 않고 고소, 고발로 사법기관에 의뢰한 여야도 한심 하지만 그것을 공정한 수사문제로 바라보는 야당 지도부의 인식은 참으로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며 "의원들을 투쟁의 전면에 내 세우고 독려했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지는 것이 지도자의 자세다.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국회 선진화법 위반으로 수사중인 사건을 당력을 총동원해서 대응해서 투쟁에 앞장 선 국회의원들을 보호 하라"고 지도부를 질타했다.
홍 전 대표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정치권에선 황 대표를 본격적으로 견제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황 대표로선 당 안팎 상황과 함께 입지에 대한 부담 또한 커지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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