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인 2018년 무술년(戊戌年)이 저물어가고 있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두 차례 만남과 6·12 북미정상회담 등 '빅 이벤트'가 열렸고,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된 한해였다. 한반도 평화에 한 발짝 내딛는 성과를 얻었지만, '함께 잘사는 나라'를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팩트>는 무술년 다사다난했던 '경제' '외교' '안보' 세 분야에 걸쳐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성과를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고용지표·소득격차 개선 미미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2년 차인 올해 1월 2일 신년사에서 다른 현안보다 앞서 경제 분야의 정국 구상을 먼저 밝혔다. 그만큼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고, 결과를 어땠을까.
사실 지난해 취임한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우리 사회 성장의 발목을 잡는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고 신음하는 민생을 살리는 일을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국민이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혁신적 포용국가'와 맥락이 닿아 있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 '사람중심 경제'라는 국정 목표를 재자 강조했는데,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국민 삶(민생)'을 국정의 중심에 두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스펙트럼이 넓은 경제는 결국 국민의 삶과 직결돼 있고, 따라서 경제를 살리면 국민의 삶도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는 원론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확대와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지원 대책을 실행하겠다고 했고,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연말에 접어든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공언한 민생 개선은 미미했다는 분석이다.
◆ 일자리 창출? '글쎄'…고용지표 '암울'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가장 먼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고용 상황을 직접 챙길 정도며 '일자리 정부'라고도 칭했다. 올해 신년사에도 "일자리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개개인의 삶의 기반"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한국 경제의 최대 관건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올해 고용지표는 암울하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취업자는 2621만3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33만4000명이 증가했다. 전년동월대비 같은 기준 취업자 수는 2월(10만4000명)과 3월(11만2000명), 4월(12만3000명)으로 10만 명대에 그쳤다. 그러다 5월 7만2000명으로 취업자 수가 급감하더니 하반기에 접어든 8월(8만4000명)부터 10월까지는 3개월 연속 10만 명대마저 무너졌다.
취업 시장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인 고용률도 2월부터 10월까지 9개월째 내림세를 보였고, 10월 실업률은 3.5%로 2005년 10월(3.6%)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고용지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11월 들어 고용지표가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고용 시장이 회복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중론이다.
'고용 참사'가 이어진 가운데 특히 저소득층이 주로 일하는 도소매와 숙박음식점 등과 취약 근로자들의 고용지표가 나빠졌다. 저소득층이 많은 취약근로 부문의 고용지표가 악화함에 따라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문 대통령은 11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적어도 고용 문제에 있어서는 지금까지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것이 엄중한 평가라고 생각한다"며 "일부 일자리의 질은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좋은 일자리를 늘린다는 면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지표로도 작년에 비해서 금년도에 일자리가 늘어나는 숫자가 굉장히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임금 상승 폭 확대 등으로 근로자 가구 중심으로 가계소득이 개선되며 소비도 견조한 흐름 지속되고,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상용직 일자리가 35개 이상 지속 증가한 가운데 노동생산성도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 소득 격차도 악화…양극화 해소 실패
민생경제가 흔들리는 부분은 소득 격차가 악화된 것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올해 3분기(7∼9월) 상·하위 20% 계층 간 소득 격차는 2007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득 격차는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131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줄어들었다. 반면 소득 상위 20%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973만6000원으로 8.8% 증가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서민과 자영업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이 미치면서 가계소득 격차가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또 기초연금 인상 등 정부의 복지 정책이 저소득층에게 큰 도움이 못 됐다. 때문에 임금격차 해소와 가계소득 증대, 사회안전망 확충 등으로 요약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크게 흔들렸다.
정부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자료에서 현 경제 상황에 대해 가계소득 부진과 사회안전망 부족 등으로 양극화 심화하고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혁신 지체 등으로 성장잠재력 지속 저하됐다고 했다. 또 경제·사회 전반의 변화를 초래할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고, 저출산 심화는 인구감소를 가속화하여 성장능력을 제약했다고 진단했다.
통계청도 취업자가 줄어들고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 등의 제조업이 부진하면서 소득 격차가 더 악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 가운데서도 비슷한 견해가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4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고용이 악화되다 보니 가계소득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 이는 경제 구조상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예를 들어, 주력제조업은 지방 거점 도시에 있는데 일자리를 잃거나 일감이 없는 이들은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등의 충격이 자영업자들에게 전이되고, 나아가 상가 수요도 줄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文정부, 올해 민생경제 성과 '미흡'
문 대통령이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지표상으로 보면 공염불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른 소득주도성장 실효성 논란 거세졌고, 결국 우리 사회가 당면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노력이 빛이 바랬다는 평가다.
고용·분배 등 민생 어려움이 지속된 주요 원인으로 성장세가 약화되는 가운데 투자 부진 등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산업구조개혁 지연에 따른 성장잠재력이 지속 하락했다는 점이 꼽힌다. 앞서 청와대는 일자리 문제와 가계소득 등 민생과 밀접한 관련 있는 부분의 통계가 악화된 것에 대해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경제전문가들도 올 한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과가 미흡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 교수는 "올해 취약계층이 타격을 입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중산층을 비롯한 저소득층이 굉장히 힘든 게 현실인데, 그 얘기는 문 대통령이 삶의 질 개선을 표방했음에도 그 의지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아 생긴 괴리"라면서 "실력이 있는 의사가 되려면 환자가 어떤 병명인지 파악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성과가 미흡하지만, 노력은 가상했다'고 총평했다. 위 연구위원은 "현 시점의 경제가 안 좋아진 배경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경제 상황이 어려웠고, 이를 반전하기 위한 여러 정책 중 하나인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별로 성과가 없었다"면서도 "내년 또는 2~3년은 돼야 성과가 나타나는 정책이기에 1년 만에 성과를 낸다는 것은 경제 여건이 무너너진 상태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마중물을 부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경제 정책도 정부에서는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국회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법안이 거의 통과되지 못했다"면서 "현 시점에서 딱 잘라서 보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과는 안좋지만, 그 이전 4~5년 전의 경제 경향을 많이 돌리려고 노력하고 경제 불황을 돌파하려는 노력은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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