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불출마 선언 후 "돈 돌려 달라"했던 윤 전 시장 집중 조사
[더팩트|문혜현 기자] 윤장현 전 광주시장과 '권양숙 여사 사칭 사건'이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권양숙 여사를 사칭했던 여성 김모 씨로부터 돈을 빼앗긴 '피해자'였지만, 하루아침에 '피의자'가 됐다.
그는 김 씨 자녀의 취업을 알선해준 것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 단순히 빌려줄 목적으로 보낸 돈이 올해 있었던 지방선거 '공천'을 의식한 것이라는 의혹에 따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윤 전 시장이 지난 4월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 씨에게 보낸 돈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어 혐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 전 시장은 지난 10일 광주지검 출석 전 취재진에게 "선거와 관련해 김 씨와 특별히 주고받은 이야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선 윤 전 시장과 김 씨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에 관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용이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10월까지 무려 268차례의 문자메시지를 나누고 12차례 전화통화를 주고받았다. 검찰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김 씨는 윤 전 시장에게 "이제 곧 경선이 다가온다. 당 대표에게 신경 쓰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이어 지방선거 당시 윤 전 시장의 경선 경쟁 후보였던 이용선 현 광주시장을 두고 "통화로 시장 출마를 만류했다. 알아들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윤 전 시장은 민주당 광역자치단체장 평가에서 하위 20%에 속했고 친인척 비리도 있어 경선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이런 와중에 그는 김 씨의 능숙한 언변에 속아 그에게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4억5000만 원을 송금했다. 해당 금액을 조달하기 위해 윤 전 시장은 시중은행 두 곳에서 3억5000만 원을 대출받았고 나머지 1억 원을 지인에게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14시간 가까이 진행된 1차 조사에서 윤 전 시장은 채용 청탁에 대한 혐의인 직권남용, 업무 방해는 상당 부분 인정했지만, 공천을 염두에 두고 돈을 건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진행된 2차 조사에 앞서 윤 전 시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 (검찰 조사에서) 사실대로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 씨에게 보낸 4억5000만 원 중 지인에게 빌렸다고 말한 1억 원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입금한 이유를 묻자 "(비서에게) 심부름을 시켰을 뿐"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금액은 윤 전 시장 본인 이름으로 입금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뒤 김 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윤 전 시장은 "임기가 끝나는 상황에서 경제적인 상황이 어려워졌다. 제가 다른 소득이 없고 연금 82만 원만 받고 살아가야 하는 형편을 이야기했던 것"이라면서 돈을 돌려달라는 뜻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시장 측근은 "공천이 무산돼 돈을 돌려달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 아니었다.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의례적인 덕담 수준의 내용이 오갔다"며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검찰이 김 씨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내용을 단락들만 공개해 범죄가 확정적인 것처럼 비치고 있다"면서 "법률 검토를 거쳐 가능하다면 윤 전 시장 전화의 메시지를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만약 윤 전 시장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직 선거법 47조 2에 적시된 '정당의 후보자 추천과 관련한 금품 수수 금지' 조항에 따라 위반 시 선거법 230조 6항에 의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전세준 변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본 사건과 관련해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수많은 메시지와 전화는 돈과 관련된 쟁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평소 윤 전 시장이 권 여사와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수많은 메시지를 통해 거액의 돈을 수차례에 걸쳐 보낸 정황은 단순한 충성심이나 인정으로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김 씨의 진술을 통해 사실 여부를 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윤장현 전 광주 시장은 의사,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2014년 당시 안철수 의원의 전략공천으로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을 창당하기로 결정했을 땐 당에 남는 정치적 선택을 내렸다. 그는 그해 광주시장으로 취임했고 임기를 마쳤지만, 취임 이후 측근 인사논란, 각종 공약사업의 좌초로 지난 4월 지방선거에서 불출마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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