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청와대가 은폐·축소 지시한 것 아닌가"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여야가 3일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귀순 사건과 관련 국회에 출석한 군 관계자들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경계 실패 책임은 통감"한다면서도 "은폐·축소는 절대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날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는 시작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방위가 열리기 1시간 전 국무조정실에서 북한 목선 사태와 관련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백승주 한국당 의원은 "국방위 전체회의가 먼저 날짜가 잡혔는데 불과 1시간 전에 총리실 주관으로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부적절했다"며 "누가봐도 국방위에 대한 관심을 물타기하고 희석시켜서 회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주영 의원도 "정말 웃기는 브리핑이 있었다"며 "사과를 하려면 대통령이 나와서 하던가, 적어도 총리라도 나와야 하는데 국무조정실 1차장이 나와서 그렇게 보고를 하는 게 어딨나"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리고 조사가 전부 국방부에서 이뤄졌으면 국방부에서 발표하고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검증을 받아야지 국무조정실에 가서 내용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다른 출입처) 기자들 앞에서 발표를 그렇게 하냐"며 "그런 소통 방법이 어딨나. 아주 잘못된 브리핑이었다"고 질책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잠시 단체로 퇴장해 회의가 정회되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재차 의사진행발언을 했으나 안규백 국방위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하며 "이렇게 일방적으로 회의를 하는 게 어딨나"라고 따지면서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 붙기도 했다.
5분가량의 정회 후 한국당 의원들이 다시 회의장으로 돌아오면서 회의는 속개됐다. 질의가 시작되자 여야할 것 없이 군을 질책했다. 정 장관과 박 합참의장은 재차 경계 작전 실패에 대해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군이 이번 일에 대해 8군단장을 보직해임하고 23사단장 등 예하 부대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 것과 관련 "자신들은 다 빠지고 예하 부대장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9·19 합의가 문제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주적이 없어지며 병사들이 경계해야 할 대상이 없어졌다"며 "막연한 평화 분위기 속에 적을 적이라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슨 경계를 서겠나"라고 질타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도 "경계에 실패한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안보 실패의 가능성을 보여준 데 대한 책임을 묻고 반성하고 보완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의 교훈이 매우 엄중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의원들도 질책을 쏟아냈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이 문제는 당당하게 나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면 끝날 것을 전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사건이 됐다"며 "이 사건은 은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 해결 능력을 보면 상당히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민홍철 의원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았다. 경계작전 실패를 인정하고 했는데 공보의 실패"라며 "유관기관의 말을 일치시키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단지 말을 일치되지 못하게 해서 사달이 난 것"이라고 했다.
사과를 하면서도 정 장관과 박 합참의장은 "은폐·축소는 결코 없었다", "9·19 남북군사 합의와는 전혀 관계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정 장관이 답변 도중 "청와대 국가안보실 관련 사안은 민정수석실에서 직접 조사를 했다. 거기에 관련되는 요원들에 대한 징계조치도 있다"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종대 의원은 "말씀 중에 흘려듣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청와대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가 들어간 것 아니냐"고 물었고, 백승주 의원도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사건에 대한 관여를 인정하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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