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더 공격적인 공방들이 오갔어도 괜찮았겠다"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특별 대담을 진행한 송현정 KBS 기자의 태도 논란이 뜨겁다.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치열한 가운데 일부 정치인과 언론인, 인지도가 있는 이들까지 가세해 호평과 혹평을 내면서 논란은 더 확산하는 모양새다.
송 기자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특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과 1대 1로 마주 앉아 대담을 나누는 형식으로, 특히 사전에 질문이나 주제를 조율하지 않은, 말 그대로 각본 없는 인터뷰였다. 문 대통령의 집권 3년 차 국정 운영 방향이나 여러 정책에 대한 구상을 알 수 있는 인터뷰로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더구나 국내 언론사와 최초 인터뷰였다.
그러나 생방송으로 중계되던 문 대통령의 특별 대담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송 기자의 태도 논란이 불거졌다. 방송 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송 기자를 비난하거나 지지하는 이들이 대립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송 기자를 비난하는 이들은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①대통령의 말을 자르고 공격적으로 질문했고 ②인상을 쓰고 정색했으며 ③'독재자' 질문이 무례했다는 것이다. ③번의 경우를 더 확대하면 야당에 편향적이었다는 지적이다.
송 기자는 문 대통령이 답변하는 도중 끼어들어 다른 질문을 이어가는 모습을 몇 차례 보였고, 문 대통령을 바라보며 살짝 인상을 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또 "청와대가 주도해서 여당을 끌어가며 야당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정국을 끌어가고 있다. 이런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대통령께 독재자라고 얘기하는 것 아니겠느냐. 독재자 들으셨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라고 질문했다.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인용한 것이다.
문 대통령도 송 기자의 이런 질문에 굳은 표정을 지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문 대통령은 "다수 의석을 가진 측에서 독주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야당이 물리적 저지를 하지 못하게 하는 해법으로 패스트트랙이라는 해법을 마련한 것"이라며 "그래서 그 해법을 선택한 것을 가지고 '독재'라고 하는 것은 조금 맞지 않는 이야기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이후 "아…저…"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 "촛불 민심에 의해 탄생한 정부를 독재, 그냥 독재라고 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니까 색깔론을 들어서 '좌파독재'라고 규정짓는 것에 대해서는 참으로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처한 모습을 보였다.
대담이 끝난 뒤 KBS 홈페이지에는 송 기자를 비난하는 글들이 빗발쳤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통령의 대담은 검증된 실력을 가진 대담자와 진행하도록 해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반대로 송 기자는 제 역할을 했을 뿐이고 촌철살인의 질문을 했다는 호평도 나왔다.
문제는 의견 대립이 심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송 기자의 이름이 10일 오후 8시까지도 포털사이트의 검색어로 있었을 정도로 양측의 논쟁은 뜨거웠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진영 싸움으로 번지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정작 문 대통령은 송 기자의 태도에 개의치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0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쾌해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오히려 더 공격적인 공방들이 오갔어도 괜찮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미국의 경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기자들이 더 강하고 치열하게 질의응답을 한다면서 "각본대로 하는 대담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고 오히려 비민주주의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 기자의 태도 논란은 본질을 비켜나갔다는 시각도 있다. 언론이 문 대통령이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 방향과 구상에 대해 분석하고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송 기자 태도 논란이) 온라인상에서 이슈라더라도 기사가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정최고책임자인 문 대통령의 발언에도 중요한 얘기들이 많았기에 (언론이) 내용 분석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송 기자를) 비난하는 분들도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을 바라는 것이 아니겠냐"라며 "개인의 신상을 터는 등 비난을 가하는 방식이 지나치다 보면 기자들이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고, 결국은 국민이 좋은 언론을 통해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을 저해하게 된다. 그렇기에 건강한 비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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