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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위안부' 피해 김복동 할머니 별세…"가슴 속 恨 꼭 풀어드려야"

  • 정치 | 2019-01-29 17:23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가 29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김 할머니을 애도하기 위해 빈소를 찾은 모두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이날 빈소에서 흐느끼는 조문객을 위로하고 있는 모습. /신촌=김세정 기자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가 29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김 할머니을 애도하기 위해 빈소를 찾은 모두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이날 빈소에서 흐느끼는 조문객을 위로하고 있는 모습. /신촌=김세정 기자

文 대통령, 취임 후 첫 일본군 피해자 조문…"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시길"

[더팩트ㅣ신촌=임현경 기자] 빈소에 있는 모두가 침통하고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3) 할머니의 빈소가 29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고인을 기리는 이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기색이 역력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 28일 오후 10시 41분 같은 병원에서 암투병 중 별세했다. 고인의 장례식은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시민장'으로 치러졌다.

앳된 얼굴을 한 청소년, 각 시민단체 관계자 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시 피해자 여성들을 위해 싸웠던 김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모였다.

김복동 할머니의 '단짝'인 길원옥 할머니가 이날 빈소를 찾았다. 길 할머니가 이날 빈소를 찾아 김 할머니의 영정을 바라보는 모습. /김세정 기자
김복동 할머니의 '단짝'인 길원옥 할머니가 이날 빈소를 찾았다. 길 할머니가 이날 빈소를 찾아 김 할머니의 영정을 바라보는 모습. /김세정 기자

2시 43분께 '단짝' 길원옥(91) 할머니가 찾아왔다. 휠체어를 타고 온 길 할머니는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과 김동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관장의 부축을 받고 휠체어에서 내렸다.

길 할머니는 김 할머니와 함께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는 '나비기금'을 설립했으며, 평소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길 할머니는 무릎을 꿇고 앉은 뒤 멍하니 김 할머니의 영정을 바라봤다. 공허한 표정을 짓던 길 할머니는 곧 빈소 옆 휴게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음료를 권하는 주변인들에게 "아무것도 안 먹겠다"며 "이렇게 빨리 가시네"라고 말할 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 앞에서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이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서 조문하는 모습. / 김세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 앞에서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이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서 조문하는 모습. / 김세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오후 3시 10분쯤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에 들어갔다. 그는 김 할머니의 영정 앞에 헌화와 절을 한 뒤 30분 동안 김 관계자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어머님하고 연세가 비슷하신데 훨씬 정정하셨다. 참 꼿꼿하셨다"며 "조금만 더 사셨으면 3.1절 100주년도 보시고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 평양도 다녀오실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길 할머니에게 "이산가족이 한꺼번에 다 (평양에) 갈 순 없더라도 고향이 절실한 분들이라도 먼저 다녀올 수 있어야 한다"며 "할머니 오래오래 사십시오"라고 기원했다.

이에 길 할머니는 "늙은이가 오래 살면 병이고 젊은이가 오래 살아야 행복이지"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함께 오래 살면 된다. 젊은 사람들이 부족한 게 많으니 어르신들이 이끌어주셔야 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의 빈소를 찾은 것은 취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월에도 같은 병원에 입원했던 김 할머니를 문병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조문을 마친 뒤 포토라인 반대편 출구로 나와 병원 관계자 및 조문객들과 악수를 나눈 뒤 자리를 빠져나갔다. 그가 조객록에 작성한 내용은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 문재인'이었다.

정치 주요인사의 조문 행렬도 끊이지 않았다. 이날 빈소를 찾아온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모습. /김세정 기자
정치 주요인사의 조문 행렬도 끊이지 않았다. 이날 빈소를 찾아온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모습. /김세정 기자

한편 정치 주요인사의 조문 행렬도 끊이지 않았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날 낮 12시 빈소를 찾아 예정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상주를 맡았다.

진 장관은 "7일 전 병원에서 뵀을 때도 불안했지만 잘 견뎌주십사 부탁드렸다"며 "저랑 손 붙잡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평양도 함께 같이가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조금 더 할머니 한을 풀어드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떠나셨다니 주무부서 장관으로서 너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오후 2시 2분께 조문을 마치고 나온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중 생존하신 분들 숫자가 점점 줄고 있다"며 "김 할머니는 일본군 만행을 알리시고 위안부 피해 실상을 알려주신 정말 최전선에 계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과에 인색하지 말아달라고 다시 한 번 일본에 촉구할 것"이라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오후 2시 21분께 조문을 마친 뒤 심경을 밝히던 중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심 의원은 "(김 할머니는) 정말 우리의 깃발이셨다"며 "김 할머니의 용기로 은폐됐던 역사가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불굴의 투쟁으로 우리시대의 양심을 뒤흔들어주셨고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실천으로써 온몸으로 불태워 인간의 존엄과 평화를 위해 싸우셨다"며 "이제 남은 숙제는 우리 김 할머님이 키우신 평화의 나비들과 함께 꼭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한국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김 할머니의 빈소를 찾았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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