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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주간政談] '양아치' 설전 이혜훈·이찬열 뻘쭘한 재회

  • 정치 | 2019-06-15 00:00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워크숍에서 의도하지 않게 나란히 앉게 된 이찬열(왼쪽) 의원과 이혜훈 의원이 각각 자신의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있다. /문혜현 기자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워크숍에서 의도하지 않게 나란히 앉게 된 이찬열(왼쪽) 의원과 이혜훈 의원이 각각 자신의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있다. /문혜현 기자

오랜 내부 갈등을 겪은 바른미래당이 오신환 원내대표 선출 이후 처음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며 팀워크 다지기를 시도했습니다. 한국여성유권자연맹 50주년 기념식엔 여야 대표와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하며 '여심(女心) 잡기'에 나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을 떠나 있는 가운데 청와대엔 '아낌없이 주는 누군가'가 나타나 더위에 지친 기자들을 위로했다고 합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청와대 춘추관에 등장한 '아낌 없이 주는 수석'(?)

[더팩트ㅣ정리=이원석 기자] -국회는 여전히 가동되지 못하고 냉랭한 분위기 속에 있습니다. 여야 협상은 계속해서 깨지고, 자유한국당이 청와대와도 서로 공세를 주고받으면서 정치권 전체 분위기가 냉랭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가운데 당 내부에서 자신들끼리 한참 치고받고 싸우던 바른미래당은 지난 10일 워크숍을 가졌다고 하는데요, 이 얘기부터 먼저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혜훈·이찬열, 워크숍에서 '어색한 만남'

-바른미래당 워크숍은 오후 2시부터 국회에서 진행됐습니다. 20여 명의 국회의원, 최고위원들이 참석을 했고, 프로그램은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의 경제 특강이었습니다. 식사 직후 시간이어서 그랬는지 많은 의원들이 좀 피곤해 보였습니다.(웃음) 김동철·정병국·김관영 의원 등은 졸음을 이기지 못한 채 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요, 특강에 집중하기보다는 휴대전화를 보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취재진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끌었던 것은 이혜훈·이찬열 의원이었습니다. 최근 설전을 벌이기도 했던 두 사람이 이날 나란히 앉아 특강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이 좀 다튔죠? 서로 고성도 오가고, 이찬열 의원이 이혜훈 의원을 '양아치X'이라고 욕했다는 말이 돌면서 거센 공방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화해를 한 것인가요?

-그런 것 같진 않았습니다. 일단은 두 사람이 옆에 앉은 게 자신들의 의지는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가장 늦게 워크숍장에 도착했는데요, 이 의원이 먼저 자리를 잡았고, 그 뒤로 이찬열 의원이 도착해 그 옆 빈자리에 앉게 된 것이었습니다. 아마 바로 옆에 앉은 걸 안 뒤 두 사람도 속으론 많이 당황했을 것 같습니다.(웃음)

지난 4일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설전을 벌인 이혜훈(왼쪽) 의원과 이찬열 의원. /뉴시스
지난 4일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설전을 벌인 이혜훈(왼쪽) 의원과 이찬열 의원. /뉴시스

-두 사람은 특강에만 집중하거나 각자 휴대전화를 보며 한 마디 대화도 나누지 않았습니다. 보통은 옆자리 의원들과 작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는데 두 사람은 전혀 대화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찬열 의원은 일정이 있었는지 자리를 이석하면서 더이상 두 사람의 '투샷'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아직 서로 화해를 하지는 못했나 봅니다. 이 갈등의 중심엔 사실 하태경 의원과 이찬열 의원의 징계 여부가 있었는데 아직도 이와 관련해선 시끄러운 상황이죠? 두 사람의 최종 징계 여부가 미뤄질 수도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같은 날인 지난 10일 송태호 바른미래당 윤리위원장은 사의를 밝혔습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더이상 제가 당 지도부 퇴진이나 당권 장악을 향한 새 싸움의 빌미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사직한다"고 말했습니다. 송 전 위원장의 사퇴는 지난 3일부터 이어져 온 바른정당계의 불신임 요구 등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두 사람의 징계 제소건 등의 일정은 차후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른미래당이 겉으로는 당내 갈등을 수습해가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 같지만 여전히 속에선 분명히 갈등이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워크숍이라는 게 서로 하나가 되기 위해 하는 것이기도 한데요, 아직은 하나가 되기엔 좀 무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바른미래당이 어떻게 갈등을 수습해나갈지 아직도 여전히 계속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갈등이 다 걷히면 이혜훈·이찬열 의원도 마음을 풀고 옆자리에 앉아 반갑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요?

여야 지도부, 국회의원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여야 지도부, 국회의원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여심(女心) 잡자'… 여성유권자연맹 행사에 몰려든 여야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여성유권자연맹 50주년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여야 지도부를 비롯해 국회의원들이 상당히 많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당시 현장 상황이 어땠나요?

-이날 행사엔 여야 대표, 국회의원 등이 15명 이상 참석한 것 같습니다. 의원회관에선 행사들이 많이 열리고, 축사 등을 위해 의원들이 참석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렇게 많은 의원들이 참석하는 건 드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만큼 여성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야가 각각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한국당 의원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전희경 대변인, 민경욱 대변인 등 지도부가 총출동했습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손학규 대표, 오신환 원내대표가 참석했습니다. 민주당은 대표, 원내대표는 보이지 않았고 남인순 최고위원이 참석했습니다. 이외에도 민주당 전재수·백혜련·안호영 의원, 한국당 이만희·송희경·이헌승 의원, 바른미래당 최도자·신용현 등도 자리했습니다.

11일 한국여성유권자연맹 5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는 황교안 대표. /남윤호 기자
11일 한국여성유권자연맹 5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는 황교안 대표. /남윤호 기자

-한국당의 경우엔 최근에 청년, 여성 정책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한국당이 지금까지는 약했던 지지층인 청년과 여성들에게 초점을 맞춘 행보를 최근 활발하게 걷고 있는데요, 황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우리 당은 여성들을 위해 문턱을 낮추겠다. 여성들이 더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노골적으로 유권자들에게 구애(求愛)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정말 여성 유권자들에 대한 정치권 인식이 어떤지 보여주는 행사라고 보여집니다. 근데 좀 불만을 가지는 듯한 회원들도 계셨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하다 보니 취재진도 많이 몰리고 행사 진행에 방해가 좀 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또 대표, 의원들의 축사가 상당히 길어 거의 30분 이상 이어졌는데요, 취재진 주변에 있던 회원들은 "사진 촬영 그만하라", "축사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짜증난다" 등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소 둔한 정치권이 여심에 더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웃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북유럽 3개국(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6박 8일간의 국빈 방문을 위해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고 있다./이덕인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북유럽 3개국(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6박 8일간의 국빈 방문을 위해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고 있다./이덕인 기자

◆답변도, 먹을 것도 '아낌없이 주는' 국민소통수석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북유럽 3개국으로 순방을 떠났습니다. 춘추관 분위기는 어떤가요?

-문 대통령이 순방 떠나기 전과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약간은 썰렁하기도 하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12일엔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과 인사를 할 수 있었는데요, 바로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입니다. 윤 수석이 춘추관을 찾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의·조화 관련한 브리핑을 했는데요, 고민정 대변인이 순방길에 함께 올랐기 때문에 윤 수석이 직접 춘추관을 찾은 겁니다.

-예전에도 윤 수석은 직접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할 때도 기자들의 질문을 모두 받아줬는데요, 이번에도 '끝장 질문'을 받고 성실히 답변해줬습니다. 대개 대변인 등이 현안 브리핑을 할 때 회의나 대통령 일정 등 배석을 위해 기자들의 질문을 모두 받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거든요. 그런데 윤 수석은 그간 가급적이면 많은 질문을 받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민소통수석이라는 직함이 어울려 보이더라고요.(웃음)

-뿐만 아니라 윤 수석은 같은 날 춘추관으로 기자들이 마실 커피를 보냈고, 13일에도 더운 여름 힘내라는 의미에서 아이스크림을 보내왔습니다. 문득 윤 수석이 답변도, 먹을 것도 기자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 썰렁한 춘추관을 따뜻... 아니 차갑게(웃음) 해준 국민소통수석이었던 것 같습니다. 더운 여름날 윤 수석도 힘내시라고 전하고 싶네요. 훈훈한가요?(웃음)

한국당이 최근 청와대를 향한 공세를 높이자 청와대도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윤호 기자
한국당이 최근 청와대를 향한 공세를 높이자 청와대도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윤호 기자

-다른 얘기를 잠시 나눠보고 싶은데요, 자유한국당과 청와대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선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철회와 문 대통령, 여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죠. 그러면서 청와대를 향한 맹공세를 펼치고 있는데요, 13일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나 원내대표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강 정무수석이 국회가 파행된 동안 본인에게 연락 한번 제대로 했느냐고 지적하자 강 수석이 "나 원내대표가 국회 파행 사태 이후 청와대는 빠지라고 해서 연락을 안 했다. 이게 사실"이라고 맞받아친 것입니다.

-청와대 입장은 '너희들이 빠지라고 해서 안 했는데 왜 또 연락을 안 했다고 그러냐', 이런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 측은 조금 어이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찌 됐든 사실 국민들이 보기엔 이런 공방들은 그저 소모적인 논쟁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회가 여야의 거센 공방으로 멈춰선지 두 달을 넘긴 가운데 요즘 청와대와 국회 사이에도 껄끄러운 분위기가 계속 감지되고 있는데요, 국민들은 답답할 뿐입니다.

14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서 고 이희호 여사 안장식. /임영무 기자
14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서 고 이희호 여사 안장식. /임영무 기자

◆'여성 운동가' 'DJ의 동지' 이희호 여사 영면

-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지난 10일 별세했습니다. 정치권 및 국민의 애도가 줄을 이었죠.

-네, 그렇습니다. 지난 11일 이 여사의 장례식장이 있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았습니다. 정말 많은 정치인이 고인을 애도하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연일 다투는 여야였지만, 이 여사 장례식장에서는 달랐습니다. 또, 많은 시민이 장례식장을 찾아 이 여사를 추억하고 애도했습니다. 특히 시민들은 먼저 떠난 김 전 대통령과 하늘에서 행복하길 기도했습니다.

-아마도 고인이 현대사에 남긴 족적이 너무나 컸기에 안타까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고인의 삶이 우리 현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DJ와 함께하며 고인 역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여사가 대한 YMCA 총무로 활동 중 DJ 만나 1962년 결혼했고, 그 이후로 47년을 함께 했습니다. 군부 독재 시절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옥살이와 가택 연금, 미국 망명 생활을 함께하며 어려운 시간을 함께하면서 아내가 아닌 '정치적 동지'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 투쟁에 나설 때 그를 지지하면서 자신도 민주화 투쟁 동지로 역할을 했습니다. 1973년에는 '김대중 납치사건', 1980년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김 전 대통령이 사형을 선고받자, 이 여사는 '눈물마저 말라버렸다'라고 당시에 대해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 여사와 김 전 대통령이 주고받은 편지는 책으로 출판되기도 했죠.

지난 12일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놓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명의의 조화 ./남윤호 기자
지난 12일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놓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명의의 조화 ./남윤호 기자

-이 여사가 별세하면서 북한의 조문단 파견 여부도 관심사였습니다. 결국, 조문단 파견이 아닌 조의문과 조화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전달됐죠.

-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조문단 파견 대신 최측근인 김 부부장을 통해 조의문과 조화를 판문점에서 전달했습니다.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 등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자신의 혈육이자 최측근인 김 부부장을 보내면서 상당한 예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김 위원장은 조의문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리희호 녀사가 서거하였다는 슬픈 소식에 접하여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합니다. 리희호 녀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온갖 고난과 풍파를 겪으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울인 헌신과 노력은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현 북남관계의 흐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으며 온 겨레는 그에 대하여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유가족을 위로했습니다.

-이 여사는 "우리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서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라고,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여전히 다투기만 하는 정치권이 이 여사의 마지막 유언을 실천해 국민이 행복하게 해줄 날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이선화 기자, 이덕인 기자, 남용희 기자, 김세정 기자, 이동률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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