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임영택 고전시사평론가] 리더의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은 조직이나 집단 그리고 국가에서 성패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사람을 감별하는 능력은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뿐 아니라 리더나 공동체에 해가 될 인물을 알아채는 능력을 포함한다. 어찌 보면 인재를 알아보는 일보다 조직에 해가 될 인물을 걸러내는 능력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재를 몰라봐도 리더나 공동체가 커다란 피해를 받지 않을 수 있으나 해로운 인물은 리더나 공동체를 파멸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인배나 모리배를 가까이 두면서도 제대로 통제를 못 하면 심할 때는 한 나라가 망하고 어떤 때는 패가망신한다. 불행한 일은 이런 사례가 무수히 많다는 것이다. 비극적인 사례가 무수히 많지만 진 제국의 멸망과 전국시대 춘신군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기원전 221년 전국시대를 통일한 진 제국은 진시황이 죽은 지 5년 뒤인 기원전 206년에 항우에 의해 멸망했다. 진 제국의 수명은 딱 15년에 불과할 정도로 단명했다. 진시황은 50세에 과로사 했으며 장남인 부소에게 황위를 계승하라고 유언했다. 부소는 시황제에게 간언하다 미움을 사 북방에서 만리장성 축조와 흉노족 침입을 감독하는 일을 맡고 있었지만 시황제는 죽는 순간에는 부소를 황제로 삼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시황제의 유언을 무시한 채 환관 조고가 승상 이사와 짜고 용렬한 호해 왕자를 2세 황제로 삼았다.
시황제 생전에 조고가 죄를 지었을 때 사법 관리에게 죄를 묻자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했지만 시황제는 일처리가 민첩하고 자신의 비위를 잘 맞춘다는 이유로 사면하고 복직시켰다. 이때 시황제가 조고를 사형에 처했거나 권력의 중심에서 배제시켰다면 진 제국의 운명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진 제국의 단명은 일차적으로 시황제가 사람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
전국시대 초나라의 초고열왕은 자식을 낳지 못했다. 이 때 왕족이자 재상인 춘신군의 문객이었던 이원은 출세하고자 자신의 누이를 춘신군에게 바쳤다. 임신을 하자 누이는 이원과 모의하여 춘신군에게 자신을 왕에게 바치고 왕이 죽은 뒤 아들을 낳게 되면 자신과 춘신군의 자식이 왕이 되어 부귀영화를 오래도록 누릴 수 있다고 유혹했다.
춘신군은 이때 이원의 누이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위험한 도박을 했다. 이원의 누이는 왕후가 되었고 출산한 사내는 태자가 되었다. 이원은 춘신군이 비밀을 누설하거나 권력을 빼앗을 것에 대비하여 비밀리에 결사대를 양성하며 춘신군을 죽이고자 했고 이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때 측근이 춘신군에게 닥칠 위험을 말하면서 자신에게 궁궐과 왕궁을 수비하는 벼슬을 주면 이원이 일을 벌일 때 먼저 죽이겠다고 제안했다.
춘신군은 "그만두시오. 이원은 단지 연약하고 무능한 사람일 뿐이오. 또 나는 그와 매우 친한데 장래에 어찌 그런 일이 있겠소"라고 말했다. 이 사람은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화가 자신에게 미칠까 두려워 곧 도주해 버렸다. 얼마 후 왕이 죽자 이원은 먼저 궁에 진입하여 결사대를 매복시켰다가 춘신군이 들어올 때 죽여 버렸다. 춘신군 일가는 몰살당했으며 이원의 아들이 왕위에 올랐다. 춘신군은 두 번의 실수를 했다. 첫 번째는 간교한 이원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두 번째는 상황을 직시한 측근의 간언을 물리쳤다. 첫 번째 실수를 저질렀더라도 두 번째 상황에서 잘 대처했다면 자신과 일족이 도륙되는 화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열국지' 마지막에 나오는 "오랜 역사의 흥망을 모두 관찰하니 모든 것은 조정에 충신이나 간신을 등용하였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은 조직이나 집단 그리고 국가의 성패의 관건은 리더의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임을 표현한 것이다. 집권 3년차 난관에 봉착한 문재인 정부의 성패는 역시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에 달려 있다. 주위에 얼마나 좋은 사람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쁜 사람을 골라내는 것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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