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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정사신] 국민은 '파수(把守)', 정치권은 '파수(把手)'

  • 정치 | 2019-07-12 05:00
일본의 대한 수출 규제에 국내 곳곳에서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과 함께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대학생 겨레하나 소속 회원이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 조치에 항의하며 서울 용산 렉서스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장면./이동률 기자
일본의 대한 수출 규제에 국내 곳곳에서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과 함께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대학생 겨레하나 소속 회원이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 조치에 항의하며 서울 용산 렉서스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장면./이동률 기자

일본 수출 규제에도 정쟁 몰두 정치권...해법 의지 보여라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한때 힙합 음악을 즐겨들었다. 비트에 맞춰 말하는 가사가 많은 생각을 하게 했기 때문인데, 아재(아저씨)가 되며 자연스럽게 거리가 멀어졌다.

최근 힙합은 과거 필자가 들었던 것과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지만, 요즘 10대나 20대는 여전히 좋아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자유롭고 직설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특유의 매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요즘 청년들은 자신의 목소리도 당당하게 낸다. 정치, 사회, 세계 문제 등에 대해서도 말이다. 이런 목소리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변화를 위한 긍정적 효과를 낳기도 한다. 최근 SNS에서 확산하는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 모습도 그렇다.

이들은 SNS에 일본 기업 리스트와 함께 '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등의 문구를 내걸고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강제적 동참이 아닌 설득을 통한 자율적 참여를 독려한다는 점에서 기존 기성세대와 차이를 보인다.

온라인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포스터.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포스터.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주도하는 세대는 이른바 '촛불 세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의 평화적 사회운동은 우리 사회 곳곳을 바꾸는 데 큰 힘을 발휘했다. 대표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하야와 문재인 정부의 탄생이 아닐까. 정권을 바꾼 저력이 있는 이들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항하기 위해 '파수(把守)꾼'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많은 국민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딱 한 곳만 애매모호하다. 바로 여의도 국회가 그렇다. 수사는 넘쳐나지만, 딱히 하는 게 없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정당은 여전히 말만 늘어놓고 일본의 이런 터무니없는 보복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를 탓하거나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거나 등 내놓는 것들이 너무 뻔하다. 그렇다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라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보기에 '뭐라도 하고 있구나' 정도는 체감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국회는 일본의 수출 규제를 지적하면서도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고 있지 못한 채 여전히 정쟁만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에는 한일의원연맹이 있지만 특별한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2017년 6월 한일의원들이 국회에서 축구경기를 하는 모습. /더팩트 DB
국회는 일본의 수출 규제를 지적하면서도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고 있지 못한 채 여전히 정쟁만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에는 한일의원연맹이 있지만 특별한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2017년 6월 한일의원들이 국회에서 축구경기를 하는 모습. /더팩트 DB

국민은 경계하여 지키는 일을 하는 파수(把守)꾼을 자처하고 나서는데 정치권은 그릇 따위에 붙어 있는 손잡이인 '파수(把手)' 같은 태도만 보인다. 국회 정상화를 했지만, 왜 정상화를 했는지 오히려 궁금해진다. 한일 의원 외교라도 해야 하는데 그 모습도 잘 보이지 않는다. 국회에서 일본 의원들을 초청해 같이 땀까지 흘리며 그라운드를 뛰었던 그들이다. 그런데 국민이 우려하고 국내 경제 타격이 불가피해진 지금은 왜 그렇게 선선한 곳에서 더위만 피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이러니 '식물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시작을 힙합 음악으로 했으니 마무리도 그래야 할 것 같다. 힙합에서 중요 요소가 바로 라임(rhyme)이다. 우리말로 하자면 '운을 맞추다'인데 마지막 음절에 유사하게 소리 나는 2개 이상의 단어를 서로 반향(反響)되도록 배치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필자도 과거 많이 들었던 음악인데 '다 크루(da-crew)'의 '파수꾼'이다. 이 노래가 나온 지도 벌써 20년 정도 지났다. 그런데 이 음악의 가사가 최근 상황의 국민 정서와 너무 잘 들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이라면 국민을 대변하는, 최소한 직에 걸맞은 일을 찾길 바란다.

'(중략) 치욕의 일제 36년 이제 2000년 나 75년서 살아온 25년

나도 절대로 잊지는 않으리 용서란 참다운 보복을 택하리

내 진정한 조상의 얼과 혼이 담긴길을 따라 걸어왔으니 그대로 파수의 진수를보여주리라

그렇게 나의 모든 걸 자극하는 한 맺힌 핏물과 조상의 한 맺힌 미소들 내 혈관을 타고 소용돌이치며 흐르리

겨레의 한 맺힌 미소를 지키리

그 모든 국난의 형국을 통째로 바꿔 버리리 우리 민족을 빛내리 끝없는 장단과 가락에 맞춰 흐르리

잊어야 할 것 잊지말아야 할 것 버릴 건 버리리 진정한 파수꾼

잊어야 할 것 잊지말아야 할 것 지킬 건 지키리 진정한 파수꾼'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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