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5월 임시국회라도 열자"…'케미' 강조하며 국면 전환 기대감 ↑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제가 그동안은 형님을 모시고 여야 협상했는데, 이제 동생이 나타나서 민생·국민 위한 국회가 된다면 제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9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를 환한 웃음으로 반겼다. 그는 푸른색 자켓을 입고 "오늘 이인영 대표님하고 역지사지도 해보고 '케미'도 좀 맞춰보려고 옷 색깔을 신경써서 이거 입고 왔습니다"라고 환영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이 원내대표를 비롯해 신임 원내대변인으로 임명된 박찬대·정춘숙 의원이 함께 했다. 한국당 쪽에선 정양석 수석부대표·김정재 원내대변인이 자리했다.

이날 만남은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어왔던 패스트트랙 정국 후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새롭게 꾸려지면서 한국당과 처음으로 대면하는 자리다.

얼어붙은 정국에도 불구하고 나 원내대표는 "축하드린다. 제가 함부로 이야기하면 당선에 영향이 있을까 말씀드리지 않았는데, 세 분 중에 가장 가깝게 느껴졌다"고 친근감을 드러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환한 미소로 이인영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를 맞이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푸른 계열 옷을 입었다며 '케미'를 자랑했다. /남윤호 기자

나 원내대표는 "이 대표님 당선을 계기로 해서 국회가 국민을 바라볼 수 있는, 국민이 원하는 국회가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라면서도 "'말 잘듣는 원내대표가 되겠다' 하셨는데 설마 '청와대 말 잘듣는 거 아니시겠지' 생각했다"고 비판 섞인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어려운 상황에서 여당의 원내대표가 된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모르겠다"며 "원내대표 선거 직전에 우리가 국회에서 너무 심각한 갈등을 했기 때문에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서 어떤 지혜, 마음가짐을 가져야 되는지 스스로 자문하고 진심으로 경청하겠다"고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그는 "찾아뵙자마자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게 돼 죄송하다. 편하게 인사를 나눴으면 좋겠지만, 실제로 민생이 어렵고 우리가 반드시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위한 어떤 법안이든 경청하고 싶고, 가능하다면 우리가 5월 임시국회라도 열어서 빠르게 민생을 챙기는 국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왔다"고 강조했다.

두 원내대표의 만남 내내 훈훈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편하게 만나고 싶은데 찾아뵙자마자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게 돼 죄송하다"며 한국당의 복귀를 촉구하기도 했다. /남윤호 기자

나 원내대표도 화답하며 "사실은 정말 우리가 해야 될 일이 많다. 이런 상황도 결국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인가. 우리가 패스트트랙을 태우면서까지 제도에 대해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자"고 밝혔다.

약 10분 간의 짧은 예방이었지만, 거대양당 원내사령탑들의 대화는 칭찬과 격려의 말로 밝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원내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를 모시고 이 국회 마지막 임기를 보낼 수 있는 것이, 원내대표로 같이 활동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기쁘다"며 "제게는 (나 원내대표가) 굉장히 합리적·개혁적 보수의 길 가실 수 있는 분이라 생각했고, 기대도 크고 응원도 많이 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어 "정양석 수석부대표도 제가 외통위에서 같이 활동하면서 늘 출장을 같이 다녀서 케미가 잘 통할 수 있는 협상 파트너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얼마든지 공식적인 자리 말고도 비공식적으로 전화하고 '밥 잘 사주신다'고 했으니 저도 밥 잘 먹고 말씀도 듣겠다"고 말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는 나 원내대표의 말에 이 원내대표는 "공식적으로, 비공식적으로도 밥 잘 먹고 말씀도 듣겠다"며 화답했다. /남윤호 기자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에게 패스트트랙 정국을 언급하며 "그날 밤에 활동 많이 하시더라"고 장난섞인 말을 건네기도 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그날 밤에 법안소위에만 있었다"며 크게 웃었다.

극심한 여야 갈등으로 한국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는 등 얼어붙은 정국 속에서 민주당의 새 원내지도부와 한국당 원내지도부의 부드러운 만남은 '국회 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장에서는 큰 웃음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후 일정을 위해 자리를 떠나는 이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서로 편안한 마음을 여는 이야기를 했다"며 "허심탄회하게 말할 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moone@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