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위원, 사표 수리 알려진 지 24일 만에 '재기용'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사임한 탁현민(46)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다시 불렀다. 22일자로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사표가 수리된 것이 알려진 지 24일 만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탁 자문위원은 무보수 명예직"이라며 "그동안의 경험을 앞으로도 소중하게 쓰기 위해 위촉했다"고 밝혔다.
탁 위원은 2017년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이후 각종 국가기념일 행사 등을 연출·기획했다. 지난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봄이 온다' 공연과 4·27 남북정상회담의 백미로 꼽혔던 '도보다리' 친교 등 정부의 각종 행사에 깊이 관여해왔다.
문 대통령은 재직 당시 이러한 탁 위원의 공로와 능력을 높이 평가해 재기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간접적으로 문 대통령이 탁 위원을 얼만큼 신임하는지 드러나 보인다. 한편으로는 사표를 내고, 수리되는 과정 동안 무수히 말이 많았던 탁 위원을 비슷한 역할로 재기용한다는 것은 대체할 만한 마땅한 적임자가 없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굵직한 대형 이벤트로 꼽히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남 행사 등을 탁 위원이 도울 것으로 보인다.
탁 위원은 재직 시절 몇 차례 사직 의사를 밝혔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 6월 과거 자신이 펴낸 책에서 여성 비하 표현이 논란이 되자 사의를 표명했으나 당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첫눈이 오면 놔주겠다"며 반려했다. 실제 그해 겨울 '첫눈'이 오자 야당 일각에선 "첫눈이 왔으니 놓아주라"고 당시 임 실장에게 종용하기도 했다.
지난달 7일 "밑천도 다 드러났고, 하는 데까지 할 수 있는 것까지는 다 했다"며 사표를 내고 휴가를 떠났다. 그가 지난달 16일 "나가고 싶고, 나가겠다고 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행에 옮겼으며, 이번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청와대를 떠나고 싶은 강한 의지가 느껴질 정도였다.
조선 초기 명재상 황희는 10차례 이상 고령 등을 이유로 임금에게 사직을 청했다. 노년기에도 격무에 시달리던 터였다. 그러나 조선 4대 임금인 세종은 끝내 황희의 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정승의 반열에 올랐던 조말생도 풍병을 앓는 등을 이유로 관직에서 물러나려 했으나 세종은 허락하지 않았다. 능력이 있는 신하를 곁에 두고 정사를 돌보기 위함이었다. 문 대통령이 탁 위원의 사직을 받아주지 않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로 읽힌다.
탁 위원이 사표 제출 이후 그의 사직서가 수리될 것인지 여부가 정계 안팎의 관심사였다. 청와대는 탁 전 행정관이 사표 수리를 알린 이후 수리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다 탁 위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직서가 정식으로 수리되었다는 소식을 오늘 들었다"고 알렸다. 탁 위원의 사직서가 곧바로 수리되지 않을 것으로 볼 때 문 대통령이 적잖게 고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책을 내려놓고 문 대통령의 곁을 떠났던 탁 위원은 다시 소임을 맡게 됐다. 무보수 명예직, 한결 가벼운 직책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정부의 각종 행사를 돕기 위해 컴백을 마다하치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새 감성과 새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도 다시 채워야 할 때"라고 말한 그가 충전이 다 된 것일까. 어쨌든 대통령 행사 기획을 자문하는 자리를 맡게 됐다. 결국, 놓아준 것도, 안 놓아준 것도 아닌 모양새가 돼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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