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연찬회, 온통 관심은 자리에 없던 '황교안'
[더팩트ㅣ과천=이원석 기자] "친박(親 박근혜), 비(非)박을 넘으니까 이제 친황(親 황교안)이 다 나옵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6일 당 국회의원 연찬회 시작을 알리며 의원들에게 꺼낸 말이다. 한 언론은 전날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한국당에 입당하자 당내에 친황 모임이 꾸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나 원내대표가 의원들을 향해 '당헌당규'까지 거론하며 '계파 경계령'을 내린 것이다. 황 전 총리는 연찬회에 참석하지 않았으나 내내 화두로 오르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날 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는 경기도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렸다. 순서는 크게 특강-토론으로 진행됐다.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한일갈등과 한국외교, 한미동맹 등을 주제로 전문가들의 강의를 함께 듣고 질의응답 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사들은 주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한국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안했다. 이후 7개 정책조정위원회 별 그룹토의와 전체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그룹토의에선 각종 정치 현안 관련 대정부 중점법안, 저지법안 등이 논의됐고 종합토론에선 당내 현안 등을 포괄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특강을 제외한 대부분의 순서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의원, 취재진 등 참석자들 대부분의 관심사는 '대정부 전략'보단 전날(15일) 한국당에 전격 입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로 향하는 분위기였다. 연찬회장에 도착해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황 전 총리의 입당 소식과 관련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한 중진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대화 중 "황 전 총리 인기가 많긴 많나 보다. 관심이 엄청나더라"고 감탄했다.
연찬회 시작부터 나 원내대표가 친황을 언급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나 원내대표는 "더 이상 계파 이야기 나오지 않게, 과거를 넘어서 미래로 가야 한다"며 "당헌당규에 의하면 의원님들은 전당대회 때 캠프에 들어갈 수 없다. 윤리위에 회부하겠다는 말보다는 당헌당규를 잘 지켜달라는 말로 대신하겠다"고 '친황' 분위기를 견제했다.
실제 한국당 당헌당규 제7장 34조는 후보자가 아닌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중앙당 및 시도당 당직자 등은 전당대회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의원들도 중간중간 취재진을 만나 황 전 총리의 추후 행보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이 친황계의 실제 존재 자체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는 눈치였다. 다만 한 의원은 "이제 하루 됐는데 '짠'하고 친황계가 생겼겠냐. 그런 건 앞으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라며 "황 전 총리가 추후 정말 대선까지도 갈 능력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들 거고 사람들은 그걸 친황이라고 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전 총리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었다. 정우택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역할 등을 언급하며 "황 전 총리에 대해 명확한 검증이 더 필요하다"며 "아직은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현재 당권 도전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의원은 "두고 봐야 한다. (황 전 총리가) 정치는 이제 처음이지 않나"라며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얘기도 계속 나오는데, 실제로 현실 정치는 생각했던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긍정적 평가도 많았다. 한 의원은 황 전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미 (의원의) 반 이상은 황 전 총리를 지지할 것"이라며 "워낙 정치적 입지가 강력하기 때문에 그런 한 사람이 등장하면 자연스레 교통정리가 되게 돼 있다"고 했다.
황 전 총리는 전날 입당식에서 취재진에게 연찬회에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고 알렸지만, 결국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다.
연찬회엔 당 소속 의원 112명 중 약 80여 명이 참석했다. 김무성·김성태 의원 등 비박계 의원들이 다수 불참해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으나 나 원내대표는 참석률이 저조하다는 취재진 질문에 "특별한 사정이 있는 분들만 불참했고, 그들을 제외하면 (참석률은) 매우 높다"고 답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선 일부 의원들이 전날 발표된 당협위원장 인선과 관련 김병준 비대위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비대위원장은 연찬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이 된 후 당협위원장 인선이나 공천이나 이런 부분에 단 한 사람도 추천하지 않았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좀 인정해달라"고 했다.
한편 황 전 총리는 이날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관심들과 관련 "정치신인 황교안에게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황 전 총리는 SNS에 글을 올려 "이제 겨우 입당을 했을 뿐인데, 첫날부터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뉴스를 보면서 긴장도 되고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게 된다"며 "평생 국가의 녹을 먹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제 새롭게 정치를 시작하는 사람으로서, 그 어떠한 비판과 질책도 당연히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또 "우리나라가 지금 얼마나 위태로운 지경에 있나"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진력하는 것이 지금 저에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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