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역사 바로 세우기를 잊지 않겠다"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 별세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김 할머니는 1년여의 암 투병 끝에 전날 향년 94세로 별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복동 할머니께서 어제 영면하셨다"며 글을 올렸다. 이어 "흰 저고리를 입고 뭉게구름 가득한 열네 살 고향 언덕으로 돌아가셨다. 할머니,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열네 살 고향 언덕으로 돌아가셨다'고 언급한 부분은 김 할머니가 만 14살 때 일본군에 끌려가기 전 '아픔' 없는 생전으로 가셨다는 의미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김 할머니가 1993년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임을 증언, 전 세계에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리는 업적 등을 기렸다. 김 할머니는 1992년 가족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할머니께서는 피해자로 머물지 않았고 일제 만행에 대한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며 역사 바로잡기에 앞장섰다"며 "조선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다른 나라 성폭력 피해 여성들과 연대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는 일에 여생을 다하셨다"라고도 했다.
이어 "지난해 병실에서 뵈었을 때, 여전히 의지가 꺾이지 않았던 모습이 생생하다"면서 "역사 바로 세우기를 잊지 않겠다.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자 스물세 분을 위해 도리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행사를 마련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또 일본의 반발이 예상되는 외교적인 껄끄러운 문제가 있어도 국민 정서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요구를 고려, '직진'하는 경향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는 '화해·치유재단 해산'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위안부 피해자 명예 회복과 상처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결정했고, 여성가족부는 지난 21일 재단의 설립을 취소한 상태다. 이 재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이 출연한 10억(약 100억 원)엔으로 설립됐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단체는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하며 10억 엔 반환과 재단 해산을 요구해왔다. 아베 일본 총리는 "국제적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나라와 나라 간의 관계도 성립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재단 해산 추진에 강하게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는 피해자 존엄의 명예회복 등을 위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8월14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 지난해부터 첫 기념식을 열었다. 민간이 주도로 기념해 왔던 행사를 공식 국가기념일로 격상시킨 것이다. 8월14일은 고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8월14일 위안부 피해를 최초로 공개 증언한 날이다.
문 대통령도 첫 '기림의 날' 행사에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피해자 할머니들과 지속적인 소통에 성의를 다할 것이고 피해자 중심 문제 해결이라는 국제사회의 인권규범에 따라, 할머니들을 문제해결의 주체로 존중하겠다"며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한 기념사업도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외에도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4일 길원옥·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 8분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기도 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단독으로 청와대에 초청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경기 광주 '나눔의 집'으로 의전 차량을 보내는 등 최고의 예우를 갖추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병원에 입원한 김복동 할머니를 문병하러 간 날이 바로 오찬 전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1월7일 국빈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해 국빈 만찬을 마련했는데, 이때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초청했다. 당시 청와대는 김 할머니 초청과 관련해 "한·일 역사 문제에 있어 미국이 균형 있는 시각을 가져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때도 일본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국빈 만찬에 김 할머니를 초청한 것과 관련해 한일 위안부 합의 정신에 위배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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