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감싸기 속 의혹 전선 확대에 부담 느낀 듯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탈당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손 의원의 결백 주장을 받아들인 민주당 지도부가 탈당을 만류한 가운데 이뤄진 결단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감싸기에도 "내 일은 내가 해결"
손 의원 탈당의 표면상 이유는 더는 당에 부담을 주기 싫다는 것이다. 손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제 결백, 제 인생과 관련한 문제인 만큼 제가 해결하겠다. (당이) 허락을 안 해주면 저 혼자 나가서 선언하겠다고 강력히 요청했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홍영표 원내대표도 "당에선 손 의원이 당적을 내려놓겠다는 문제에 대해 만류를 많이 해왔다"며 "그럼에도 손 의원이 당에 더 이상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 당적을 내려놓고 의혹을 명확히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밝혀 (탈당) 기자회견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의 반발을 감수하고,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는 손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치를 보류했던 민주당이다. 당시에도 나왔던 '자진 탈당' 요청을 기자회견 직전까지 간곡히 만류해 왔으나, 결국 손 의원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또한, 야당에서 손 의원과 김정숙 여사와의 관계(고교 동창)를 거론하며 청와대까지 엮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도 탈당의 이유로 지목된다. 이와 관련 손 의원도 "더 이상 온 국민을 소모전 속으로 몰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거침없는 발언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손 의원을 당에서 컨트롤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국보급 투수였던 선동렬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모욕,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한 막말 등 손 의원의 입과 관련한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당에선 그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손 의원이 당적은 내려놓지만, 심정적으로는 여전히 '민주당 사람' 임을 시사해 탈당의 실질적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손 의원은 이날 "당적을 내려놓지만 당원들과 헤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당을 살리기 위해 당을 떠난다"고 말했다.
이에 야 4당은 "꼬리 자르기", "뻔뻔하고 오만한 민낯", "의미 없는 탈당" 등의 혹평을 쏟아내며 손 의원의 '의원직 사퇴'까지 촉구하고 나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손 의원 탈당 기자회견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당장 여론의 뭇매를 피해가고픈 민주당과 이 사태를 모면하고자 하는 손 의원 간 모종의 거래로밖에 보이질 않는다"며 "도마뱀의 꼬리를 자르면 당장은 도망칠 수 있지만, 도마뱀 꼬리는 다시 자라게 되어있다.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조건 없이 검찰 수사를 받기 바란다"고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손 의원을 향해 "탈당으로 끝내겠다는 뻔뻔하고 오만한 민낯이 부끄럽다. 의원직 사퇴가 답"이라며 "'잡아떼기'가 명수급, '변명'은 역대급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고 질타했다.
◆야 4당 "손혜원, 의원직 사퇴해야"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은 통해 "손 의원의 탈당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손 의원은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국민 앞에 겸손한 태도로 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손 의원이 제기된 의혹에 시종일관 '억울하다'는 입장 반복과 판돈을 키우는 베팅 마냥 의혹 제기 당사자들에게 '무엇을 걸 것이냐'고 압박하는 자세는 사태의 본질은 비껴간 채 엉뚱한 판만 키웠다"며 "수사를 통해 밝히면 되는 사건을 물귀신 작전과 벼랑 끝 전술 등 본질을 비껴간 방식으로 접근하면 사건의 실체와 이해충돌이라는 본질이 흐려질 뿐"이라고 꼬집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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