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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패스트트랙 '진통'…손학규는 '경고' 김관영은 '울컥'

  • 정치 | 2019-04-30 13:44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손학규·김관영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관영 원내대표를 격려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손학규·김관영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관영 원내대표를 격려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孫 "우리가 해냈다…당 한쪽으로 몰고 가려는 세력 책동에 경고"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등이 30일 새벽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지만, 그 진통은 여전하다. 강제 사·보임과 리더십 붕괴 논란에 휩싸인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당내 분열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반발 세력에 대한 '경고'를 꺼내놓기도 했다.

기자회견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진행된 가운데 손 대표는 먼저 "우리는 결국 해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게 되겠냐고 의문을 제기했지만, 바른미래당이 그 시작을 주도해서 이뤄냈다"며 패스트트랙 처리를 자축했다.

다만 손 대표는 "협상 과정에서 당이 분란과 내홍을 겪었던 점에 대해서는 대표로서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저와 바른미래당에 주어진 큰 책임에 커다란 무게를 느낀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곧 그는 표정을 굳히며 "당을 진보나 보수, 한쪽으로 몰고 가려는 일부 세력이 있어 우려스럽다"며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당을 한쪽으로 몰고 가려는 일부 세력의 책동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고 했다. '일부 세력'은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반(反) 손학규 세력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손 대표는 이 세력이 어떤 세력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냐는 취재진 질문엔 "말씀드린 대로 받아달라.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더이상 불화가 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공동 기자회견에 입장하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와 김관영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공동 기자회견에 입장하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와 김관영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반발과 이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에 관해 묻자 "정당이나 정치에서 여러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당내 의견 수렴의 과정을 거쳤고 의결 과정을 거치면서 일단 결론이 났다고 보여진다. 결론이 났으면 그대로 따르고 그것으로 당론을 통합해나가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구체적 방법에 대해선 새로운 개혁안들을 제시하고 신설되는 혁신위원회를 바른정당 출신들에게 맡기는 등 방법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앞서 손 대표는 바른정당계 정병국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직을 제안했지만, 양 측이 일부분 의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사·보임(교체)과 관련해 권은희·오신환 의원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모두가 국민과 약속을 지켜야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한번만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존경하는 유 의원 이하 반대의견을 지속적으로 주셨던 여러 의원님들 지적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짚어보고 숙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발언 직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김관영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발언 직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김관영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이어 김 원내대표는 울컥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감정을 추스른 뒤 "당 상처를 우리 당 의원들이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으로 서로 핥아주고 치유하자"며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는 대신 자신이 먼저 당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이렇게 하자'고 요청하자"고 했다. 그는 말을 마친 뒤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았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사·보임 거짓말 논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엔 발끈했다. 김 원내대표는 "어렵게 민주주의 과정을 거쳐 투표했다. 민주주의 제도의 가장 기본은 투표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의원들이 내게 거짓말쟁이라고 하는데 그 부분은 국민들께서 판단하리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심지어 몇 개의 언론에서 다른 의원이 발언한 것을 제가 발언한 것으로 잘못 기재하면서 보도가 된 바도 있다. '(사·보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발언인데, 이는 하태경 의원이 한 것"이라며 "이것을 가지고 '약속한 걸 거짓말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앞으로 당이 화합을 도모하고 의원님들께 더 설명해나가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더이상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 등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결정할 사개특위 위원을 강제 사·보임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기존 위원이었던 오신환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오 의원 의사와 상관 없이 채이배 의원으로 사·보임했고, 권은희 의원마저 공수처 설치법안과 관련 기존 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자 임재훈 의원으로 '기습' 사·보임한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기존에 패스트트랙 처리에 반대하던 유 의원 등 당내 일부 의원들은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유 의원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이 완료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당에서 불법과 거짓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과시킨 측면은 분명하다"며 "그에 대한 책임은 당내에서 끝까지 묻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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