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 하에서는 '한일관계' 변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아키히토(86) 일왕이 지난달 30일 퇴위하면서 '헤이세이(平成)' 시대가 30년 만에 막을 내리고 일본은 '레이와(令和)' 시대가 시작됐다. 새 일왕은 즉위 후 한일관계에 있어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현재 한일관계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졸속으로 진행한 위안부 합의가 지난해 11월 파기됐고,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기업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우리 대법원 판결이 나온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6월에 열리는 G20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몇몇 국내언론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을 직접 겪은 부친(아키히토 일왕)과는 다르게, 나루히토 일왕(59)이 '전후세대' 이후 태어난 첫 일왕이라는 점에서 역사인식의 부재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부친의 영향으로 '평화주의' 전통을 이어갈 거라고 예상하는 분석도 있었다.
우리 외교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를 축하하면서 "앞으로도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어느 때보다 활발한 민간 경제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한일관계이지만, 역사인식 문제가 한일관계에 가장 큰 걸림돌로 나타났다. 최근 일본 언론들은 '강제징용 소송'의 보복으로 한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베 정부는 식민지 '역사문제'는 전부 해결이 됐다는 입장으로 '평화헌법 개정'등을 내세워 극우세력을 결집하고 우경화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이번에 퇴임하는 아키히토 일왕은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 여러차례 반성의 뜻을 밝혀 왔다. 그는 반일감정이 컸던 중국을 방문해 사과를 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에 한국에 방문하려고 했지만, 일본 정부의 반발로 빈번히 무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우리국회 일부에서는 이번에 퇴임하는 아키히토 일왕을 초청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칼럼을 통해 "퇴임 이후라도 자연인 신분으로라도 방한을 기대한다"며 "나눔의 집에 들러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잡아주고 위로해준다면 새로운 한일관계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새 일왕 즉위를 계기로 새로운 한일관계, 일본의 반성과 사죄 등을 원하는 국내의 목소리도 많지만, 사실상 일왕의 역할은 제한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하에서는 한일관계가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는 이유 때문이다.
일본인 출신 한국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일왕은 일본 법률상의 상징이기 때문에 통치행위는 금지돼 있다"며 "정치적 발언은 제한적으로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 취임하는 나루히토 일왕은 '평화헌법'을 지켜야한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한일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그 때문에 일본 내각에서 상당히 경계할 것"이라며 "아베 정권이 이를 견제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일왕은 한국이 기대하고 있는 움직임을 할 수 없다"며 "다른 국가원수들과는 다른 법적 위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일왕 즉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했고, 이후에도 일본 오사카에서 G20 등 다양한 외교무대가 펼쳐지기 때문에 한일관계의 개선과 더불어 한반도 평화시계의 가속화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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