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정치권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망언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이 불을 지른 장본인입니다. 한국당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 의원을 제명했지만,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해서는 징계를 보류해 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여기에 박순자 한국당 의원의 아들이 국회출입증 특혜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에 방점을 찍으며 광폭 행보를 보입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제 상황에 문 대통령의 고심이 더욱더 깊어지는 모양새입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박순자 한국당 의원 아들 국회 편법 출입 논란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지금으로부터 39년 전 일어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또 정치권을 강타했습니다. 이른바 '5·18 망언' 논란입니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의 소행이라거나 폭동 등으로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사의 가슴 아픈 상처인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또 다시 정쟁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인 셈인데요.
-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한국당 의원들의 이런 발언을 비판하며 의원직 제명이라는 강경 조치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이면서 한국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유명해졌다'며 논란을 선거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박순자 한국당 의원의 아들이 국회출입증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사기업에 다니는 박 의원의 아들이 어머니의 입법보조원으로 등록됐다는 것입니다. 그럼 먼저 논란의 '5·18 망언'의 당사자인 김진태·김순례 의원 이야기부터 나눠보겠습니다.
◆첫 합동연설, 황교안·오세훈보다 김진태?…'인기남'인가 '민폐남'인가
-한국당은 14일 처음으로 당 대표, 최고위원 후보들이 모두 모여 충청·호남권 당원들을 대상으로 합동연설회를 가졌죠? 분위기가 어땠나요?
-네,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 직접 다녀왔는데요, 신임 당 대표 선출을 기대하는 당원들의 성원으로 체육관 열기가 상당히 뜨거웠습니다. 특히 이날 행사장에서 이름이 가장 많이 연호된 건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황교안·오세훈 후보가 아닌 가장 약체로 분류되는 김진태 후보였습니다. 김 후보 지지자들이 행사장에 압도적으로 많이 몰린 모습이었는데요, 행사장 앞쪽과 곳곳에 중·노년층의 김 의원 지지자들이 퍼져 있었고, 이들은 필사적으로 김 후보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물론 행사장에 지지자들이 많이 왔다고 해서 당심이 그렇다고 판단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김 후보 스스로 자랑하는 '동원력' 하나는 확인할 수 있었던 광경이었습니다.
-듣기로는 김 후보 지지자들이 대부분 '강성 우파'가 많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김 후보 역시 한국당 내에서 성향이 가장 오른쪽으로 쏠린 의원으로 분류가 되는데요, 그의 지지자들도 비슷한 성향으로 보였습니다. 이날 좀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하는 조해원 후보가 연설에서 "오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했음에도 여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우리 당 지지율이 빠졌다. 누구 때문이냐. 여러분이 김진태, 김진태를 외칠 때 제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아십니까. 그래 김진태 데리고 우리 당을 나가라! 이래서 우리가 수권정당을 할 수 있겠냐. 우리가 무슨 '대한애국당'이냐"라고 정면 비난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김 후보 지지자들은 상당히 흥분한 모습으로 조 후보를 향해 욕설과 비난을 쏟아냈고, 사회자의 중재로 겨우겨우 상황이 정리될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욕설이 나온다니 좀 놀랍습니다. 다른 일은 없었나요?
-사실 이때뿐만이 아니라 김 후보 지지자들의 조금 도 넘은 행동에 당 관계자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지지자들은 축사하는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서 욕하고 야유를 보내기도 했는데요. 김 후보가 최근 '5·18 망언' 논란으로 인해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것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또, 다 같이 '한국당'을 외치다가도 금세 '김진태'로 구호가 바뀌기도 하고, 한참 동안 구호를 멈추지 않아 사회자가 "멈춰달라"고 재차 호소해야 했습니다. 다른 후보들이 연설할 때 김 후보의 이름을 외치는 지지자들도 있었습니다.
-당 관계자들도, 다른 후보 지지자들도 상당히 불쾌했을 것 같습니다. 충돌은 없었나요?
-큰 충돌은 없었지만 작은 싸움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황교안 후보가 연설 중 통합을 강조하면서 '보수의 가치를 지켜온 분,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분'이라고 언급한 부분이 있었는데 김 후보 지지자가 황 후보를 향해 욕을 했고, 다른 당원이 항의하면서 서로 밀치는 등 작은 몸싸움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큰 싸움으로 번지진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최근 5·18 망언 논란과 더불어 참 씁쓸한 광경이었습니다.
-김 후보가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등장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재미있는 장면은 없었나요.
-조금은 재밌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많은 김 후보 지지자들을 중간에서 관리(?)하시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김진태를 외쳐야 할 때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신호를 주고, 또 멈춰야 할 때는 응원봉을 교차시켜 X를 그렸습니다. 몇몇 지지자들이 욕을 하고, 다른 후보 연설 때 김 의원 이름을 외치고 할 때마다 이분이 X를 그리면서 경고하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박순자 의원 아들 '국회 편법' 출입 논란 확산의 이면
-박순자 한국당 의원의 아들이 국회를 편법으로 출입했다는 논란이 있었죠. 입법보조원 제도의 허점을 이용했다는데, 이후 추가로 여러 의혹이 더 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네, 지난 12일 박 의원의 아들 양모 씨가 중견기업인 A 가구업체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하면서 지난해 상반기부터 최근까지 까다로운 국회 출입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회를 자유롭게 출입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박 의원실 입법보조원으로 등록해 24시간 국회 출입이 가능한 출입증을 발급받아 출입한 것이었죠. 입법보조원은 의원실마다 최대 2명씩 둘 수 있습니다.
-양 씨의 편법 국회 출입 사실이 알려진 이후 겸직 논란, 박 의원의 이해충돌 문제 등 추가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양 씨가 회사 업무와 의원실 업무를 같이 했다면 겸직이고, 박 의원의 직책(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고려하면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정의당에선 박 의원이 아들 업무 편의를 위해 국회의원 사무실을 제공했다면 배임에 해당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박 의원과 양 씨는 어떻게 해명하고 있죠?
-네, 박 의원은 처음에는 "의원실 출입증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가, "제가 모르게 보좌관과 얘기가 된 것 같다, 의원실에선 비서들이 있을 때 의원실 소파에서 개인 사무를 보기도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양 씨는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부분에 대한 해명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팩트> 취재 결과 잘못 알려진 사실도 꽤 있습니다. 먼저 양 씨는 국내 한 대기업에서 11년가량 대관업무를 담당하다, 지난해 3월 A 업체로 이직했습니다.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낮춰서 이동한 것이고, 박 의원의 업무와 직접적 관련성이 낮은 가구업체여서 기업 인사나 업무에 개입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또, 양 씨는 대관업무가 아니라 홍보, 콘텐츠 제작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국회에는 회사 사정상 여성가족부와 여성가족위원회 등과 협력해 CSR 및 홍보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방문했고, 대관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입법보조원 출입증을 발급받은 것과 관련해선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고 양 씨 측 지인이 말했습니다.
-다른 기업의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국회를 어떻게 출입하고 있죠.
-국회에 오래 근무한 보좌진들에 따르면 보좌관이나 비서관을 하다 기업 대관팀으로 옮긴 이들은 알음알음 입법보조원 신분으로 국회를 출입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합니다. 현재 입법보조원 자격으로 국회 출입증을 발급받은 인원은 총 293명인데요, 300명의 의원이 2명의 입법보조원을 둘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00명 이상 추가 등록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다만 국회의원들은 입법보조원 외에도 각각 9명의 보좌진을 임명할 수 있어 굳이 추가로 입법보조원을 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아들을 입법보조원으로 등록해 국회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한 것은 '자녀 특혜'로 비칠 수 있지만, 업무나 역할 등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 온 자영업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자영업자·소상공인 대화가 화제가 됐죠?
-아마도 대통령이 일선 상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대화를 나눈 게 이번이 처음이라 그 상징성이 클 것 같고요. 또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가 지난해 말 기준 564만 명에 달하거든요. 이는 우리나라 인구 중 9분의 1을 차지할 정도예요.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 때문이라도 이번 행사를 지켜본 자영업자들이 많았을 것으로 보이고요. 국민적 관심도 쏠리면서 이번 행사가 주목받았던 것 같습니다.
-자영업자 등과 대화 이후 청와대 분위기는 어떤가요?
-대체로 소상인들이 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이들의 고충을 문 대통령이 직접 청취하고 또 바라는 것들을 정부가 지원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얘기가 오갔던 만큼, 상당히 의미 있는 자리였다는 게 청와대 측의 반응입니다.
-문 대통령이 자영업자와 오찬을 함께 했습니다. 인연태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이 직접 춘추관에 와서 브리핑까지 했는데요. 행사에 참여한 자영업자분들도 고마워하고 분위기가 좋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우리나라에서 밥 한 끼 나눠 먹는 것이 소중한 것처럼 이번 행사가 소중한 자리였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외부 평가는 엇갈리는 것 같던데요?
-그렇습니다. 문 대통령과 자영업자들이 2시간이 넘도록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는데요, 특히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과 카드 수수료 등 문제로 힘들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러나 최저임금과 관련해선 문 대통령이 영세상인들의 의견을 반영하되, 그래도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거든요. 최저임금이 올라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토로한 자영업자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죠. 병 주고 약 줬다는 얘기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반대로 자영업자 민심을 살피고 다양한 의견들에 대한 지원과 보완을 약속한 부분은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과 자영업자들이 처음 머리를 맞댔는데,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느냐는 시각입니다. 그래도 문 대통령이 자영업자들을 외면하지 않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고요. 또 카드수수료 협상권을 자영업자에 주는 방법을 찾으라는 등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방안 마련에 나선 점은 영세상인들이 반길 만한 일인 것 같습니다.
-입춘이 지나면서 이제 곧 봄이 오는구나 싶었는데 15일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상당한 눈이 내렸습니다. 봄이 오는 것을 시샘이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매해 봄이 오는 길목에선 늘 한파와 눈이 내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자연은 때를 어기지 않습니다. 여의도 국회 정치권은 언제쯤 봄이 올지 또다시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임현경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임영무 기자, 이새롬 기자, 배정한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남용희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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