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과 장소가 알려졌습니다. 만날 듯 말 듯했던 북미 정상이 밀당을 끝내고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만나기로 한 것입니다. 청와대와 여당은 환영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울상입니다. 전당대회가 27일이기 때문이죠. 한국당은 청와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풍이라면서 전당대회 날짜 변경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바른미래당에선 출입기자의 폭언으로 연찬회 시작 전부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260일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에서 만납니다. 오는 27~28일 1박 2일간 두 정상이 만난다는 소식에 지난해에 이어 세계의 시선이 다시 베트남으로 쏠리게 됐습니다.
-북미 정상의 만남이 확정되면서 청와대는 환영과 함께 분주한 모습입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일단 청와대는 선을 그었지만, 북한이라는 특수성을 볼 때 유동적으로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입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당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먼저 이번 주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북미정상회담 관련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북·미가 '또' 외면한 비운의 한국당?…'의문의 2패'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 확정으로 한국당이 의문의 1패(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피해를 본 것)를 당했죠.
-정확히 말하면 의문의 '2패'가 될 것 같습니다(웃음). 이번 북미회담이 오는 27일부터 28일 열리는 것으로 확정되자 한국당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신임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27일 예정하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보통 정당이 전당대회라든가 주목받는 이벤트를 열게 되면 그 영향으로 지지율이 올라가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는데 북미회담으로 인해 전당대회가 완전히 묻혀버릴 위기에 처해버렸습니다.
-작년 1차 북미정상회담도 한국당엔 악재였죠?
-네, 그래서 의문의 2패라고 한 건데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약 7개월 전이죠. 지방선거 바로 전날이었던 6월 12일 제1차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있었습니다. 그 당시 워낙 북미, 남북 간의 평화 무드가 무르익은 상태였고, 북미회담은 거기에 쐐기를 박는 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투 샷이 세계 신문을 장식했습니다. 바로 다음 날 지방선거가 열렸던 것인데요, 여당이 대승, 야당은 참패를 맛본 선거였습니다. 많은 요인이 있겠으나 한반도의 평화 무드, 북미정상회담이 여당에 조금 더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7개월 만에 열리는 2차 회담이 정확하게 한국당 전당대회와 겹치니 한국당 입장에선 황당할 수밖에요.
-이게 '기획된 것 아니냐'는 음모설도 나왔다면서요?
-네, 맞습니다. 한국당에선 "이거 정부·여당에서 북미에 그렇게 요청한 것 아니냐. 한국당 전당대회랑 일부러 겹치게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방선거 사령탑이었던 홍준표 전 대표와 김진태 의원이 공식적으로 그런 목소리를 낸 것이었는데요, 이 두 사람은 모두 전당대회에 출마했습니다. 지방선거 책임을 졌던 홍 전 대표 입장에선 아마 더 황당했을 것 같습니다(웃음).
-사실 음모설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 억지 아니냐는 관측이 대부분입니다. <더팩트>가 만나 이와 관련 얘기를 나눈 정치권 관계자들은 거의 '요청했다고 미국과 북한이 그에 맞춰서 정상회담 날짜를 잡겠냐. 너무 지극히 한국당 중심적인(?) 생각 아니냐. 말도 안 된다'는 견해였습니다. 한 한국당 관계자도 사석에서 "당연히 (기획 가능성) 말도 안 되지. 근데 우리 입장에선 너무 웃긴 거 같다. 세계가 나서서 우릴 미워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했습니다.
-(웃음) 솔직히 한국당 입장에선 정말 억울하고, 좀 슬프고 그럴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또 당내에선 논쟁이 생겼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한국당 내부, 특히 김진태·심재철·주호영·안상수·정우택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표 등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 '전당대회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 이런 주장이 곧바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의견이 조금 갈렸습니다. 재밌는 건 단 한 분만 빼고 다 연기하자는 입장을 냈는데요, 연기 반대를 한 것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입니다.
-딱 한 분만요? 연기를 반대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황 전 총리는 '정해진 일정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전당대회 판세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진 전당대회 판이 거의 황 전 총리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가장 유력하죠. 각종 여론조사나, 실제 당원, 현역 의원들 의견을 들어봐도 그렇습니다. 황 전 총리가 워낙 강력한 상황인데요, 그런 상황에서 황 전 총리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한 것이죠. 경쟁 상대로부터 어떤 네거티브 공세가 나올지 모르고, 그러다 보면 또 크게 다칠 수 있거든요. 오 전 시장은 지난 7일 이와 관련 "(황 전 총리가) 어딘가 불안한 요소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황 전 총리에게는 박근혜 전 대통령, 병역 등 약점들이 좀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렇군요. 어쨌든 당은 전당대회를 일정 그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죠?
-네, 비대위는 '원칙' 등을 이유로 들며 그대로 전당대회를 27일에 진행하겠다고 결정했는데요, 거의 모든 후보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런 결정이 나오니 아무래도 비대위에서도 황 전 총리의 당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말도 있습니다. 추후 나머지 주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서 상황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황 전 총리를 제외한 후보들은 보이콧을 하겠단 입장입니다.
◆ 미·중 정상회담 2월 불발, 靑은 알고 있었다?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립니다. 청와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발표 직후 2차 북미회담이 열리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은 이미 싱가포르에서 70년 적대의 역사를 씻어내는 첫발을 뗀 바 있다. 이제 베트남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진전의 발걸음을 내디뎌 주기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아울러 북미회담이 열리는 베트남은 양국과 특별한 관계가 있습니다. 미국은 베트남과 적에서 친구가 됐고, 북한은 베트남을 경제발전 롤모델로 삼는 국가라고 합니다. 청와대도 이런 역사적 사실은 알고 있어서인지 "미국과 총칼을 겨눴던 사이지만, 이제는 친구가 되었다. 북한과 미국이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기에 베트남은 더없이 좋은 배경이 되어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베트남행 가능성이 2차 북미회담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된 건가요?
-우리 시간으로 설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의회에서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2차 북미회담 장소와 시기를 공개했습니다. 이후 문 대통령이 베트남에 가느냐 안 가느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는데요, 이는 한 외신 보도를 근거로 합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지난 3일 소식통을 인용해 2차 북미회담 기간 미·중 정상회담이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다고 보도했거든요.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전격 베트남을 방문해 남·북·미·중 4자 회담이 열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 겁니다.
-청와대도 문 대통령의 베트남행에 무게를 싣고 있나요.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북미회담 합류에 관해선 북미 사이에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전제하면서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문 대통령의 베트남행 시나리오를 두고 여러 분석을 내놨습니다. 아마도 워낙 문 대통령이 베트남에 가느냐 마느냐, 4자 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되느냐 안 되느냐가 관심사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 갖가지 설들이 나와서도 그렇고요. 1차 북미회담 전에도 문 대통령이 개최지 싱가포르로 가느냐 마느냐로 시끄러웠던 때가 있었거든요. 마치 리뷰를 보는 듯하기도 했습니다.(웃음)
-그렇다면 청와대의 말처럼 문 대통령의 베트남행은 어렵다고 분위기로 보아야 할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남은 2월이 아니라 추후라고 밝히면서 베트남에서의 4자 종전선언 확률이 높지 않아 보입니다. 또, 문 대통령의 베트남행 가능성 역시 작아졌고요. 그래서 청와대가 이달 미중회담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웃음) 어디까지나 누군가의 지나가는 말이니 청와대가 꼭 그랬다는 것은 아닙니다.(웃음)
◆한 정당출입 기자의 폭언 "어차피 망할 정당"
-바른미래당 연찬회가 8일 열린 가운데, 준비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고요?
-연찬회는 8일부터 9일까지 1박 2일로 예정됐습니다. 연찬회, 워크숍 같은 경우 늘 기자들도 함께 따라가는데요, 보통 공개 일정과 비공개 일정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전부터 문자로 출입기자들에게 신청을 받고 일정이나 이동 방법 등을 공보실에서 준비하곤 합니다. 그런데, 연찬회 전날인 7일 저녁 바른미래당 공보실 측에서 만든 단톡방(출입기자 단체채팅방)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무슨 일인가요?
-네, 한 공보실 직원은 연찬회에 참석하는 기자들과 공보실 직원들, 대변인단을 포함해 단톡방을 개설했습니다. 연찬회 일정과 버스 이동 및 식사를 위해 비용 청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김영란법 때문에 각각 비용을 청구해야 하는데요, 그래서 공보실 직원은 그 문서들을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제지 기자로 알려진 A모 기자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궁예 분장을 한 사진과 함께 "어차피 망할 당 대충 하시죠"라는 글을 올리고 방을 나가버렸습니다. 당시 단톡방에 초청된 바른미래당 출입기자는 제3당인 바른미래당에 대놓고 폭언을 해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얼마 후 같은 회사 선배로 알려진 B모 기자가 "저희 후배가 물의를 일으켜서 정말 죄송합니다. 단단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사과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3시간 만에 A모 기자는 사과의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는 "제가 분별없는 언행으로 당직자 여러들께 불쾌감을 드리고 기자 선후배 여러분께 당혹감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라며 "과도한 음주 탓에 이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사과 올립니다"라고 사과했습니다. 해당 기자는 다음 날 일어나서 자신의 글을 보면서 아찔했을 것 같네요. 다른 기자들은 사석에서 '아무리 음주여도 그렇지', '3시간 만에 숙취 해소가 가능한 건가'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자가 모 정당과 특수관계에 있어 조금 더 논란이 될 거 같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다음 날인 8일 일명 '지라시'가 돌며 이 기자가 정양석 국회의원의 아들이라는 말들이 돌았습니다. 특히 정 의원은 바른미래당의 전신인 바른정당에 몸을 담았던 전적이 있어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한국당에 당적을 둔 현역의원입니다.
-바른미래당 당직자들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불쾌했을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바른미래당 당직자들은 "어이가 없다", "당황스러워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는데요, 발언이 발언인 만큼 당 차원에서도 언론사에 공식적으로 사과를 요청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박지원 의원은 "저는 그 SNS를 보지도 않았지만, 어젯밤 늦게 해당 언론사의 부장께서, 오늘(8일) 낮 기자의 부친인 동료 의원께서 전화를 주셔서 저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이해 바랍니다"라며 쿨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임현경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임영무 기자, 이새롬 기자, 배정한 기자, 남윤호 기자, 남용희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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