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태 전 대법원장, 26일 보석 심문서 13분 가량 발언…"무소불위 검찰" 주장
[더팩트ㅣ서초=임현경 기자]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 심문에서 작심한 듯 검찰을 정조준한 비판을 쏟아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박남천 부장판사)가 심리한 보석 심문에 출석했다. 심문 막바지에 발언 기회를 얻은 양 전 대법원장은 13분가량 강한 어조로 검찰을 비판했다. 의견문을 전부 암기했거나 준비한 내용 없이 즉석에서 발언한 것으로 보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며칠 전 구치소에 수용된 사람이 내가 수감된 방을 지나가면서 '대한민국 검찰 참 대단하다. 우리는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어서 법원을 하늘처럼 생각하는데, 검찰은 법원을 꼼짝 못 하게 하고 전 대법원장을 구속까지 시켰으니 정말 대단하다'라고 말했다"며 운을 뗐다.
그는 "저는 그 사람들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검찰은 형사적 문제 될 게 없다는 법원의 자체 조사에도 불구하고, 영민하고 목표 의식에 불타는 수십 명의 검사를 동원해 법원을 이 잡듯이 샅샅이 뒤졌다"고 말했다"며 "흡사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검찰이) 300여 페이지의 공소장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이 법원 재판 과정에 관해서 이렇게 이해를 잘 못 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재판 하나하나마다 결론을 내기 위해 법관이 얼마나 많은 자료를 검토하고 깊은 고뇌를 거치고 번뇌하는지에 대해 전혀 이해가 없는 듯했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보석 신청 사유로 '구치소에서는 사건 기록을 제대로 검토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저는 무소불위의 검찰과 마주 서야 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호밋자루 하나도 없다"며 "(증거 자료) 20여만 페이지를 책 몇 권 두기도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검토한다는 것은 아마 100분의 1도 제대로 검토 못 하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법정의 정의를 상징하는 정의의 여신상에는 거의 예외 없이 '천칭'이라는 저울이 손에 달려있다"며 "형평이나 공평 없는 재판 절차로는 정의가 실현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런 전후 사태가 제 재임 기간에 있었던 일 때문에 일어난 것에 대해서 정말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또 책임을 면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몇 번이나 이야기한 바 있다"면서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을 왜곡하는 것까지 용납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했다.

검찰은 이에 반해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수사 및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지신의 책임을 하급자에게 전가하는 태도를 보여 구속 사유인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있어 영장이 발부됐다"며 "피고인은 범행을 일관되게, 오늘도 부인하고 있어 보석 허가될 사정 변경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당시 PC 물적 조사를 거부하는 등 실체 규명을 방해했다"며 "업무용 PC 디가우징을 지시하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9월 30일 차량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서 변호인을 통해 블랙박스 SD카드를 폐기하는 등 실제로 증거 인멸을 시도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예로 들며 "'고령'은 보석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피고인은 무죄 추정의 원칙,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이 무시됐다고 주장하지만, 대법원장 재직 당시 스스로 정비한 구속영장에 대해 자신이 대상이 됐다는 이유로 폄하하는 것은 자기모순이자 자기 부정"이라고 지적했다.
재판장은 검찰과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를 신중히 검토해 적절한 시기에 보석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3월 25일 열릴 예정이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