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끼리'의 "한국당 해산" 발표 뒤 청와대 청원 등장"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한국당 해산'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을 두고 '북한 개입설'을 주장하면서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2일 오후 6시 기준 해당 청원에 참여한 청원인 수는 169만명을 넘어섰고 곧 17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북한 개입설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반(反) 헌법 패스트트랙 7일간 저지투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였다. 이 자리에서 나 원내대표는 "보수궤멸, 한국당 궤멸을 청와대 청원을 통해 가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지난달 18일 우리민족끼리(북한 대남선전매체)에서 '한국당 해체만이 답'이라고 말한 지 4일 만에 청원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에서 하라는 대로 대한민국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 정책위의장도 이날(2일) "북한의 어떤 지령을 받는 세력들에 의해 이게 기획되고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가지고 있다"며 같은 주장을 폈다. 정 정책위의장은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대대적 매크로(정해진 동작을 반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조작하는 불법 프로그램)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팩트를 근거로 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나 원내대표 등 한국당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의 권위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북한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한국당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서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그런 인식이 있으면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나 원내대표의 주장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권위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고 견해를 밝혔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한국당 의혹 제기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황 정치평론가는 "대한민국 국민이 그런 지시를 받아서 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북한이 그런 내부 조장 행위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보수가 북한이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것에 대해선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전문가들도 현재의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윤 실장은 "청와대 청원이라는 제도 자체가 여권의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권위가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황 정치평론가는 "청원 게시판이 어느순간부터 정쟁의 장이 되고 있다"며 "청원은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 신문고 역할을 하는 것인데 현재는 진영 간에 패를 나눠 싸우는 꼴이 됐다. 이런 주장은 청원에 올릴 게 아니라 선거에서 표를 주지 않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당은 청와대 청원 접속자 중 다수(10% 이상)가 베트남에서 접속했다고 주장하며 청와대의 조작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곧바로 반박 입장을 내고 "(구글애널리틱스 집계로) 확인 결과 베트남 접속은 0.17%였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서도 정 의장은 이날 "베트남 부분은 청와대 해명만 가지고는 저희는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한국당과 비슷한 주장을 했던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청와대 반박에 "청와대의 통계가 신뢰도가 높다"며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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