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치할 생각 없다"…이은재 "권력에 충성한 것 아닌가"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민감한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윤 후보자와 양 원장의 회동 성격을 집중 추궁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윤 후보자는 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 출석하면서 '올해 4월 윤 후보자와 양 원장의 회동' 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집중 질문을 받았다. 윤 후보자는 "신문 기사에 났으니 질의가 올 것"이라며 "(청문회에서 질문이 있으면) 그때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윤 후보자와 양 원장이 지난 4월 회동한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두 사람은 정권교체 이전인 20대 총선 인재 영입 과정에서 인연을 맺었으며 정권교체 후 윤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된 이후에도 한두 차례 모임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 원장은 4월 회동도 이 같은 개인 친분으로 만들어진 자리이며 다른 동석자들도 있어 총장 인사와는 무관한 자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시는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을 두고 하마평이 무성했던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의 복심 양 원장이 윤 후보자를 만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이날 인사청문회 의사진행 발언에서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양 원장과의 회동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양 원장을 만난 것을 보니까 이미 검찰의 중립성 깨졌다"라며 "언제, 어디서, 모임을 했는지 구체적 자료 달라. 후보자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양 원장과 회동한 것을 보니) 권력 앞에 충성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양 원장 회동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윤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천명한 부분이기도 하다. 윤 후보자는 "정치적 사건과 선거 사건에 있어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충실한 자세로 엄정히 판단하겠다. 국민과 동떨어진 정치 논리에 따르거나 타협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그러나 윤 후보자는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양 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질의하자 "4월에 만난 것은 사실이 아니다. 연초에 만난 것 같다. 당시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얘기했다"라며 한국일보의 보도 시점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에 주 의원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물 건거 같다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만난 사람이 다름 아닌 문 대통령의 복심이면서 여당의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전략 기획을 준비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양 원장의 이런 광폭행보는 지난 5월 <더팩트>의 서훈 국가정보원장과의 회동 보도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당시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가 정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의 수장과 정당 싱크탱크 수장이 비공개 회동을 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총선 전략, 정책 수립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은 친문 핵심 인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장을 만나면서 정치권의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범여권으로 분류된 정의당 역시 "(회동이) 사실이라면 매우 부적절한 만남이자, 촛불의 기반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중립을 망각한 과거 국정원의 그늘이 촛불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당사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한 치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결백함을) 입증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윤 후보자와 양 원장의 회동 사실은 서훈 국정원장과 양 원장의 회동에 이어 '정치적 중립'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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