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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66년' 남·북·미, 역사적 판문점 만남… 3차 북미정상회담

  • 정치 | 2019-06-30 17:33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에서 회담을 마친 뒤 대화를 나누며 나오고 있다. /판문점=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에서 회담을 마친 뒤 대화를 나누며 나오고 있다. /판문점=뉴시스

트럼프, 김 위원장에 백악관 초청…金 "어제와 달라진 오늘"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0일 정전선언 66년 만에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만났다. 세계는 '역사적 만남'으로 평가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판문점 남측 지역인 자유의 집에서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의 집을 나와 북측 판문각으로 이동했다. 오후 3시 35분, 김 위원장 역시 반대편 북측 지역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북미 정상은 지난해 4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그랬던 것과 똑같이 남북 군사경계선(MDL)을 넘었다가 남측 지역으로 돌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만남으로 미국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북한 정상을 만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우리 땅을 처음 밟은 사상 처음의 미국 대통령이 되셨다"면서 "이 행동 자체만 보시지 마시고, 트럼프 각하가 분리선을 넘어선 것은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좋은 관계를 이어가자는 남다른 용단의 표현일 것"이라고 말했다.

판문점으로 향하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헬기. /파주=이새롬 기자
판문점으로 향하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헬기. /파주=이새롬 기자

두 정상이 남측 지역으로 이동해 인근에 대기하고 있던 문 대통령과 합류하면서 역사상 최초의 남·북·미 정상의 만남이 이뤄지게 됐다. 북·미 정상은 남측 자유의 집으로 이동해 단독 회담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번 만남의 주인공은 두 정상이라는 듯 자리를 피했다. 중재자로서 조연을 자처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단독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만남이라는) 의향을 표시한 것에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리 친서를 보내서 (오늘의 만남을) 사전에 합의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던데, (미 측에서) 정식으로 만날 것을 제안한 사실도 오후 2시에 알았다. 나도 (트럼프 대통령) 각하를 만나고 싶었다"라고 깜짝 만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판문점 JSA에서 열린 한·북·미 회동 장면을 시청하고 있다./용산=남윤호 기자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에서 판문점 JSA에서 열린 한·북·미 회동 장면을 시청하고 있다./용산=남윤호 기자

그러면서 "북과 남에게는 분단의 상징이자 나쁜 과거를 연상케 하는 이런 자리에서, 오랜 적대관계였던 우리 두 나라(북·미)가 이렇게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더 좋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만남이라고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도 우리가 하는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북측 판문각 앞에서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정전선언 66년 만에 북한 땅을 밟은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판문점=뉴시스
북측 판문각 앞에서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정전선언 66년 만에 북한 땅을 밟은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판문점=뉴시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 이후 약 4개월 만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김 위원장은 두 사람 간의 친분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각하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이런 하루만의 상봉이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이런 훌륭한 관계가 남들이 예상 못하는 좋은 일들을 만들어가면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그런 난관과 장애들을 극복하는 신비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을 추어올렸다. 그는 "김 위원장의 목소리가 직접 언론에 나가는 것이 쉬운 기회가 아니다. 아주 특별한 순간"이라며 "문 대통령이 역사적 순간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다. 김 위원장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북, 세계 모두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껏 발전시킨 관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단독회담 전 기자들에게 모두 발언하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판문점=뉴시스
단독회담 전 기자들에게 모두 발언하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판문점=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께 이런 역사적 순간 만들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김 위원장과 함께 있는 시간을 저는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후 단독회담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짧은 만남이라고 했지만, 두 정상의 만남은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에 두 정상의 만남을 사실상 '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보와도 무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약 1시간의 회담이 끝난 후 자유의 집에서 남북미 정상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미 회담 중 문 대통령이 참석했는지, 아니면 회담 종료 후 문 대통령이 함께 나온 건지는 알 수 없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다시 북측으로 배웅했다. 두 정상은 김 위원장과 짧은 만남이 아쉬운 듯 한동안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후 김 위원장은 북측으로 이동했고, 문 대통령과 뜨거운 포옹을 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 대해 기자들에게 회담 내용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북미회담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북측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판문점=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북미회담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북측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판문점=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시간 가졌다. 앞으로 어떤 일 일어날지 확실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오늘 굉장히 역사적 순간이었다"면서 "문 대통령이 역사적 만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저는 그 말씀에 동의하고 여기서 더욱더 역사적 결과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몇 달간 양측 실무진에서 뭔가 합의할 수 있을지 많은 노력 할 것이다. 아직 복잡한 일들 남아있지만, 양국 좋은 관계에 의해 우린 큰 승리를 이뤄내고 있다. 우리는 좋은 관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우린 앞으로 몇 달간 실무진 논의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내고 북측으로 돌아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판문점=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내고 북측으로 돌아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판문점=뉴시스

문 대통령은 "원래는 오울렛까지 공동 방문만 예정됐던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제안에 따라 역사적 만남 이러졌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주 과감하고 독창적인 접근 방식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오늘 만남을 통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 위한 평화 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와 우리 남북 8000만 겨레에게 큰 희망 줬다. 방금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한 대로 양측이 실무협상 대표를 선정해 이른 시간 내 실무협상 돌입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앞으로 좋은 결과가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한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사실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가 김 위원장을 방금 만나서 얘기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이 희망한다면 언제든지 백악관 방문할 수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면서 "다시 말하지만 서두를 필요 없다. 서두르면 항상 실패한다"고 말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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