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박지원 "김학의 임명 전 동영상 CD 존재 알렸다"…황교안 "기억 안 나"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지난 2013년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임명 직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현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별장 성폭행' 동영상 CD의 존재를 알렸다고 밝히면서 후폭풍이 상당하다. 황교안 대표는 이에 대해 "턱도 없는 소리"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박 후보자와 함께 '박 남매'로 불렸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공개적으로 박 후보자의 주장에 힘을 실으면서 진실공방은 더 격해질 전망이다.
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지난 2013년 국회 법사위원장 시절 불거졌던 김 전 차관 '별장 성접대' 논란 관련 질의를 받자 김 전 차관 동영상 CD의 존재를 당시 황교안 장관에게 알렸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는 "당시 김 전 차관이 임명되기 며칠 전 황 장관이 국회에 온 날, 제가 따로 뵙자고 했다"며 "제보받은 (별장 성접대 관련) 동영상 CD를 꺼내서 (당시) 황 장관께 '제가 동영상을 봤는데 몹시 심각하기 때문에 이분이 차관으로 임명되면 문제가 굉장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따로 말씀드린 바 있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가 동영상의 존재를 알았으나 묵인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됐다.
박 후보자의 주장에 대해 황 대표는 강하게 부인했다. 황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CD를 본 기억이 전혀 없다"며 "박 후보자 청문회인데 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따졌다.
이번엔 박지원 의원이 28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2013년 당시) 박영선 위원장이 저한테 전화로 낄낄거리면서 '황 장관에게 (동영상 CD) 이야기를 했더니 얼굴이 빨개지더라'고 이야기했다"며 박 후보자 주장을 거들었다.
아울러 박 의원은 지난 2013년 6월 17일 박 위원장의 법사위 발언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는 김 전 차관이 임명 직후 사퇴하고 3개월이 지난 시점으로 '별장 성접대' 관련 수사가 진행될 때다. 박 의원은 당시 박 위원장이 황 장관에게 김 전 차관 사건을 다 알고 있었다는 식의 발언을 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그 때 국회 방송에 박 위원장과 황 장관의 얼굴이 클로즈업 돼 나란히 보이는데, 황 장관이 미묘하게 눈을 깜빡거린다.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이는 모습도 보인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2013년 제316회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영상회의록시스템과 속기록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법사위에 출석한 황 장관에게 "장관님은 김학의 차관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실을 다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저희가 그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질문 드리지 않은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듣는 황 장관 표정과 자세는 거의 변화가 없으나 박 의원 주장대로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듯 보이기도 한다.
황 장관은 이와 관련해선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고, 박 위원장 질의 뒤 "위원장님 당부의 말씀 중에 격려의 말씀은 저희들이 앞으로 잘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부분 중에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최대한 조치를 해서 다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다"고만 답했다.
이와 관련 황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CD를 직접 본 일이 없다고 말한 거다. 왜곡이 생기고 있다"면서도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여러 번 (박영선 위원장을) 만났고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다 기억하진 못한다"고 말했다. 2013년 6월 법사위 질의에 대한 박 의원 주장에 대해선 헛웃음을 지으며 "말씀드릴 거 없다"고 했다. 김 전 차관 사건을 언제 인지한 거냐는 질문엔 "그런 말씀을 드릴 필요가 없을 거 같다"며 "중요한 건 김 전 차관을 임명할 때 검증을 거쳤고 문제가 없다고 들었다. 임명을 제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들은 건 그렇다"고 부연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SNS를 통해 "국회영상회의록이 말해 주듯이 2013년 저는 야당 법사위원장이었지만, 대한민국이 발전해야 한다는 성심으로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님을 존중해드렸다"며 "이제 진실을 말해달라. 물론 CD를 같이 보지는 않았다. 저는 당황하셔서 얼굴은 물론 귀까지 빨개지면서 자리를 뜨던 그 날 오후의 황 대표 모습이 너무 생생하다"고 일갈했다.
황 대표는 과거 김 전 차관 관련 동영상 CD를 본 적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임명 당시 그 사실을 인지했었냐는 문제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 남매'의 주장은 황 대표가 김 전 차관 임명 전부터 '별장 성접대 의혹'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만일 재수사를 통해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으로 확인되고 황 대표가 이를 사전에 인지했다는 사실 또한 드러난다면 황 대표 또한 김 전 차관 논란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상=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직접 게시한 2013년 제316회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영상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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