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 백브리핑서 이준석 향해 "술 드시고 유세했다"며 항의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바른미래당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손학규 대표의 당직자 인선 문제와 지난 4·3 보궐선거 당시 있었던 바른미래연구원의 여론조사 비리 의혹, 최고위원회의 '협의'에 대한 문제 등을 놓고 강하게 충돌했다. 회의가 끝난 뒤엔 일부 당직자가 브리핑을 하는 이준석 최고위원에게 '그만하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20일 오전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신환 원내대표는 손 대표를 향해 "정책위의장 임명권을 떠나서라도 원내대표와 의견을 조율하는게 상식"이라며 "오늘 긴급하게 아침에 갑자기 안건을 상정해서 날치기 통과하려는 건 옳지 않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날 손 대표는 채이배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임재훈 의원을 사무총장에, 최도자 의원을 원내수석대변인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기습 상정했다. 그리고 이날 회의 후 손 대표는 세 사람의 당직 임명 결과를 발표했다.
오 원내대표는 "당헌상 최고위에 안건을 상정하고 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는데 강행하겠다는 건 당헌 당규를 무시하고 바른미래당을 혼자 운영하려는 것 뿐"이라고 꼬집었다.
권은희 최고위원은 "지난번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전 일요일에 채이배 비서실장한테 (당직 인선과 관련해) 전화가 왔다. 저는 이것은 통보이지 협의가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씀드렸다. 손 대표께서 결국 이걸 통보라고 하셨다. 대표님 협의와 통보가 어떤 차이가 있나"라고 따져물었다.
이에 손 대표는 "협의했다"고 단답했다. 권 최고위원은 "어떻게 하셨나"라며 "당헌 당규에 규정된 최고위원회 협의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을 정해야 될 것 같다. 이 부분을 최고위에서 의결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당헌에 없는 안건 상정은 안 된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이준석 최고위원은 항의했고 권 최고위원은 "최고위원들은 모두 안건을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손 대표 혼자 안건을 제안하고 통보 한다면 손 대표 혼자 최고위원회 하시면 되지 저희가 무슨 필요가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이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정상적인 당무수행을 거부하는 것으로 인지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자 문병호 최고위원은 "당헌 당규를 읽고 최고위를 나오시라. 긴급을 제외하고는 사무총장에게 사전에 제출해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위원들 간 갈등이 극에 달하자 보다 못한 김수민 최고위원은 "품격 있는 공개 발언이 될 수 있도록 주의해달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 자리에서 당내 의혹을 제기해 손 대표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4·3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시행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비위 정황에 대해 언급하며 "최고위원으로서 당내 당무감사가 진행됐다는 사실도 최근에 인지했다"며 "감사가 진행됐다면 그 내용을 백일하에 공개하고 적절하지 못하다면 진상조사특위 설치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이번 건에 있어서 언론 보도 내용만 본다 하더라도 문제된 여론조사 업체와 대표는 현행 지도부 당 대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물"이라며 "4400만 원 비용이 적절하지 않은 절차로 집행된 건데 이는 정당보조금이고 국민 세금이다. 이런 의혹을 떨치지 않고 국민의 지지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손 대표는 "당무감사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예비조사 문건이 공개된 이상 예비조사든 감사든 일부 언론에만 공개돼 보도되는 것 대신 모든 언론에 보도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맞섰다.
문 최고위원은 "유승민 전 대표께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유 전 대표는 공식 당 대표는 아니지만 우리 당 창당 주역이고 얼굴이다. (유 전 대표의 기념식 불참은) 우리 당이 한국당과 궤를 같이하는 보수 정당이고 보수대통합에 참여한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게 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건 말이 안 된다. 정당의 최고위에서 다른 의원들을 공개적으로 공격할 수 있나"라며 "어떤 근거로 유승민 전 대표의 기념식 불참이 다른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발언하는지 유감"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회의가 끝난 후 백브리핑 도중엔 일부 당직자가 이 최고위원을 향한 비난 섞인 항의를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임헌경 바른미래당 사무부총장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이 최고위원을 향해 "이제 그만하시라. 4월 2일 창원 보궐선거 지원에 와서 술 드시고 유세하니까 우리 당 지지율이 나오겠나. 술 냄새 풀풀 풍기며 지원 유세하고 어떻게 보면 지금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이 최고위원은 "저는 지원유세 과정에서 술 마시고 한 바 없다. 2일 유세가 끝나고 당원들의 요청으로 회식했을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뒤쪽에 있던 노영관 바른미래당 부대변인은 "약주 안 드셨다고 하는데 보궐 선거 할때 약주 드셨다"며 "최고위원 걸고 약속하겠나"라고 따졌다.
박명현 재외국민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최고위원들이 이렇게 싸우니까 국민들이 지금 바른미래당을 밀지 않지 않나"라며 "잘 좀 하라. 건설적으로 진취적으로 잘 해주면 지지율 10% 올라갈 수 있다"고 소리쳤다.
노 부대변인과 이 최고위원은 유세 시간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이 최고위원은 8시에 유세가 끝났다고 했고 노 부대변인은 10시라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당시 제가 술 마셔서 이런 모습으로 올라갈 수 없다고 했는데 손 대표가 괜찮다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유세에서 손 대표가 '여기 오신 이준석 최고위원 고생 많이 했고 저쪽에 계신 김 모씨 고생했다'고 말했다. 그 김 모씨가 왜 여론조사 기관 대표와 이름이 같으냐"라고 반문했다.
이날 당직자들은 "유세 기간 내내 유 전 대표 2시간 30분 밖에 안 하고 갔다", "최고위원 때문에 (당이) 더 안돌아간다"는 등 비난을 퍼부었다.
이 최고위원은 "저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당 윤리위에 소를 제기할 것이다. 손 대표는 어떤 법률가의 조언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최대한 세밀하게 모든 권한을 다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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