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외교부 '3급 기밀' vs 한국당 '청와대 거짓말'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현직 외교관이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유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다. 정부는 '기밀유출'로 규정하고 징계 및 법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강 의원과 한국당은 '국민 알 권리'라고 주장하면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강 의원은 지난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5월 하순 방일 직후 한국을 들러 달라고 했다"며 "미국 외교 소식통을 통해 파악된 근거 있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자회견 직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강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무책임할 뿐 아니라 외교 관례에도 어긋나는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23일 청와대와 외교부의 합동감찰 결과 주미 대사관 소속인 A 공사참사관은 한미 정상의 통화 다음 날인 지난 8일 통화 내용을 열람하고 강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강 의원에게 정보를 넘긴 A 공사참사관은 강 의원의 고등학교 후배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 의원과 한국당은 '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하며 되려 청와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힐난하고 있다.
강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청와대가 외교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보안 조사를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본 의원에게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제보자’를 찾아내겠다며 외교부 직원들의 휴대폰 통화기록을 뒤진 것"이라고 '제보'를 통해 얻어낸 정보라고 주장했다.
사건이 커지자 원내대표까지 나서 당 차원 대응에 나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를 열고 "밖으로는 구걸하러 다니고 안에서는 기만·탄압하는 문 정권은 억양부강의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 알 권리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밝혀낸 내용을 보면 이 정권의 굴욕 외교와 국민선동의 실체를 일깨워 준 공익제보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감찰반의 휴대전화 조사에 대해 '사생활 침해', '사찰'이라고 규정하면서 "책임은 공무원에게 씌우고 국민 속인 부분 유야무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강 의원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 A 참사관과의 관계에 대해 묻는 질문에 "청와대가 북한 발사체 같은건 안 밝히고 왜 이렇게 엉뚱한 소동을 자꾸 일으키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국당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 폭로자로 나선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과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을 '국민 알 권리'를 언급하며 옹호 한 바 있다. 한국당은 이들을 공익신고자로 규정했지만, 국민권익위원회와 법조계는 '공익신고자'로 인정하기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반면, 신 전 사무관과 김 전 수사관의 사례와는 다르게 이번 통화 내용 유출은 사실상 외교기밀이라는 점을 고려해 A 참사관의 처벌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상 간 통화 내용은 3급 비밀에 해당된다. 형법상 외교기밀을 누설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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