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 인터뷰에서 재미를 찾기란 어렵습니다. 물론 중요한 질의응답도 많지요. 하지만 조금 더 재밌는 인터뷰는 없을까요? 'TF정해인'은 '정말 해 보고 싶은 인터뷰'의 준말입니다. <더팩트>는 화제와 이슈의 정치인들을 만나 대중의 관심사를 터놓고 대변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인터뷰를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때로는 가벼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인터뷰에선 보고 듣기 힘든 정치인들의 개인적이고도 특별한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상>편에서 계속
"2020년 총선 도전…'쉬운 정치'하고 싶어요"
[더팩트ㅣ광화문=이철영·이원석 기자] "연애를 안 한 지는 굉장히 오래됐어요. 가물가물할 정도예요."
성격이 쿨한 걸까, 아직은 '정치 초보'라서 그런 걸까. 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은 솔직했다. 오히려 배 위원장의 '직설'에 취재진이 놀라자 "(이야기를) 안 해야 하는 건가"라며 웃기도 했다.
정치인 배 위원장에게도 그 나이 또래 누구나 갖는 걱정, 고민이 있는 게 당연했다. 1983년생, 올해 37살인 배 위원장은 '결혼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너무나 갖고 있어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항상 친구들에게 제일 먼저 결혼하겠다고 얘기했었거든요. 제 로망이었어요. 서른 살이 되면 안정이 되겠지, 자녀도 둘 셋, 강아지도 키우고 그런 걸 꿈꿨어요. 근데 인생이 뜻한 대로 되지 않네요. 저도 좌충우돌하게 되고요."
그렇다고 큰 걱정은 안 한다. 사실 바쁜 일정에 그럴 틈도 없다. 배 위원장은 "인연이 있지 않겠습니까? 배우자 기도를 중학교 때부터 했거든요"라고 스스로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다만 "하나님께서 어디 숨겨놓으셨는지…"라며 다소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상형은 '편안한 사람'이다. "제가 강아지, 고양이도 많이 키우고, 집에서 실로 사부작대고, 밖에 나와서 허탕도 치고, 이렇게 하는 모든 것들을 공감해주고 재밌어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직업 또한 평범하지 않기에 이해심은 필수다. 그는 "공인의 배우자라는 것 자체가 부담이잖아요. 그런 강박관념 없이, '내가 배현진을 서포트해주는 기둥, 지지자다'라고 품어줄 수 있는 분이면 좋겠어요"라고 미소지었다.
'정치하는 남자는 어떠냐'고 묻자 "그럼 집안이 풍비박산나지 않을까요"라고 폭소를 터트렸다. 홍준표 전 대표의 소개는 없었냐고 물으니 "그러고 보니 전혀 없으시네요"라며 또 웃었다.
◆"제 '악플'에 아파하는 가족들…속상하죠"
정치인이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반대 진영에서 비방과 모욕이 쏟아지기도 한다. 배 위원장은 아나운서 시절부터 공인이었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삶은 또 다르다. '멘탈이 강해야 하지 않냐'고 묻자 "기본적으로 낙천적인 편인 거 같아요. 빨리 잊는 편이에요"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정치 입문 전부터 주목받아온 배 위원장은 인터넷상의 악플에도 시달려야 했다. '신경 쓰이지 않냐'고 묻자 "전혀 신경이 안 쓰이는 건 거짓말이고요. 사실 보면 속상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속상하라고 쓰는 악플인데요"라며 "다만 방송을 오래 해서 약간 단련됐죠. 중간에 정말 괴로웠던 적도 있었는데 조금 더 무던해지고 덤덤해졌어요"라며 애써 미소 지었다. '기억에 남는 악플이 있냐'고 묻자 한참 생각하더니 "정말 기억이 남지 않아요"라며 "정말 가지각색의 욕을 다 들어봐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가족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우리 가족은 저 때문에 강제로 사회화가 돼버렸어요. 주변에서 배현진 가족인 걸 다 아니까요"라며 "제가 주변의 말 들으실 필요 없고, 악플 보지 마시라고 얘기해도 자꾸 보세요. (보지만) 말씀은 안 하세요. 그렇게 10년 가까이 지내셨어요. 속상했죠"라며 미안해 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더니 가족 이야기가 거듭되자 금방 미소를 되찾았다. 방송사 대표 아나운서였던 그였기에 정치 입문은 가족에게 적잖은 충격이지 않았을까. '정치를 하는 것에 가족의 만류는 없냐'고 물으니 "거의 포기상태세요"라며 웃었다. 배 위원장은 "예전에 아나운서 시험을 본다고 할 때도 그 어려운 걸 왜 하냐. 너한테 현실적인 길을 가라고 하셨는데 어찌 됐든 우겨서 했잖아요"라며 "그때 제가 하겠다는 걸 말려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부모님은 이미 알고 계셨죠. 굉장히 겁나고 걱정됐겠지만 '잘 해보라'고 인정해주셨어요"라고 말했다.
◆"MBC는 전 연인… 잘 됐으면 좋겠어요"
배 위원장은 지금 친정 MBC와 불편한 관계다. 파업 이후 7년의 앙금이 여전하다. 그동안 배 위원장도 MBC에 대해 울분을 토해왔다. 그는 지난 2월 24일엔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1.0%로 집계되자 SNS를 통해 "저만 나가면 '다시 좋은 친구 된다'며 잘 배운 멀쩡한 분들이 '피구대첩, 양치대첩' 거짓말 하고 패악을 부리고, 다른 이들 인격을 짓밟으며 인간성과 자존심을 버렸으면 잘 사셔야죠"라며 "이게 뭡니까. 1%가 뭡니까. 혀를 차기도 안타깝습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악감정만 남은 것은 아니었다. 배 위원장은 "얼마 전에 올린 SNS글 때문에 '조롱했다'고 기사가 많이 났는데 조롱이 아니라 (시청률로) 정말 충격받았었어요. 1%는 노력해도 잘 나오지 않는 시청률이거든요"라고 했다. 그러나 곧 "잘 됐으면 좋겠죠. 연애를 하다가 헤어져도 상대방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잖아요. MBC에 대한 제 감정도 그렇습니다. 힘들었지만 저의 뿌리가 됐고, 지금의 제가 있게 된 곳이니까요"라며 애증의 감정을 표현했다.
◆"내년 총선 도전…'쉬운 정치'하고 싶어요"
일각에선 배 위원장을 '낙하산'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정계에 입문하자마자 송파을 당협위원장에 임명됐고, 여러 '특혜'를 받았다는 시각이다. 배 위원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그는 "전 앵커로서, 전문가로서 10년을 지내왔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며 노력한 분들과는 분명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의 강점은 대중성이에요. 누군가를 쉽게 설득할 수 있는 탤런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라며 "또, 보수 정치계가 하고 싶은 얘기가 무척 많고 홍보나 소통의 방식, 뉘앙스를 잘못 짚어서 오해받는 것도 굉장히 많은데 제가 좌표가 됐으면 해요"라고 자신했다.
여러 우려 속에서도 분명 정치 입문 1년 배현진의 존재감은 컸다. 이제 '앵커 배현진'에서 더 나아가 '정치인 배현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수 진영 내에서도 배 위원장은 분명하게 주목하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한 PD님은 제가 항상 예상 밖의 돌을 놓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왜 남들처럼 좀 편안한 선택을 하지 않느냐, 무모하다'는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그래서 많이들 주목하는 것 같아요. '저러다가 쟤가 어떻게 되려고 그러지?'"
배 위원장은 정치 입문부터 선거 출마, 비대위 대변인 돌연 사퇴 등 예상을 깨는 선택을 많이 해왔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출발점에 서 있다. 정치인으로서 과제가 수북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과연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을까. 배 위원장은 "쉬운 정치"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국회 진입 자체를 대단한 트로피라고 생각해요. 검은색 관용차에 많은 보좌진을 떠올리죠. 사실 많은 선진국 정치인들은 정치를 굉장히 캐주얼하게 하거든요"라며 "내가 어떤 뜻을 가지고 정치를 하겠다는 청년 정치인이 있다면, 정말로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있다면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정치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라고 진지하게 설명했다.
배 위원장은 2020년 총선에서 송파구에 도전하는 게 목표다. 송파는 '제2의 고향'이다. 그는 "부천에서 오래 살다가 송파로 처음 이주했거든요. 송파는 굉장히 사랑스러운 곳이에요. 이곳에서 오래오래 주민들과 어울리면서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실현해 나가고 싶어요"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여태까진 앵커라는 꿈을 좇았고, 그 지점에선 이미 몇발짝 더 나왔어요. 이제 또 제가 앞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살아야 할지, 꿈을 만들어가면서 지내고 있거든요. 저는 '꿈을 짓는다'고 표현하는데, 송파에서 이뤘으면 좋겠어요"라며 잔뜩 기대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인터뷰가 끝났다. 1시간 30분간 취재진에게 풀어 놓은 배 위원장의 이야기 속엔 '앵커 배현진'에서 '정치인 배현진'으로 변신해 온 지난 1년이 담겼다. 앵커도, 정치인도 아닌 사람 배현진의 이야기도 잔뜩 들어 있었다. 덕분에 취재진도 인터뷰 내내 배 위원장에 대한 편견을 깨 나갈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나름의 밑그림은 명확해 보였다. 앞으로도 대중의 편견을 극복하는 건 배 위원장의 몫이다. 정치인으로서 말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하는 순간 배 위원장 손목의 시계가 눈에 띄었다. 취재진이 관심을 보이자 배 위원장은 "저의 최애템"이라며 "제가 MBC 입사 때부터 찬 스와치 시계인데 제 입사동기랑 같이 산 거예요"라고 했다. 그는 "너무 좋은 게 아직도 배터리를 무료로 갈아줘요. 제가 찍은 모든 뉴스 프로필 사진에 이 시계가 있어요. 아주 좋아요. 가볍고"라고 자랑했다.
cuba20@tf.co.kr /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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