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손으로 직접 뽑은 그 국회의원은 잘하고 있습니까. 2016년 4월 총선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020년 21대 총선을 준비할 때가 됐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시간이 가도 여전히 당파싸움에 제 기능을 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이런 꼴을 보려고 국회의원을 뽑지는 않았는데 말이지요. 우리를 대신해서 정치를 해달라고 했는데 혹시 민심은 외면한 채 자신의 정치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신지요. <더팩트>는 화제와 이슈의 국회의원 지역구를 찾아 '풀뿌리 민심'을 듣는 '그 의원 지역구에선'을 연재합니다. 모든 시민을 만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유권자를 만나 '우리 의원님'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들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잘했다!" 긍정적 평가 대다수… 일부는 "지역에도 관심 가져줬으면"
[더팩트ㅣ강북구=이원석·박재우 기자]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지난 3일 서울 강북구를 찾은 취재진의 귀에 신이 난 어린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아이가 어머니의 양손을 각각 붙잡은 채 걷고 있었다. 해 맑게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영하권 날씨마저 따뜻해지는 기분이 든다.
지난해 하반기 가장 큰 이슈는 '유치원 비리'였다. 일부 사립유치원 원장 및 관계자들이 나라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아이들에게 사용하지 않고, 성인용품과 명품을 구입하는 등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이다. 국민들은 분노했다. 유치원, 어린이집에서는 종종 교사의 폭력, 부실급식 등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곤 했다. 하지만 이번 유치원 비리 파문은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문제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세상에 드러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박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일부 유치원들의 일탈 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고, 그는 2018년 최고의 '국감 스타'로 꼽혔다. 문제 제기에 이어 '유치원 3법' 통과를 위해 애쓰는 그의 모습 또한 연말 내내 메인 뉴스를 장식했다.
'국감 스타' 박 의원은 지역구인 강북구을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국회의원일까. 지금껏 찾았던 여러 지역의 주민들은 자신의 국회의원들에 대해 긍정적인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박 의원은 만큼은 '유치원 비리'를 폭로한 활약을 볼 때 주민들에게 자랑스러운 '우리' 국회의원이지 않을까. 궁금증을 안고 서울 강북(을) 지역을 돌며 주민들과 얘기를 나눠봤다.
강북을은 도봉구에서 강북구가 분리 신설되면서 지난 1995년부터 신설된 선거구로 삼양동, 미아동, 송중동, 송천동, 삼각산동, 번3동을 포함하는 선거구다. 특히 강북을은 서울 내에서도 민주당 세가 강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1996년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단 한 번도 보수당에 내주지 않았을 정도이다.
취재진이 가장 먼저 만난 건 길거리 노점에서 장사를 하는 한 60대 후반 어르신이었다. 어르신은 취재진이 박 의원에 대한 평가를 묻자 "그런 걸 왜 묻냐"면서도 "(박 의원) 평이 좋다. 욕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어르신은 "자주 지역에 온다. 지역을 찾을 때마다 본다"며 "박 의원 정도면 다음다음엔 대통령도 될 수 있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어르신은 박 의원의 활약이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카센터를 하는 40대 후반의 남성과도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남성은 유치원 비리 폭로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본다. 가끔 지나가면서 (박 의원을) 보는데 (이번 일로) 홈런친 거죠"라고 했다. 다만 '박 의원이 지역구에도 신경을 많이 쏟고 있냐'는 질문에 "전 지역구 챙기고 이런 건 안 믿는다"며 "국회의원들끼리 예산쪼개기하고 자기가 뭐 유치했네, 그런 건 대단히 중요한 건 아니라고 본다"고 정치권을 향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중년 남성은 유치원 비리에 대해 분노를 표하기 시작했다. 그는 "저도 아기를 키우고 있는데 정말 심각하다. 지금 정도로는 안 된다. 더 밝혀내야 한다"며 "유치원들이 주장하는 건 일부라는 건데 오히려 다 똑같고 일부만 그렇지 않은 거다"라고 꼬집었다. 취재진은 약 10분여 동안 이 남성이 쏟아낸 사회의 부조리 이야기를 들었다.
지역 주민들을 만나보면 대개 젊은 청년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날도 마찬가지로 청년들 대부분은 "잘 모르겠다"며 취재진을 지나쳤다. 그러나 한 20대 여성이 '박 의원을 아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삼양동에 거주한다는 이 여성은 "원래는 제가 살고 있는 곳의 국회의원인지 몰랐다. 이후에 알게 됐는데 신기했다"며 "정치인이라고 하면 안 좋은 소식만 들어왔는데, 동네 국회의원이 좋은 일로 뉴스에도 많이 나오니 좋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처럼 취재진이 만난 주민들 대다수는 박 의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일부는 섭섭함을 표하기도 했다. 한 60대 부동산 중개업자는 "잘하는 것도 있는데 중앙(정치)에만 너무 힘을 쏟는 것 같다. 지역에도 좀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랫동안 같은 동네에 살며 긴 기간 통장을 맡기도 했다는 이 중개업자는 지역에선 박 의원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며 여러 지역구 현안 해결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힘 써줬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의원의 지역구 특징은 유독 다른 곳보다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 등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많다는 점이다. 박 의원 지역구 사무실이 위치한 상가에도 유아 태권도장 등이 있었다. 박 의원 역시 자연스레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잠시 박 의원 사무실에도 들려 지역 분위기 등을 물어보기로 했다.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 옆 벽면에 박 의원이 여러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붙어있었다.
지역 사무실 직원에 따르면 박 의원은 본인도 어린 자녀들을 키우고 있어서인지 애초부터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사진들 또한 이번 유치원 비리 폭로가 있기 전부터 붙어 있던 것이라고 했다.
자신도 동네 주민이라는 지역 사무실 직원은 "(유치원 비리 문제제기 이후) 응원 전화가 많이 온다. 자랑스럽다고들 하신다"면서 "자랑스럽다는 말은 주민들 입에서 나오기가 쉽지 않다. 직원 입장에서도 그런 전화를 받으면 뿌듯하다"고 지역구 반응을 전했다.
이어 '박 의원이 지역구도 잘 챙기고 있냐'고 묻자 "하루에도 서너 번씩 국회와 지역구를 왔다 갔다 한다"며 "직원들 사이에서도 '너무 힘들 텐데, 사람이 아니다'라는 얘기를 한다. 의원 당신 욕심이 지역도 돌보고 국회도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지역엔 다소 소홀한 것 같다'는 일부 목소리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러자 직원은 "박 의원이 바쁘게 움직이지만, 한 곳에 가면 다른 곳에선 볼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역반응 같다"며 "국회에서 지역구 오가는 것을 머뭇머뭇하지 않는 의원 중 한 분이다. 또, 항상 지역에 있는 다른 관계자들에게 '내가 못하는 부분은 당신들이 해줘야 한다'고 늘 말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사무실을 나오니 마침 유치원 하원 시간인 듯했다. 아이 손을 잡고 걷는 한 학부모에게 박 의원에 대해 물었다. "아주 잘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엄마 손을 잡고 걷던 아이는 마냥 신이 났다. 몇 시간 동안 떨어져 있던 엄마를 만났으니 좋을 수밖에 없다. 이 아이는 오늘 유치원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좋은 선생님 밑에서 올바른 교육을 받았을까.
박 의원은 1971년 생으로 만 47세다. 그는 성균관대 사회학과를 나왔고 1994년 총학생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에서 주로 활동하다 2012년 민주통합당에 합류했고, 2016년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강북을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민주당 원내부대표 등을 지낸 초선이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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