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직원들 대부분 버스 이용…"미세먼지에 국민 큰 불편, 동참하는 게 바람직"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7일 오후 5시 50분. 해가 서산으로 기울면서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안개같이 자욱했던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 해소되긴 했지만, 완전하지는 않았다. 서울은 이날 일주일 만에 미세먼지 '보통' 수준을 회복했다. 태극기가 바람에 나부끼는 청와대 앞길 도로에 교통량이 서서히 많아졌다. 대부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경복궁역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차들이었다.
이 차들은 청와대 직원들의 차가 아니다. 청와대는 최악의 미세먼지로 인해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동참하는 차원에서 직원들의 개인차 이용 출·퇴근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전날(6일) "자체보유 업무용 차량 운행 및 직원들의 출퇴근시 개인 차량 이용을 전면금지하는 등 미세먼지 자체 대책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오후 6시부터 청와대 직원들은 연풍문을 통해 퇴근길에 나섰다. 정장차림이나 가벼운 캐주얼 정장을 갖춰 입은 직원들이 줄지어 연풍문을 빠져나왔다. 종일 업무를 보고 집으로 가는 길이라서 그런지 대부분 표정은 밝았다. 경광봉을 든 청와대 방호과 직원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직원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차량을 통제했다.
퇴근 시각에 맞춰 45인승으로 보이는 대형 버스 3대가 연풍문 앞에 정차했다. 맨 앞과 가운데 있는 버스는 '광화문'으로, 가장 뒤에 있는 버스는 '시청'으로 가는 차였다. 버스의 문이 열리자 청와대 직원들은 원하는 곳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짙게 선팅된 버스 창문으로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자리가 꽉 찼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정차한 지 5분 만에 '만원 버스'들은 각 목적지를 향해 떠났다. 한 방호 직원은 "셔틀버스는 평일에 직원들을 실어나른다. 미세먼지 대책 시행 때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셔틀버스가 떠난 뒤 일부 직원들은 걸어서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했다. 한 청와대 직원은 "보안 등 이유로 청와대까지 오는 대중교통이 없다"며 "선택의 여지없이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야 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 직원은 "어제 직원들의 자체 이용 금지가 공지됐다"면서 "국민들이 비상저감조치로 큰 불편함을 겪고 있는데, 청와대 직원들도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직원은 "(노영민) 실장님도 오늘 아침 걸어서 출근했다더라. 평소 개인 차량을 이용했던 분들도 불평하는 내색은 없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미세먼지 자체 대책 시행을 지시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오전에 공관에서 도보로 출근했다.
이 직원은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직원 주차장을 폐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늘 미세먼지가 조금 해소된 것 같아서 조만간 이런 조치가 풀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그는 대답을 마친 뒤 곧바로 자신을 태우러 온 승용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다. 서울은 7일 만에 미세먼지 '보통' 수준을 회복했다.
해가 저물면서 바람이 쌀쌀해지자 일부 직원들은 옷깃을 여미고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가방을 멘 한 남성 직원은 택시를 기다리면서 "버스를 타고 전철을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국민의 고통을 분담하는 일에 기꺼이 동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택시를 잡는 것이 여의치 않자 그는 결국 걸어갔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 걷히면서 이날 오후 서울과 인천 등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해제됐다. 8일부터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청와대도 비상저감조치를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앞으로도 미세먼지 심할 때 차량 2부제 등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될 때마다 이러한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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