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투기 의혹 주간'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이번 주 정치권 뉴스는 '손혜원' 키워드가 지배(?)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가 손 의원 논란을 겨냥해 의혹의 중심지인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을 찾았고, 다음 날 손 의원도 그곳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투기 논란 불똥은 목포가 지역구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손 의원의 난타전으로도 번졌습니다. 청와대는 얼마 전까지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했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아랍에미리트(UAE) 특임특별보좌관으로 임명했습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文대통령, 임종석 다시 기용…이유는?
[더팩트ㅣ정리=이원석 기자] -손혜원, 손혜원, 손혜원. 이번 주는 온통 손혜원 더불어민주당…아니죠. 민주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손 의원의 이슈로 정치권이 시끄러웠습니다. 벌써 일주일이나 이슈가 지속되고 있는데요, 이번 주엔 한국당이 손 의원 이슈를 겨냥해 논란이 되는 목포를 직접 찾았습니다.
-또, 손 의원은 다음 날 직접 기자간담회를 논란의 장소에서 가졌죠? 저희 취재진도 직접 목포까지 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그 이야기 한 번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방금 소속을 이야기하실 때 헷갈리셨는데, 손 의원도 탈당한 이후였던 지난 21일 빙상인 성폭력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처음엔 민주당 소속이라고 소개하다가 '아 아니군요, 무소속'이라고 정정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손 의원 이슈 외에도 청와대에선 임종석 전 비서실장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해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습니다. 먼저 손 의원과 목포 이야기부터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목포 찾은 나경원과 손혜원, 공통점과 차이점
-지난 22일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목포를 찾았고, 바로 다음 날엔 손 의원이 목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같은 장소였죠?
-네, 그렇습니다. 나 원내대표 등 한국당 원내지도부와 손 의원은 하루 차이로 각각 손 의원 투기 논란이 불거진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을 찾았습니다. <더팩트> 취재진도 해당 현장을 모두 직접 취재했는데요, 특별히 두 사람의 목포 방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류해 봤습니다.
-사진을 보니 다른 시간 같은 배경을 두고 그곳을 찾은 정치인들의 모습이 참 재밌었는데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먼저 공통점부터 말하자면 방금 말씀하셨다시피 '공간'이죠.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가장 메인이 됐던 장소는 '창성장' 앞입니다. 창성장은 손 의원이 일제강점기 시대 건물을 매입, 리모델링해 현재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는 곳입니다. 두 번째 공통점은 '주민'입니다. 한국당 의원들과 손 의원이 왔을 때 그 주변 주민·상인들이 거의 다 나온 모습이었습니다.
-가보지도 않았는데 이틀 연속 보도된 사진들이 많아서 창성장 앞 그 장소가 매우 익숙하기까지 합니다(웃음). 차이점은 뭔가요?
-말하자면 공통점 속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우선은 '반응'이었습니다. 이틀 다 주민들이 나왔지만 상대를 대하는 반응은 달랐습니다. 주민들은 한국당 의원들의 방문을 상당히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반면 손 의원에 대해선 정말 환영을 넘어 절대적인 지지를 보였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손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떠날 때 끝까지 차 유리를 두들기며 "힘내라"고 외치던 주민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시간'입니다. 그곳에 머무른 시간을 비교한다면 한국당 의원들은 20분이 채 되지 않았고, 손 의원은 기자간담회 시간을 포함해 약 3시간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손 의원은 기자간담회 전 조카 카페를 들리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내부자와 외부자'의 차이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외부자인 한국당 의원들은 주민들에게 환영받지도 못하고, 마치 '이런 곳이 다 있냐'는 표정으로 그곳을 둘러보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손 의원에겐 그곳이 '홈그라운드'였습니다. 한국당 의원들은 누군가에게 그곳에 대해 안내를 받았다면 손 의원은 자신이 기자들에게 그곳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군요. 그 '홈그라운드'가 마포가 아닌 목포라는 점은 좀 아이러니하긴 합니다.벌써 일주일 넘게 이 사안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한 번 지켜봐야겠습니다.
◆손혜원 vs 박지원, 목포 두고 '난타전'…승자는?
-목포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인 박지원 의원에 대해서도 얘기를 들어봤다고요? 어땠나요. 최근 박 의원은 이번 투기 의혹을 놓고 손 의원과 공방을 벌이고 있죠.
-네. 손 의원 투기 의혹이 불거진 목포는 박 의원의 지역구입니다. 박 의원은 처음 논란이 발생했을 땐 '투기가 아니라고 확신한다'며 손 의원을 감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십 채라면 말이 달라진다", "문제가 상당하다"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에 손 의원도 "노회한 정치인, 배신의 아이콘"이라며 박 의원에 상당히 날을 세웠고, 박 의원 역시 "투기의 아이콘"이라고 받아치며 갈등이 격화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박 의원은 급작스럽게 또 태도를 바꿨습니다. 그는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제발 손 의원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 저는 지금 떨고 있다. 분명히 손 의원의 진정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박 의원이 입장을 바꾸고 사과를 한 것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이후 박 의원은 "사과를 한 건 아니다. 이번 일로 목포 시민이 분열돼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민주평화당 관계자들은 이번 분란이 더 커지는 것을 우려해 박 의원이 참기로 결정한 것 같다는 관측을 내놨습니다. 근데 직접 현장에 가보니 박 의원이 왜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었는지도 짐작이 갔습니다. 목포에 1박 2일 머물면서 여러 시민들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취재진이 느끼기에도 손 의원과 싸우는 것이 박 의원에겐 손해로 보였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직접 얘기를 나눠본 목포 시민들 중엔 손 의원이 투기를 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습니다. 목포 시민들은 목포가 최근 불황을 겪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목포를 살리려 한다는 손 의원의 주장에 적극 공감하는 듯했습니다. 특히 논란의 중심지인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주민들은 손 의원에 대한 신뢰가 아주 강했습니다. 취재진은 주민들에게 일일이 박 의원과 손 의원의 갈등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요, 많은 분이 이번 일과 관련해선 박 의원이 잘못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오히려 박 의원은 여기에 온 적도 없다. 손 의원이 (목포로) 출마하면 그를 뽑겠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박 의원은 매주 금요일에 목포에 내려갔다가 월요일에 올라온다고 해서 '금귀월래'라는 말까지 탄생시켰잖아요? 그런데 지역구 반응은 매우 의외의 결과네요.
-네, 맞습니다. 몇몇 분들은 박 의원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대다수의 목포 시민들은 박 의원이 '잘한다'는 평가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투기' 논란만 놓고 봤을 땐 아무래도 손 의원의 손을 더 들어주는 분위기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박 의원이 입장을 바꾼 것도 이에 대한 목포의 여론을 고려한 것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그런데 일단 박 의원이 자세를 낮추긴 했으나 두 사람의 갈등이 쉽사리 끝날 것 같진 않습니다. 손 의원은 25일 박 의원이 '사과한 건 아니다'라고 발언한 내용의 기사 링크를 SNS에 공유하며 "시시각각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말을 바꾸는 의리도 없고, 정의도 모르는 야비한 정치인에게 저에 관한 질문, 더 이상 하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꼬집었습니다. 또한 손 의원이 계속해서 박 의원과 목포 서산온금 지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 의혹을 엮으면서 박 의원 쪽에서도 마냥 참고 있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 '文의 남자' 임종석, 화려하게 컴백…이정도 비서관 "설만 머리에 넣고 와서…"
-청와대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화려하게 컴백했죠?
-네, 그렇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임 전 실장을 아랍에미리트(UAE) 특임특별보좌관으로,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이라크 특임특별보좌관으로 각각 위촉했습니다. 임 특임과 한 특임은 지난 8일 직을 내려놓고 청와대를 떠났는데요, 12일 만에 다시 돌아와, 문 대통령을 보좌하게 됐습니다. 청와대에 따르면 특보는 급여·차량이 제공되지 않고 사무실 공간만 제공됩니다.
-이날 특임 인사 발표는 예고돼 있지 않았습니다. 오후 4시 20분 예정된 인사 발표 15분 전쯤 출입 기자들에게 공지됐는데요, 뜻밖이기도 했지만, 청와대를 떠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인사들이 다시 '깜짝 발탁'됐다는 것에 대해 적잖게 놀라워하는 반응도 엿보였습니다.
-두 특보는 UAE·이라크와 인연이 있죠. 임 특보는 비서실장 재직 당시인 2017년 12월 대통령특사로 UAE를 방문했죠. 한 특보는 2009년부터 한·이라크우호재단 이사장을 맡아왔고요. 이러한 부분이 위촉 배경에 깔렸는데,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두 특보를 매우 신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기도 합니다. 반대로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2일 설 선물을 군·경·민간 등 각계각층에 보냈는데,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설 선물과 관련해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죠?
-네, 맞습니다. 이 비서관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는데요, 설 선물과 관련한 간담회였습니다. 선물을 받은 대상이 누구인지 어떤 준비를 했는지 등을 설명했습니다. 이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는데요, 구성품과 관련된 질문 등 간담회 주제와 맞는 물음도 있었지만, 안건 외의 질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총선에 나갈 비서관들 몇 분이나 있느냐"는 질문에 이 비서관은 "제가 설 연휴와 관련한 것만 머릿속에 넣고 와서 뒤져 보고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또 손 의원 의혹과 관련해서 청와대 여러 기념품이나 전시회에 나전칠기 중심 제품들이 많았는데, 그렇게 된 배경과 구매 취지가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 "전통문화 관련 기관에 위탁 운영하고 있을 뿐 청와대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금시초문"이라고도 했습니다.
-또,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사표가 수리됐느냐는 질문도 나왔는데요, 이 비서관은 "인사 절차나 요건에 맞춰 진행되지 않겠냐"고 답했습니다. 이처럼 설 선물과 관련 없는 질문이 쏟아지자 이 비서관은 다소 당황하는 기색이 보였습니다. 그래도 친절하게 말씀은 해주시더라고요(웃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임현경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임영무 기자, 이새롬 기자, 배정한 기자, 남윤호 기자, 남용희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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