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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정원장 밀담' 양정철 택시비, 식당 주인이 대납…"백수인 줄 알고"(영상)

  • 정치 | 2019-05-27 16:50

택시기사에게 택시비를 대신 내준 식당 주인이 양 원장이 택시를 타고 출발할 때까지 서서 지켜보고 있다./강남=허주열 기자

식당 주인, 택시비 대납 부인하지 않아..."당 직책 있는지 몰랐다"

[더팩트ㅣ강남=이철영·허주열·이원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자 '실세'로 알려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장시간 비공개 미팅을 가진 뒤 귀가하는 과정에서 택시비는 식당 주인이 대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정철 원장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의 모 한정식 식당에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4시간가량 밀담을 나눈 뒤 서울 강남에서 모범택시를 타고 수원 자택으로 귀가했으나 이때 이용한 장거리 택시비용은 식당 주인이 대납한 것으로 <더팩트> 취재 결과 밝혀졌다. 여당의 싱크탱크 수장으로서 국가정보원장과 사적 만남을 가진데 이어 또 다시 도덕성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 원장의 택시비를 대납한 식당 주인은 27일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택시비를 대신 내준 게 맞느냐?'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았다. 식당 주인은 택시비 대납 이유에 대해 "예전에 이곳(강남)으로 이사오기 전 기자 손님들이 상당히 많았고, 저도 각별했다. 그 분(양 원장)도 그 중 하나"라며 "그래서 그런 분들만 오시면 잘해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당 주인은 "그분(양정철 원장)이 백수시잖아요"라고 덧붙였다. 취재진이 '(양정철 원장은) 현재 민주연구원장을 하고 있다. 다만, 월급은 받지 않는다'고 말하자 식당 주인은 "직책이 생기신거예요?"라고 되물으며 "저는 언젠가 뉴스 보니까, 아무 직책도 안 맡고, 아무것도 안 맡겠다고 그래서. 저분이 백수구나(생각했다). 택시를 불러달라고 해서 모범택시를 불러드렸다"고 말했다.

식당 주인은 이어 "출발하기 전에 얼른 (택시비를) 드렸더니 아아 안 돼, 안 돼 그랬는데 (그냥) 가시라고 그랬다. 전 그분이 직책 맡으신지 몰랐죠. 백수라고만…"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이날 예약자가 누구인지 여부와 음식값 계산을 누가 했는지, 참석 인원 등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27일 양정철 원장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한정식집 '밀담'을 했다는 내용을 이날 오전 <더팩트>가 단독 보도하자 "당일 만찬은 독대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함께 한 만찬이었다"고 문자 메시지로 해명을 하면서 "서 원장께 모처럼 문자로 귀국인사를 드렸고, 서 원장께서 원래 잡혀있었고 저도 잘 아는 일행과 모임에 같이 하자고 해 잡힌 약속이다. 사적인 지인 모임이어서 특별히 민감한 얘기가 오갈 자리도 아니었고 그런 대화도 없었다"고 당시 만남 성격을 밝혔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21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4시간의 만남 후 모범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과정에서 택시비를 식당 주인이 대납하고 있다. 오른쪽 원 안은 양정철 원장. /강남=허주열 기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21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4시간의 만남 후 모범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과정에서 택시비를 식당 주인이 대납하고 있다. 오른쪽 원 안은 양정철 원장. /강남=허주열 기자

하지만 이는 <더팩트>가 취재한 내용과 상당 부분 달라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더팩트> 취재진이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양정철 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은 21일 오후 6시 20분께부터 10시 45분께까지 약 4시간 동안 식당에서 만남을 가진 뒤 맨 나중에 단 둘이 가게를 나왔다.

이미 식당 종업원들은 귀가한 뒤였으며 일반 손님들도 모두 자리를 뜬 상태였다. 양 원장과 서훈 국정원장 이후 귀가하는 일반 손님은 없었으며 이들이 자리를 뜬 뒤 식당의 불빛은 모두 꺼졌다. 당시 양 원장은 모든 손님이 나간 뒤인 10시 45분께 서 국정원장과 나란히 식당을 함께 나왔다. 일행은 없었다.

식당을 나온 뒤에도 한참 대화가 이어졌다. 서 국정원장은 양 원장의 어깨를 다독였고, 양 원장은 겸손한 자세로 이야기를 경청했다. 서 국정원장이 준비된 차량에 오르기 전 양 원장은 90도로 깍듯하게 인사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 귀가했다. 서 국정원장을 보낸 양 원장은 약 2~3분간 식당 주인과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이 함께 식사했던 식당의 주인이 손에 든 택시비를 양 원장이 탄 택시의 운전사에게 건네고 있다./강남=허주열 기자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이 함께 식사했던 식당의 주인이 손에 든 택시비를 양 원장이 탄 택시의 운전사에게 건네고 있다./강남=허주열 기자

이후 식당 앞으로 모범택시가 도착했고, 양 원장은 식당 관계자에게 인사한 후 자연스럽게 뒷좌석에 탔다. 이때 식당 관계자는 양 원장의 이동을 확인하고 급히 운전석 창문을 향해 걸어갔다. 기사가 문을 열자 식당 관계자는 손에 든 돈을 전달했다. 식당 주인은 양 원장이 탄 택시가 이동한 후에야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더팩트> 취재진은 이 장면을 고스란히 영상 카메라에 담았다. 일반적으로 해석하면 식당 측과 양 원장의 친분으로 택시비를 대신 내줬다거나, 이미 계산에 택시비가 포함됐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양 원장이 정치권에서 가지는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택시 무임승차는 새로운 논란을 불러들일 수 있다.

특히 양 원장은 민주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무급여' 소식으로 상당히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 1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는 양 원장의 무급 선언에 대해 "사소한 일로 오해를 사면 원장으로서 영(令)이 서지 않을 수 있는 만큼 '뜻은 고맙지만 사양하겠다'는 말로 월급을 거절한 것으로 안다"며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처럼 미리 오해 소지를 차단하고, 동시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했다.

택시기사에게 택시비를 대신 내준 식당 주인이 양 원장이 택시를 타고 출발할 때까지 서서 지켜보고 있다./강남=허주열 기자
택시기사에게 택시비를 대신 내준 식당 주인이 양 원장이 택시를 타고 출발할 때까지 서서 지켜보고 있다./강남=허주열 기자

그러나 민주연구원장 무급여는 양 원장이 처음은 아니다. 전임이었던 김민석 원장도 급여를 받지 않았다. 양 원장의 택시 무임승차는 그동안의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서로 맞지 않고 모순되는 '자가당착'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취재진은 양 원장의 이번 택시 무임승차 행위가 일반적인지 정치권 관계자를 통해 들어보았다.

취재진이 만나거나 통화한 정치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있을 수 없는 일",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취재진과 만난 한 정치인은 "허~이게 말이 됩니까"라고 놀라며 "전 말이 안 된다고 봐요. 이건 말이 안 된다고 봐…믿기지가 않아요. 어떻게 택시비를 식당 측에서 냅니까. 기가 찹니다"라며 사실인지를 재차 확인했을 정도다.

그는 또 "그럼 식사비도 안 냈나? 서 국정원장이 특활비로 계산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식당은 뭐 땅 파서 장사해요? 마늘밭에 돈 묻어놓은 분이 아니니까 양 원장에게 뭔가 보상받았을 것"이라며 그 식당과 양 원장의 관계도 의심스럽다고 했다.

<더팩트> 취재진은 26일 양 원장에게 택시비 대납과 관련한 답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함께 '택시비를 왜 식당 측에서 냈는지?' 등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회신을 받지 못 했다. 대신 양 원장은 이날 <더팩트>가 단독 보도한 '[단독] '文의 남자' 양정철, 서훈 국정원장과 한정식집 '밀담''과 관련해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함께한 만찬이었다"고만 밝혔을 뿐 택시비와 관련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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