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문재인 정부 2년 평가 토론회' 개최
[더팩트ㅣ동숭동=허주열 기자] '대국민 사기, 아니면 무능'. 문재인 정부 2년에 대한 재야 전문가들의 평가는 싸늘했다. 냉소적 시선과 체념한 듯한 발언이 쏟아졌다. 심지어 "아직도 3년이나 남았다"는 탄식도 나왔다. "아직 희망을 버리지 말자"는 소망의 목소리는 미약했다. 하지만 이제 임기 중반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를 향한 쓴 소리의 기저에는 '더 나은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바라는 지식인들의 우려와 기대가 있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문재인 정부 2년 평가 토론회'(부제: 문재인 정부 제대로 가고 있나)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 임광기 SBS 논설위원, 홍승권 가톨릭대 의대 교수 등이 함께했다.
◆文대통령 공약 완전이행률 '16.3%'
다음 달 10일 취임 2년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 ▲함께하는 대한민국 ▲안전한 대한민국 ▲활기찬 대한민국이라는 4대 비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12대 약속, 30개 영역, 201개 분야의 1169개 공약(公約)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은 과거 수많은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남발했던 공수표처럼 공약(空約)이 되가는 모양새다. 윤순철 사무총장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공약 중 완전이행은 191개(16.3%)에 불과하다. 부분이행은 654개(55.9%), 후퇴이행은 20개(1.7%), 미이행은 287개(24.6%)다. 완전이행과 부분이행을 더하면 72.2%로 언뜻 낮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한 상황에서 부분이행 공약은 임기 끝까지 '미완의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윤 사무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갑작스레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여러 가지 국민 요구를 수렴해 공약을 만들다보니 정확도가 떨어지고, 구조적 문제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약이행에 대한 의지도 부족해 보인다"며 "가시적 성과를 위해 미이행 공약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마련하고, 부분이행된 부분도 완전이행을 위해 남은 임기 동안 심기일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文정부 정책 성적표 '낙제점'
전문가들이 분야별로 내놓은 성적표는 낙제점 수준이었다. 먼저 국민적 관심이 높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김헌동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가 시작하면서 개혁은커녕 부동산 거품만 키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예측이 거의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고 혹평했다.
김 본부장은 "참여정부가 2004년 총선에서 과반 이상을 얻은 뒤 3년 반 동안 서울 강남권 주요 땅값이 평당 4000만 원 올랐는데, 문재인 정부는 1년 6개월 만에 4000만 원 가까이 올랐다"며 "박근혜 정부 후반기 땅값 폭등 정책을 그대로 가져갔고, 매년 10조 원씩 5년 간 재정을 투입해 도시재생(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한다고 했다. 또한 3기 신도시 건설, 다주택자 임대사업 등록 시 대출비율 인상(40%→80%) 등의 정책을 써서 집값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1년 6개월 만에 전국에 1000조 원의 (부동산) 거품이 생겼는데, 도시재생 뉴딜이 지지부진하자, 그 다음에는 도로나 철도건설 등의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요건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48조 원 규모의 생활형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하겠다고 한다"며 "국민 세금을 토건 사업에 쏟아 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소득주도성장에 빗대 '불로소득주도성장'이라고 질타했다.
◆"경제 개혁 의지도, 계획도 없다" 혹평
박상인 교수의 문재인 정부 재벌·경제 정책 평가도 김 본부장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문제를 보면 한 마디로 개혁에 대한 의지도, 계획도 없다"며 "경제 문제는 정치적 적폐청산과 달리 기본적으로 관심이 없다. 관리만 잘하고 남북관계 같은 외교 사안으로 정치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 정책은 공약 자체도 실효성에 의문이었으나, 이마저도 입법의 어려움을 핑계로 사실상 재벌개혁은 포기한 상태"라며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로는 오히려 친재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했다면 사기를 친 것이고, 못했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과거 대통령 집권 2년이 지나면 '아 아직 3년 남았구나' 했다. 문 대통령은 '2년 지나고 보니 벌써 2년이 지났구나' 하는 대통령이 됐으면 했는데, '아직 3년 남았구나'는 생각이 든다"며 "재벌개혁에 대한 거짓말을 하지 말고,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과거 야당 시절에는 어쩔 수 없이 (재벌의) 발목을 잡았는데, 사실은 친재벌'이라고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로 대표되는 현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도 나왔다.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집권 1년차에 추진했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사실상 포기했다"며 "2년차부터는 혁신성장과 경제활력 제고라는 슬로건으로 사실상 이명박·박근혜 정부 정책으로 회기하고 있고, 경제구조 개혁이나 지속가능한 복지 및 사회안전망 구축에는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순서가 잘못 됐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먼저 해보고 안 되니 갑자기 혁신성장을 꺼내고, 공정경제는 끝까지 안 하겠다고 한다. 공정경제 핵심이 재벌개혁이고, 그래야 혁신경제(성장)이 가능하다. 기회와 요인이 있어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때 소득주도성장도 가능한데 순서를 틀리게 했다"고 꼬집었다.
◆조진만 교수 "우려 크지만 아직 늦지 않아"
조진만 교수는 우려가 크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기대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당초에 있었던 우려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제 국가에선 임기가 지날수록 지지율이 떨어지고,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아직까지는 기대 반 우려 반 양상인데, 앞으로 2년 간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조 교수는 "문 대통령 취임 100일 시점의 80%가 넘는 지지율은 정책 어젠다보다 소통의 행보에 대한 국민 공감이 컷다"며 "시간이 지나 국정운영을 하다보면 세부적인 쟁점을 타협하고 조정해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한데, 아직 이행되지 못한 게 많고 평가도 우호적이지 않다. 국민들이 높은 기대를 가진다는 것은 못했을 경우에 오는 실망감, 부정적 평가도 더 큰 '양날의 칼'과 같아 디테일한 국정운영 원칙을 좀 더 과거 정부와 차별화되게 지켜내고,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려섞인 목소리가 쏟아지자 토론회를 주최한 경실련 측은 '아직 희망을 버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말미 채원호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은 "이런 토론회를 기획한 이유는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라며 "정부도 비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최소한의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앞으로도 당초부터 기대도 안 했다는 냉소·체념보다는 조금이라도 희망을 갖고 열심히 비판하겠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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