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2월 말 베트남에서 열릴 전망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화두인 가운데 북미 정상이 어떤 합의를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반도의 운명이 다시 한번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북미 회담 결과에 따라 국내도 요동칠 수 있다. 분단 후 가장 좋은 관계에 있는 남북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위험과 예측 불가능성이 존재하는 북한이기에 더욱더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이목이 쏠린다. <더팩트>는 북한과 미국 전문가를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의제와 결과 그리고 이후 한반도 정세와 관련 '긍정적인 전망', '우려의 시선', '특별한 관점' 등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짚어보았다. <편집자주>
"해외사찰단을 통한 핵 폐기절차가 중요"
[더팩트ㅣ종로=박재우 기자]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주고 핵 활동을 '동결' 수준으로 협상 된다면 미국에는 좋겠지만, 우리에게는 '핵' 위협이 제거된 것이 아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우려 섞인 목소리였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ICBM·핵 동결카드를 내주고 상응 조치로 미국으로부터 대북제재 해제를 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해외사찰단을 통한 핵 폐기 절차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구체적인 협상안으로 북한 핵 동결·ICBM 폐기와 대북제재 해제 교환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한 긍정적인 분석도 많지만, 안보전문가 신 센터장은 이에 대해 '나쁜 딜'(Bad Deal)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 1월 워싱턴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나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만난 신 센터장은 "아직까지 날짜, 장소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후속 조치 실무회담이 아직 안 되고 기대보다 지연되고 있다"고 더딘 협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더팩트>는 신 센터장과 지난 1년간의 한반도 정세와 2차 북미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신 센터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지난 1년간 한반도 정세를 전반적으로 평가해 준다면?
기본적으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왔다.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대화 분위기를 이어왔다. 다만, 좋은 대화 분위기 속에서도 북한 비핵화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남북관계 개선 속도만 빠르게 이뤄져 불균형이 있는 상황이다. 이 불균형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과제가 남았다. 우리가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단계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좋은 평가를 준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미국 워싱턴 방문이 싱겁게 끝났다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 그런가?
김 부위원장의 방미가 이뤄진 다음에 무언가 발표가 나올 거로 기대했었다. 미국이 김 부위원장 방미 이전에 북한과 CIA를 통해서 접근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나 시기의 발표 보도를 기대했는데, 발표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북미 간 양측 입장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싱겁게 끝났다고 표현했다. 김 부위원장 방미 이후 1주일이 지났는데 그 상황이 지금까지 비슷하다. 아직 실무협상 중이라고 하고 있지만, 날짜 장소 발표가 아직 안 됐다.
김 부위원장이 워싱턴에 가져간 협상이 미국에 기대를 충족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정상회담 필요성에 대한 합의는 있다. 의제는 어느 정도 만들어졌지만, 조율하는 단계는 아직 안됐다. 단계적 실무협의를 통해서 조율하려는 것이지만, 실무협의를 개최해야 구체적인 날짜, 장소가 발표된다. 후속 조치 실무회담이 아직 안 되고 기대보다 지연되고 있다. 이번 설까지(5일) 발표가 안 될 수도 있다.
-이번 스웨덴 스톡홀름 남·북·미 3자 실무회담에서 무슨 얘기를 나눴다고 보는가?
간접적으로 당시 회담의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 새로운 협상 수준의 논의는 아니고, 양측 입장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 회의인로,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브레인스토밍 정도 한 것 같다. 실질적인 협상은 워싱턴에서 이뤄진 것 같다. 미국 국무부에서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김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만남과 관련해서 보도자료를 냈는데, 1차 실무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또,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김 부위원장이 묵고 있는 호텔에 가서 장시간 회의를 했다고 하는데 거기서 보다 구체적인 내용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에서는 다양한 사안에 대해서 브레인스토밍을 한 수준으로 보인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 있어 이상적인 협상은 무엇이고, 나쁜 협상은 무엇인가?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미국도 어느 정도 수용했다. 미국은 핵 능력 일괄 신고·검증·폐기하는 일괄 타결 방안을 포기했다. 이번 제2차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이 핵심 목표가 될 것이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가 아니라 '동결' 정도를 내놓고 미국의 제재해제를 받으려고 할 것이다. 그 정도로 제재가 해제되면 다음 단계 비핵화 조치 끌어내기 어렵다.
이번 회담에서 의미 있는 비핵화 협상이 되기 위해서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동결'뿐 아니라 영변 핵시설에 대한 '신고·검증·폐기'가 합의되고 그것에 대한 보상(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남북철도 등 경제적 제제완화)도 포함돼야 한다.
검증과 관련돼 중요한 사항이 있다. 검증 방식에서 항상 북한이 주장하는 것은 해외 사찰단의 단순한 참관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해외 사찰단이 직접 시료 채취를 해야 한다. 원자로나 재처리 관련 물자를 채집해서 과학적인 분석을 해보면 그 원자로 재처리 시설 또는 농축 우라늄 원심분리기를 얼마나 가동했는지를 알 수 있다. 거기서 얼마나 북한이 핵무기를 대략적 보유하고 있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나중에 북한이 핵 물질을 신고했을 때 파악된 양과 맞으면 그만큼만 폐기하면 되는 것이다. 국제 사찰단이 참관만 하게 되면 북한이 신고하는 양밖에 알 수 없다. 그동안 북한이 얼마만큼 핵 물질을 만들어 놨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사찰단 시료 채취가 영변 핵시설 폐기의 핵심이다. 이것을 합의한다면 상응 조치로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 허가를 내줘도 좋다. 그러나 합의를 못하면 잘못된 협상으로 흐르게 된다.
-북한이 국제사찰단 '시료 채취'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시료채취가 핵심이라는 것을 미국도 알고 있다. 시료채취가 포함된 협상을 받아내야 하는데, 북한이 끝내 안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협상의 판이 깨지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잘못했다고 비난을 받게 된다. 이때 미국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ICBM 카드이다.
북한은 핵물질이 ICBM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 북한은 ICBM은 폐기해도 다시 만들 수 있다. 그걸 폐기함으로써 미국이 경제제재를 완화해준다면 북한은 핵 보유를 굳힐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북한이 핵 '폐기' 대신 ICBM을 미국에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ICBM을 포기한다는 것은 미국에 있어서는 큰 선전 거리가 된다.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을 해소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ICBM을 주고 핵 활동을 '동결' 수준으로 협상이 된다면 미국은 좋겠지만, 우리에게는 '핵' 위협이 제거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로써는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에서 남한이 가져야 할 자세와 문재인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스웨덴에서 봤던 것처럼 한국 정부가 북미대화가 단절됐을 경우 연계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북미가 직접 대화를 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미국은 제재 완화와 관련해서 한국 정부와 견해차가 있다. 한국 정부 목소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 역할이 작년보다 많이 줄었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직접 대화하면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 이를 수용하고 미국과의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 북한과의 대화에서는 비핵화를 강조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형식, 체면, 중재의 역할에만 얽매이지 않고 비핵화 촉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지난해 서울 답방 무산 등을 들며 남북 관계 신뢰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신뢰가 부족해서 답방이 이뤄지지 않았다기보다는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에서 얼마만큼 성과를 보일 수 있느냐를 두고 고민을 했을 거라고 본다. 미국과 협상이 진행되지 않은 채 서울 답방을 해도 대북제재가 있기 때문에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철도공사 등 구체적 협력 사안을 합의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 이전 서울 답방은 북한 입장에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협상 거리를 갖고 서울을 답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대화에서 성과를 거두면 서울 답방은 이뤄질 것 같다. 북한이 우리 정부에 보내는 신뢰수준은 꽤 높은 것 같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3.1절을 맞아 김 위원장의 서울에 올 것으로 생각하나.
사실상 3.1절 서울 답방은 불가능하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2월 중순까지 제재 해제에 대한 전반적 합의가 되어야한다. 이를 바탕으로 김 위원장 서울 답방이 추진될 텐데 조율이 안 되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 작년 연말 친서 등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고려해보면 3월 말이나 4월 초 적어도 북미정상회담 이후 몇 주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는 등 중국의 역할론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는가?
'중국 역할론'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얘기했고, 중국의 이해와 일치하는 부분이다. 비핵화 협상은 북미 간 타결 방식으로 가고 있다. 평화체제 관련해서는 남·북·미·중 4자 체제로 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한반도 정세에 들어오고 싶어 했는데, 북한이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는 전반적인 한반도 프로세스에 부정적인 영향 끼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들어오게 된다면 주한미군 문제에서 북한의 입장을 들어줄 것이다. 협상이 타결되는 데는 더 어려워진다. 빠른 속도의 비핵화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도 현실은 수용해야 한다. 북한 제재에 90%를 중국이 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의 이익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중국이 대북제재를 풀어버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협상도 진행이 안 된다. 협상은 수용하고 중국을 어떻게 잘 설득하고 포용할지를 고민해서 북한 비핵화와 한미동맹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시정연설에서 북일 수교 정상화를 언급했다. 향후 북일 관계를 어떻게 예상하시는가?
북일 관계에 있어서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사실상 북한에도 일본이 필요하다. 북한에게는 경제 제재 해제 이후에 일본의 식민지 배상금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일본은 납치자 문제 해결하려고 나올 것이다.
그렇지만 당장 풀릴 수 있는 현안은 아니다. 아베 총리 시정연설은 일본이 이 문제에서 소외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북한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이라고 본다. 북일 간 비공개 접촉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있은 뒤에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미국 언론들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미국 내부 반응은 어떤가?
미국 내부 여론은 상당히 차가운 것 같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화 자체를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고, 제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고 북한과 비핵화 로드맵을 합의한 후 정상회담하길 바랐다.
대화기조 자체를 반대하는 미국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속지 말고 제대로 된 대화를 하라는 것이다. 이번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놓고는 트럼프 행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 같다. 정상회담 날짜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실무회담을 통해서 이견을 좁혀 간 다음에 어느 정도 성과 있으면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설날을 전후로 해서 실무협상이 이뤄질 것이다. 그 실무협상을 계기로 일정한 진전이 있으면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발표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산정책 연구소 2019년의 역할과 개인 목표는?
아산정책연구원 설립 목적 자체가 정책연구를 통해서 정부에 얽매이지 않고 활동하는 것이다. 대부분 국제기구는 정부 방침에 따라야 해서 독립적인 목소리 내지 못한다. 순수한 독립적인 연구를 하자는 취지로 아산연정책연구원이 설립됐다. 북한 문제 관련해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적인 목표는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과 있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조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역할을 치우침 없이 잘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이다. 정부에 몸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과에 대한 부담은 없다. 그렇지만 올바른 방향 갈 수 있도록 아이디어도 내고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땐 쓴소리도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역할을 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신 센터장은 국방연구원에서 연구 활동을 시작한 이래 군사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군사분야 뿐 아니라 국립외교원에서 외교관 양성에 힘쓰기도 했다.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을 학술지와 정책지에 기고하고 있고 최근엔 다양한 언론노출을 통해 한반도 정세에 관한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신 센터장이 몸담고 있는 아산정책연구원은 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을 기념해 만든 민간단체다. 2015년에는 중국사회과학원이 발표한 세계 100대 싱크탱크 순위에 한국의 민간 싱크탱크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민간단체인 만큼 정부의 입장에서부터 조금 자유로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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