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어머니, 문재인 대통령에 편지 전달…"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더팩트ㅣ청와대=박재우 기자] "세월이 좋아져서 남북을 왔다 갔다 하면서 살면 좋지. 애들 데리고 다녀가면 얼마나 좋겠어."
1977년 여행 도중 전라남도 홍도에서 납북된 이민교(60) 씨의 어머니 김태옥(87) 씨는 아들을 만나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전후납북피해가족연합회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납북자 전면 생사 확인을 위한 남북회담 개최를 요구했다. 또한, 납북자들의 생사 확인을 요구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 씨는 아들이 남쪽으로 귀환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김 씨는 아들 이 씨가 평양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살아생전 딱 한 번만 얼굴을 맞대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앞서, 2006년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의 남편으로 알려진 납북자 김영남 씨는 어머니 최계월 씨와 금강산에서 눈물의 상봉했다. 김영남 씨는 1978년 고등학생 때 군산에 피랍된 바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김태옥 씨는 아들과의 상봉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하루속히 절차를 밟아서 만나게 해달라"며 "내가 얼마 못살 것 같으니 대통령이 힘을 써서 만나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 씨는 현재 전후납북피해자가족연합회가 획득한 납북자 명단 21명 중에 속해있다. 이 명단은 2017년 7월 국회 정보위에서 국가정보원장이 진본이라고 확인했고, 2018년 통일부 국정감사에서는 조명균 전 장관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통일부는 북한 측에 이들의 생사 여부를 요청했지만, 북한에서는 '확인불가'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전후납북피해가족연합회는 북한 측이 일본에게는 상세하게 생사여부를 설명을 했다고 꼬집었다. 북측은 일본적십자에게 일본인 납북자 생존 여부를 자세하게 문서를 통해 확인해 준 바 있다.
이들은 우리 정부의 '소심한 태도'를 꼬집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생존 확인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방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일본의 납북자 가족들을 면담하기도 했다.
이와 비교해 우리 정부의 납북자 문제에 대한 태도는 다소 미온적인 상황이다.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우리 정부로서 납북자 문제를 꺼내기는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히려 진보 정부가 납북자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보수 정부에서는 북측과의 대화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고, 또 강경한 태도로 나왔기 때문에 납북자 가족들이 기댈 곳은 진보 정부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성용 전후납북피해자가족연합회 대표는 이 문제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기자회견 직전 먼저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해 묵념을 했다. 아울러, 노무현 정부 당시 김영남 씨 상봉에 대해 설명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남은 가족들의 상봉을 특별히 부탁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납북자 가족들뿐 아니라 귀환자 대표 최욱일 씨도 참석해 정부의 행동을 촉구했다. 최 씨는 "지금도 동료들이 북한에 억류된 사람들이 많다"며 "정부에서는 송환을 전혀 생각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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