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곤 "건보체계 무너뜨릴 수도" vs 제주도 "대통령 공약 못 믿나"
[더팩트ㅣ제주=이철영·박재우 기자] 지난 5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진료하도록 녹지국제병원 개설 '조건부 허가' 결정을 내렸지만, 국내 첫 영리병원이라는 점에서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의료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설이 '내국인 진료'도 가능한 영리병원으로 확산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
<더팩트>가 지난 13일 국제녹지병원이 위치한 제주도 서귀포를 찾아 '헬스케어 타운'을 둘러보고 이에 대해 지역구 국회의원인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제주도 보건위생과의 찬반 입장을 직접 들어 봤다.
제주도의 입장은 절차가 합법적으로 진행됐고, 영리병원의 확산은 우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민단체 등 의료단체들은 '영리병원'의 확산이 건강보험 체계의 위협이 될 수 있고,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자신이 추진한 제주도 숙의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안을 무시한 채 선거에 이용했다고 맞서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은 47병상 규모로 작은 규모이고, 진료과목도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과로 한정됐다. 또 2005년 말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개설돼 외국 의료기관 설치의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절차적 하자 ▲사업계획서 비공개 결정 ▲내국인 진료 금지조항 이행 가능성 ▲국내 의료기관의 우회투자 가능성 등은 여전히 의료업계와 시민단체에서 우려하는 부분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1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영리병원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적극 피력했지만, 리얼미터가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1.3%의 '국민은 향후 내국인 진료로 확대될 것'이라며 반대의견을 밝혔고, 찬성 의견은 35.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녹지국제 병원 영리병원 개설이 처음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헬스케어 타운' 조성 중에 왜 의료 시설이 없느냐는 사회적 여론을 받아들여 지금의 영리병원으로 조속히 추진됐다. 그런 만큼 원 지사가 공론위의 권고안을 무시하고 제주 녹지병원 허가 결정을 하게 돼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유령도시' 연상케 하는 제주헬스케어타운?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주체인 녹지그룹(綠地.Greenland Group)은 중국 상하이 시 소속 국영기업으로 중국에서 규모가 제일 큰 부동산 투자회사이다.
녹지국제병원(46병상) 뿐 아니라 녹지그룹이 조성하고 있는 '제주헬스케어타운'은 콘도미니엄(400세대), 힐링타운(228실), 힐링스파이럴호텔(313실), 텔라소리조트(200실)를 비롯해 웰니스몰(9동), 워터파크 등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중국 정부의 외화보유고 감소로 숙박 시설과 건물 만 지어진 채 1년 넘게 공사가 중단되면서 현재 공정률은 50~60%밖에 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규모는 153만9013㎡으로 대략 46만6000평에 달한다.
제주헬스케어타운 프로젝트는 2011년 사업을 3단계로 나눠 1단계 분양형 콘도, 2단계 상업시설 호텔, 3단계 병원과 의료R&D 센터 등을 유치하기로 했다. 2단계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영리병원도 조속히 추진됐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당시 제주국자유개발센터(JDC)와 제주당국이 녹지그룹에 병원사업을 압박해 영리병원이 만들어지게 됐다.
녹지그룹 측은 내국인 의료제한 조건을 두고 제주도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더팩트>가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주체인 녹지그룹을 취재하려고 했지만, "현재 일절 언론대응을 하고 있지 않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직접 찾은 영리병원의 규모는 다른 건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다. 공사 중인 제주셀스케어타운 부지와 완성된 숙박형 리조트 건물은 거대해 보였다. 서귀포 바다와 한라산 조망권을 모두 갖춘 전경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텅 빈 도시 속에 건설인력밖에 보이지 않는 '유령도시'같았다. 2016년 시작된 공사는 1년여 만인 2017년 7월에 중단돼 현재 3년째 완공하지 못하고 있다.
<더팩트>가 방문한 제주헬스케어타운 내부 건물에서 콘도 프런트 관계자는 "녹지그룹에서 운영하는 콘도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다"며 "녹지병원과는 상관없다"고 밝혔다. 건물들은 신식이었고 이를 사용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다른 리조트 타운에서는 "이곳은 운영 중인 리조트"라며 "현재는 이전에 예약받았던 건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취재진이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관계자들은 '영리병원' 관련해서 극도로 언급을 꺼려 하는 듯했다.
◆지역구 의원 "영리병원 의료체계 구멍" vs 제주도 "대통령 공약도 못 믿나"
영리병원에 대한 찬반 입장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의 '영리병원' 허가를 법적으로는 무산시킬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인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리병원을 통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체계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선 허가 조건으로 '내국인은 진료하지 않겠다'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이는 마치 댐에 작은 구멍이 나는 것으로 구멍이 커지면 댐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리병원으로 의료의 질이 좋아질 거라고 하는데, 현재의 우리나라 의료수준이 충분히 높다"며 "영리병원으로 톱 클래스 의료의 질이 보장될 거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위 의원은 이 사안을 키운 것에 대해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행정 책임을 꼬집었다. 2017년 11월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외국인 진료'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는데 원 지사가 이를 받지 않고 공론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당시는 6.13 지방선거가 다가온 시점이어서 원 지사에게 이 이슈는 불리한 국면이었는데 원 지사가 공론위에게 책임을 넘겨버렸다는 것이다. 공론위는 지방선거 이후 진행됐는데, 원 지사는 당선됐고 결국 자신이 추진한 공론위의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 의원은 "지난 11월 도의회 도정질문에서도 원 지사가 영리병원 허용 문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는데, 개설허가를 낸 것은 납득이 안 된다"며 "또, 원 지사가 중국과의 외교적인 문제를 들어 해명했는데, 그 당시(선거) 판단하지 않고 왜 지금 판단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꼼수"라며 "결국, 지사는 선거에 이를 이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제주도는 국민건강보험법 대상이 제주도가 주체가 아니며 문재인 대통령 공약을 들며 영리병원 확산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인보 제주도 보건위생과 팀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 등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 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은 없다"며 "건강보험이 붕괴돼 의료 공공성 훼손이라는 것은 우려에 불과"라고 지적했다.
또한, "녹지국제병원은 47병상에 불과한 소형병원"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지사는 개설 허가 권한만 갖고 있을 뿐이며 사업승인권자도 경제자유구역의 허가도 보건복지부 관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원희룡 도지사의 공론화 위원회 권고안 번복에 대해서 "불허 '권고안'을 존중하겠다고 했다"며 "권고안을 못 받아들이기 때문에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짧게 대답했다.
시민단체 측에서 지적하고 있는 '사업계획서 비공개'에 대해서는 "사업 계획성에 대한 내용을 요약본으로 공개했다"며 "공개요구 청구가 들어왔지만, 녹지 측에서 개인 회사 내용이 있다며 비공개를 원한다고 입장을 밝혔다"고 제주도의 비공개 결정이 아닌 녹지그룹 측의 입장이라고 답했다.
녹지그룹 측은 제주도가 외국인 조건부 허가를 내린 지난 5일 '유감'이라는 문서를 보냈다. 조건부 유감이고 소송절차를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묻자 정 팀장은 "허가를 해주지 않았느냐"며 "이들의 요구(내국인 허가)는 들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팀장의 주장에 따르면 제주도 홍보물에서 '내국인 가능한 편의'라고 명시돼 있었지만, 2015년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서 '외국인만을 대상으로'라는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녹지그룹이 잘못 파악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저도 작년에 들어왔기 때문에 계약 당시 상황은 잘 모른다. 저는 사인만 했다"며 "모든 것은 사업계획서 대로 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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