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성폭력 전수조사·한체대 고강도 감사·대한체육회 수뇌부 총사퇴" 촉구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젊은빙상인연대와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21일 "(성폭력) 피해 선수들은 자신의 신원이 공개될 경우, 빙상계를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전명규(한국체육대학 교수) 사단'으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할까 두려움에 떨며 살고있다"고 호소했다.
젊은빙상인연대 여준형 대표, 박지훈 자문변호사는 이날 손 의원과 함께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젊은빙상인연대는 최근 빙상계에서 제기된 성폭력 사례들을 조사·정리하면서, 심석희 선수가 용기를 내 길을 열어줬음에도 성폭력 피해를 본 선수들이 왜 혼자서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지도자들이 어째서 계속 승승장구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젊은빙상인연대는 "많은 분이 아시다시피 조재범 전 코치와 심석희 선수는 모두 전명규 교수의 한체대 제자다. 추가 성폭력 가해자 가운데 상당수도 전 교수의 제자들로 확인됐다"며 "전 교수가 총책임자로 있던 한체대 빙상장에서 폭행과 폭언을 일상으로 경험했던 선수 다수도 한체대와 관련된 이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자가 가해자고, 제자가 피해자인 상황에서 전 교수는 3월 1일부터 안식년을 즐기려고 했다. 전 교수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지도자냐고. 당신이 교수냐고. 당신이 스승이냐고"라며 "전 교수가 오랫동안 대한민국 빙상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던 배경은 빙상계를 포함한 체육계, 그리고 일부 정치인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젊은빙상인연대는 정부에 ▲체육계 성폭력에 대한 과감한 전수조사 ▲한체대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추가적인 빙상계 성폭력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손 의원은 "빙상 선수 A 씨는 10대 때 한체대 빙상장에서 스케이트 강습을 받던 중 빙상장 사설강사이자 한체대 전 빙상부 조교인 한 코치로부터 수회에 걸쳐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며 "훈련 도중 자세를 교정해준다는 핑계로 강제로 안거나 입을 맞췄다고 증언했으며, 국외 전지훈련을 갔을 때도 강제 포옹과 강제 입맞춤이 계속됐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 의원은 "'밖에서 만나서 영화 보러 가자' 등의 연락을 취해왔고, A 씨가 이를 거부하자 해당 코치는 폭언을 퍼부었다고 한다"며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선발과정에서 경기력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현재 이 선수는 당시 충격으로 스케이트화를 벗은 상태"라고 전했다.
손 의원은 "이같은 피해사례들이 많지만, 대부분의 가해자들이 어떤 제재나 불이익도 받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이들 코치가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 휘하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며 A 씨가 성폭행 피해와 관련 전 교수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도 캡처해 공개했다.
캡처 화면에 따르면 A 씨가 고통을 호소하자 전 교수는 "네가 빨리 벗어나길 바란다. 그것이 우선이야"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손 의원은 "전 교수는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로부터 전달받아 충분히 인지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가해자는 여전히 빙상계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전 교수가 사건의 은폐에 관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의원은 "전 교수는 빙상계의 대부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며 "빙상 선수들은 그가 자기 측근의 성폭력 사건 은폐에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빙상 선수들이 증언에 소극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빙상계의 적폐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전 교수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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