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정치
[TF초점] 국정원장과 '밀회' 논란, 일 키운 건 "양정철·여당 태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비밀 회동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보도 이후 양 원장과 여당의 태도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9일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양 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 국회=배정한 기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비밀 회동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보도 이후 양 원장과 여당의 태도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9일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양 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 국회=배정한 기자

"사적 만남, 보도가 문제"라는 양정철… 정치전문가 "교만하다"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이자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수장인 양정철 원장과 국가 최고 정보기관을 이끄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비공개 회동을 놓고 여야 공방이 뜨겁다. 일각에선 당사자인 양 원장과 여당의 잘못된 대응이 오히려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 공세 여지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는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이 강남 모처 식당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고 지난 27일 보도했다. 양 원장은 보도 직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양 원장은 이날 일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한 매체가 저와 서 국정원장의 만찬 사실을 보도했다. 제가 고위 공직에 있는 것도 아니고 공익보도 대상도 아닌데 미행과 잠복취재를 통해 일과 이후 삶까지 이토록 주시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기자정신과 파파라치 황색 저널리즘은 다르다. 적당히 하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지난 21일 비밀 회동이 <더팩트> 취재진에 포착됐다. /이철영·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지난 21일 비밀 회동이 <더팩트> 취재진에 포착됐다. /이철영·허주열 기자

양 원장은 같은 날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몰려든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내자 "문자메시지를 보시고 질문한 것 아니지 않냐"고 신경질을 내기도 했다. 양 원장은 이후 식당의 택시비 대납에 대해 추가 보도가 나가자 다시 입장문을 내고 "정치를 전혀 모르는 매체의 허황된 프레임일 뿐"이라며 "아무 생각 없이 폭로를 전문으로 하는 매체야 그렇다 쳐도 숱한 매체들이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의혹 재생산에 부화뇌동한다면 서글픈 일"이라고 했다.

양 원장은 29일엔 오전 확대간부회의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여전한 논란에 대해 "상식적으로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만남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엔 "수고하시라"고만 답하며 자리를 피했다.

국정원장과 비공개 회동 논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국정원장과 비공개 회동 논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민주당의 반응은 양 원장과 같았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27일 오전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밥 먹은 것을 가지고 정치 개입을 했다, 권한을 넘는 부당한 것을 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국정원장이랑 밥을 먹으면 다 공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두둔했다.

이인영 원내대표 등도 MBC 김현경 기자가 동석한 사실이 알려진 것을 강조하며 "언론인들도 생각해보기 바란다. 과연 기자가 있는 자리서 선거 얘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이건 상식"이라고 했다. 만남 자체가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사과나 인정은 없었다.

강효상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 내용 유출 논란에 휩싸였던 한국당은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의 회동 논란이 터지자 이를 반격의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세 사람이 내년 총선 기획을 논의했을 수 있다며 '신(新)북풍설'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총공세를 펴고 있다.

굳은 표정을 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배정한 기자
굳은 표정을 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배정한 기자

범여권과 정치 전문가들은 양 원장과 여당이 이번 논란에 대해 잘못 대응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범여권의 한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사적인 만남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만, 자리가 자리였던 만큼 그랬으면 안 됐고, 실수가 있었다면 인정하고, 사과하면 된다"며 "오히려 당당하게 나오는 양 원장과 이를 적극 보호하는 여당의 모습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국당의 정치 공세는 과하다"며 "너무 지나치게 공세를 펴는 건 오히려 자충수가 된다"고 꼬집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한국당의 '총선기획설'이 조금 지나치다고 해도 중요한 건 이들의 만남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불필요하게 오해를 살 행동을 했으면 안 됐다"며 "동석한 기자도 '둘만 만나기가 부담스러워 저도 부른 것 같다'고 했는데 그건 서 국정원장과 양 원장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 교수는 양 원장의 대응에 대해 "기자가 보도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은 곤란하다. 없는 사실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며 "대부분의 언론이 메인 뉴스로 이를 뽑을 정도였는데 뉴스의 가치가 없었다면 다른 언론들도 보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이) 신중하지 못했다"라면서도 "사적인 만남이기 때문에 너무 과다하게 정치적으로 문제를 삼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최 교수는 보도 이후 양 원장 반응에 대해 "'이런 의도가 아니었고 정치 관련 얘기를 한 적은 없다. 신중하지 못했다.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하다' 이렇게 사과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함부로 언론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교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lws20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