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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택의 고전시평] 험난한 개혁, 아직 기회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높은 지지율을 무기로 각종 개혁을 단행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는 특별한 반전의 카드가 없는 한 개혁의 동력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게 돼 비상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사진은 지난핸 국정상설협의체를 주재하는 문 대통령./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높은 지지율을 무기로 각종 개혁을 단행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는 특별한 반전의 카드가 없는 한 개혁의 동력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게 돼 비상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사진은 지난핸 국정상설협의체를 주재하는 문 대통령./청와대 제공

[더팩트 | 임영택 고전시가평론가]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째에 접어들었다. 대통령 스스로도 규정했듯 현 정부는 자타가 공인하는 촛불정부다. 적폐의 상징이었던 박근혜를 끌어내린 촛불 민심은 단지 집권세력의 교체만을 바라지 않았다. 촛불 민심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적폐 청산과 시민의 삶의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권 초기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지만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이제 40% 중후반대를 맴돌고 있다. 혹자는 이 지지율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촛불정부의 특수성과 집권 초기 높은 지지율을 갉아먹을 대형 악재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지율이 급전직하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평가해야 한다. 지지율의 급속한 추락은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감이 광범위하게 퍼졌음을 반증한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높은 지지율을 무기로 각종 개혁을 단행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는 특별한 반전의 카드가 없는 한 개혁의 동력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집권 세력은 국회에서 의석수가 부족하여 개혁입법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론 각종 개혁은 입법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는 측면이 강하지만 법률의 제·개정이 아닌 대통령령과 각종 행정조치만으로도 개혁을 단행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집권세력이 진정으로 이 나라를 바로잡을 개혁을 단행하려고 하는데 수구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면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들어 수구세력을 압박하고 개혁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요컨대, 중요한 것은 집권세력의 개혁방향과 의지일 뿐이다.


동양병법의 대가로 흔히 손자와 병칭되는 오자(본명은 오기)의 삶은 개혁가의 험난한 여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기는 위나라 출신인데 처음에는 공자의 제자인 증자 문하생이었지만 그의 행실을 탐탁하지 않게 여긴 스승이 그를 쫓아내자 병법을 배워 훌륭한 장군이 되어 노나라와 위나라에서 명성을 떨쳤다.


오기는 위나라에서 능력을 시기한 사람의 농간에 걸려서 초나라로 갔다. 초나라 군주는 오기의 현명함을 알고 있어서 바로 재상으로 삼았다. 오기는 법령을 정비하고 불필요한 관직을 없애고 왕족의 봉록을 폐지하여 얻은 재원을 바탕으로 군대를 양성했다. 그는 강군을 이끌고 영토를 확장하며 큰 공을 세웠으나 봉록을 뺏긴 왕족들은 오기를 증오했다.


왕이 죽자 왕족과 대신들이 난을 일으켜 오기를 공격하니 그는 달아나다가 왕의 시신 위에 엎드렸다. 오기를 공격하는 무리들이 화살을 쏘아 그를 죽였는데 그때 왕의 시신에도 화살이 꽂혔다. 장례가 끝난 뒤 태자가 즉위하여 오기를 죽이려고 왕의 시신에 화살을 쏜 자들의 70여 집안사람들을 모두 처형했다. 오기는 죽으면서도 복수를 한 셈이다. 오기는 훌륭한 개혁가이자 탁월한 장군이었다. 그의 비참한 죽음은 개혁가 숙명의 극단적 발현이었다.


사마천은 “오기가 초나라에서 행한 일은 각박하고 몰인정하였기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고 기록했다. 필자는 사마천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기가 펼친 부국강병책은 국가에 도움이 되는 개혁이었다. 모든 개혁에는 기득권 세력의 거센 도전과 반발이 있기 마련인데 오기의 개혁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득권 세력은 오기를 절대적으로 신임하는 군주가 두려워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군주가 죽자 오기를 제거해 버렸다. 오기의 각박하고 몰인정한 정책이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 아니라 초나라 출신이 아닌 오기의 취약한 개혁 지지기반과 개혁 저항세력의 공격 및 강력한 후원자인 군주의 사망이 오기를 죽게 했다.


문재인 정부에 아직은 개혁의 기회가 남아있다. 개혁은 아무런 탈 없이 무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며 기득권 세력의 강력한 도전이 있기 마련이다. 모든 개혁은 규모와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투쟁을 동반한다. 개혁의 국면에서 중요한 점은 개혁을 추진할 적임자를 등용하여 두려움 없이 개혁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개혁을 단행할 역량 자체가 없다면 처음부터 희망이 없지만 말이다. 개혁은 고귀하게 성취할 수 없다. 개혁가 손의 색깔은 피부색이 아니라 핏빛이란 말을 되새겨 보자.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높은 지지율을 무기로 각종 개혁을 단행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는 특별한 반전의 카드가 없는 한 개혁의 동력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게 돼 비상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사진은 지난핸 국정상설협의체를 주재하는 문 대통령./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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