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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프리즘] 돌아온 '文 복심' 양정철, 양어깨가 무거운 이유

  • 정치 | 2019-05-14 05:00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양정철 신임 민주연구원장을 향해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13일 김민석 전임 민주연구원장 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민주당사로 들어서는 양 신임 원장. /이원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양정철 신임 민주연구원장을 향해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13일 김민석 전임 민주연구원장 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민주당사로 들어서는 양 신임 원장. /이원석 기자

2년 만에 돌아온 '양비'에게 지워진 부담감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2년 전 제19대 대선이 승리로 끝난 뒤 "잊힐 권리를 허락해달라"며 홀연히 정치권을 떠났던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13일 신임 민주연구원장이 돼 돌아왔다. 그는 취재진과 처음 마주친 자리에서 "(공식 첫 출근일인)내일 말하겠다"고 한참 말을 아꼈다. 그러나 계속되는 질문 세례에 결국 "어깨가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양 원장은 취재진을 대하며 담담해 보였지만, 표정엔 왠지 모를 그늘이 져 있는 듯했다. 무엇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을까. 그 부담감은 어디로부터 오고 있는 걸까.

'양비(양정철 비서관)'란 별명으로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양 신임 원장은 지난 대선 승리 직후 돌연 "제 역할은 딱 여기까지"라며 "그분과의 눈물 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 '친노' 프레임이니 '삼철(전해철·이호철·양정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주시기 바란다. 비선도 없다"며 "그분의 머리와 가슴은 이미 오래전, 새로운 구상과 포부로 가득 차 있다. 멀리서 그분을 응원하는 여러 시민 중 한 사람으로 그저 조용히 지낼 것이다. 잊힐 권리를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정말 곧바로 그는 출국했다.

지난 2018년 1월 광화문에서 열린 북 콘서트 당시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 /이새롬 기자
지난 2018년 1월 광화문에서 열린 북 콘서트 당시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 /이새롬 기자

최측근으로서 요직을 맡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곧장 정치권을 떠난 양 원장의 결단에 많은 이들은 놀랐다. 이후 약 6개월 이상 세계 각지를 떠돌던 양 원장은 지난해 1월 잠시 한국에 들어왔었다. 당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 원장의 역할론이 대두되기도 했으나 그는 같은 태도를 유지했다. '안 돌아오냐'는 계속되는 질문에도 양 원장은 고개를 젓기만 할 뿐이었다.

그랬던 그가 무슨 이유에선지 이번엔 마음을 바꿔 전격 복귀했다. 양 원장은 민주연구원장직 수락 사실이 공개된 직후 지난 3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올 초 당의 제안을 받고 50일 가까이 고사하면서 버텼다. 당 안팎의 압박과 설득이 거셌다. 수락을 기정사실화하는 보도까지 쏟아졌다"며 "더 이상은 오만하게 비칠 수 있겠다 싶어 '팔자다', '운명'이라고 생각하며 수락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큰 결단을 하고 돌아왔지만 양 원장을 기다리는 것은 녹록지 않은 정치권 상황이다. 양 원장도 이날 "그 때(대선)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인정했다. 민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던 대선 전후 때와 비교하면 민주당 정권에 대한 불신도 많이 쌓였고, 특히 여당을 향한 질책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턱밑까지 쫓아오고 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총선을 앞둔 비상 상황이니 민주연구원이 총선 승리에 필요한 병참기지로 역할을 해 좋은 정책과 인재가 차고 넘치는 당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원석 기자

특히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양 원장이 이끄는 민주연구원의 역할은 더 커졌다. 총선의 '밑그림'을 그릴 전초기지가 돼야 한다. 총선 준비가 잘 이뤄지지 못한다면 양 원장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양 원장은 이날 "총선을 앞둔 비상 상황이니 민주연구원이 총선 승리에 필요한 병참기지로 역할을 해 좋은 정책과 인재가 차고 넘치는 당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남자', '복심' 등 최측근이라는 수식어는 양 원장에게 가장 큰 부담의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벌써 당내에서 '비문(非 문재인) 소외'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양 원장이 민주연구원장 직에 복귀한 것이 내년 총선에서 친문 중심 공천을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말도 떠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양 원장 선임으로 인해 친문(親 문재인)의 영향력이 더 커질 거란 우려는 분명 있다"며 "이를 적절히 조율하고 당을 화합시키지 않으면 불만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젠 누군가의 측근이나 비서관이 아닌 정치인 개인으로서 양정철의 가치를 키워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양 원장은 아직 선출직 경험이 없다. 이미 일각에선 양 원장도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 원장은 이날 총선 출마에 대한 질문엔 "아직 일 시작도 안 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런 여러 짐들 때문인지 일단 양 원장은 외부와의 접촉을 접어두고 민주연구원장직 적응에 전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양 원장은 "지금은 업무파악하고 속도를 낼 타이밍"이라며 취재진에게 기자간담회 등을 당장 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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