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안 심사, 해상 노크 귀순·손혜원 의혹 규명 등 '산 넘어 산'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지지부진했던 국회 정상화 협상이 접점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이 마지막 카드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 '경제청문회'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경제원탁토론회'라는 중재안을 내놓은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 한 발씩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일하지 않는 국회에 대한 국민적 비판, 산적한 민생 현안, 해상 노크 귀순·손혜원 의원 의혹 진상규명,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한국당의 국회 복귀 명분도 충분하다.
하지만 한국당이 국회로 돌아와도 '일하는 국회', '성과를 내는 국회'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급한 현안에 대한 여야 이견이 크고, 최근 새롭게 떠오른 정쟁거리들도 있어서다.
먼저 당정이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6조7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에 대해 야당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에서 "추경안을 들여다보면 제대로 된 재해재난 예산도, 경기부양도 없다"며 "정권 안위를 챙기기 위한 추경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 결코 이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지난 21일 강원도 속초 속초시청에서 개최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추경안이 통과가 안 돼 (강원 산불피해)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데, 직접 복구 예산은 전무하고, 지역주민들을 위한 예산과는 상관이 없다"고 현미경 추경 심사를 예고했다.
특히 추경안을 심사·의결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 각 당이 위원들을 새로 구성해야 한다. 위원장도 한국당 몫이어서 위원 구성부터 추경안 심사·의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 외에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사법제도 개혁안, 최저임금법·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시급한 법안들에 대한 여야 이견도 큰 상황이어서 각 상임위에서 여야가 거센 정쟁을 벌이면서 시간만 보낼 가능성도 있다.
최근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도 정쟁의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 15일 새벽 북한 목선이 동해 삼척항으로 들어온 '해상 노크 귀순' 관련 야당들은 군의 경계 실패, 허위 보고, 책임론 등을 놓고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 나아가 국정조사까지 주장하고 있다.
또 야당은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된 민주당 출신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목포 투기·부친 서훈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난 1월 손 의원 탈당 당시 홍영표 원내대표까지 동행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던 민주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태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정쟁을 가속화시킬 뇌관이 될 가능성이 짙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윤석열 후보자 지명은 본격적으로 야당을 탄압하겠다는 겁박이자 검찰을 정권의 입맛대로 부리겠다는 신호탄"이라며 "문 대통령이 그동안 계속 그래왔듯이 국회의 동의 없이도 어떤 식으로든 윤 후보자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할 것이 불 보듯 뻔하지만, 감춰진 진실과 후보자의 실체를 밝혀내는데 사활을 걸겠다"고 대대적 공세를 예고했다.
오 원내대표도 "내 사람을 중요시 여기는 문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비춰 충분히 예견됐던 코드 인사"라며 "자칫 검찰이 청와대 입김에 더 크게 흔들리는 '코드 검찰'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실속 없는 정치공세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지 않도록 개혁성과 도덕성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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