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vs 사퇴 요구파 갈등 점입가경…"사실상 와해"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바른미래당의 '집안 싸움'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당 내부 사퇴 요구를 공개적으로 '기회주의', '해당 행위'로 규정한 가운데 김관영 원내대표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을 향해 자유한국당행을 암시하는 '기호 2번'을 언급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당장 유승민·유의동 의원을 비롯한 의원 15명은 '원내대표 불신임'을 내용으로 하는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사실상 당이 와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김관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유승민 전 대표를 포함해 원내대표 사퇴를 강요하고, 당 지도부를 끝없이 흔들고 계신 분들에게 묻겠다"며 "다음 총선에서 기호 3번으로 나가실 것인가? 아니면 기호 2번과 함께하는 것인가? 아예 기호 2번으로 나가실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본질은 자유한국당과 합당·연대"라며 "지금 당이 바른미래당을 가지고 출마하느냐, 아니냐 문제로 귀결이 돼 버렸다. 그러면 소위 당권을 가진 분들이 장악한 후에 합당 내지 연대하겠다는 게 너무 눈에 뻔히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관영 본인이 민주당 간다거나 민평당과 통합한다는 비판에 욱해서 하는 말 같다. 구태 정치인들이나 하는 초점 흐리기에 불과"라며 "현 시점에서 서로를 민주당 2중대니 한국당 2중대라고 비난하는 건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 등 의원 15인은 이날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 8명(오신환·정운천·유의동·지상욱·하태경·이혜훈·유승민·정병국)과 국민의당 출신 의원 7명(신용현·김삼화·권은희·김중로·이태규·이동섭·김수민) 의원 등은 의총소집 요구서에 서명했다. 이는 당 활동을하지 않는 의원을 제외한 24명의 의원들 중 과반을 넘는 수다.
이들은 의총 소집요구서에서 "바른미래당의 소속 의원들은 새로운 원내대표와 함께 새로운 마음으로 국민들의 삶을 위한 국회를 만들어갈 것임을 다짐한다"고 명시했다. 원내대표실에 요구서를 제출하러 온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는 "패스트트랙을 처리하는 과정 속에서 발생했던 많은 문제점을 치유하고 그에대한 대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모여 의원 총회 소집을 요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의원 대부분이 두 대표에 대한 불신임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는 "현재 바른미래당의 당헌에 원내대표를 불신임하는 방법은 없다"며 사퇴 요구를 완강히 거부했다.
그러자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SNS를 통해 "세상에 이런 적반하장도 없다"며 "오늘날 당의 갈등과 혼란을 초래한 장본인은 김 원내대표 자신으로,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오신환 사무총장 역시 "그 좋아하는 1표 차 다수결로 당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다. 다수결 의원들이 사퇴하라니 이제 어찌할까나 지켜볼란다"라며 가세했다.
이에 따라 오는 의총에서 격렬한 갈등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외에서도 계파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바른정당계 지역위원장과 바른정당계 정무직 당직자들은 지도부 사퇴를 연일 요구하고 있다. 지도부 측에서 바른정당계를 비판하는 원외 인사들도 공식 입장을 내고 반박에 나섰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 3일 오후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한 정무직 당직자 13명을 해촉하며 실질적인 징계 조치를 강행했다. 해촉된 정무직 당직자는 대부분 바른정당계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강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관영 원내대표는 7일 "당 대표가 임명한 거다. 그분들이 당 대표를 물러나라는 상황에서 그대로 놔둔다는 건 맞지 않는다. 불가피하게 해촉한 것"이라고 두둔했다.
해촉된 김익환 전 바른미래당 부대변인 등 부대변인단 6인은 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으로 행해진 해촉 조치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바른미래당의 정당 민주주의는 사망을 고했다"며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지도부를 옹호하는 영·호남 지역위원장 6명과 당원들은 "바른정당계는 더 이상 당의 분열을 조장하지 말라"며 유승민 전 대표의 탈당과 오신환·권은희 의원의 당직 사퇴를 주장했다.
양측의 대립이 원외·원내를 가릴 것 없이 시시각각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 화합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형식상의 지도부는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지만, 이미 심리적인 지도체제는 유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로 넘어갔다"며 "그 과정에서 갈등과 내홍은 지속되겠지만, 의원 과반수가 현 지도체제를 완강히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손-김 체제는 와해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 소장은 현 지도부 체제의 교체 가능성과 관련해선 "중장기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재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당은 존재하나 '울며 겨자먹기'로 있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측의 강대강 대립이 길어지면서 바른미래당은 끝을 모르는 갈등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제 사퇴를 요구하고 원내대표 경선을 요구한 의원 모두가 내년 총선에서 바른미래당 이름으로 기호 3번 달고, 한국당이나 민주당과의 연대나 통합 없이 국민의 심판 받겠다는 의사를 표현한다면 그 즉시 그만두겠다"고 공언하기도 해 지도부 사퇴 요구를 주장한 의원들의 대응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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