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고위급회담 이달 개최 사실상 불투명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북한과 미국 간의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북한의 '침묵'이 길어짐에 따라 내년 초 제2차 정상회담 개최 등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지난 6월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답보 상태가 지속되면서 한반도 비핵화 일정표도 장기화될 분위기다.
우선 이달 안에 북미고위급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북한은 이번 주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자는 미국의 제안에 아무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북제재 원칙에 북한이 불만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미국에 완전한 비핵화의 선행 급부로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사찰·검증과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현지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대한 지속적인 대북제재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북미 간의 기싸움이 길어지면서 현 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면 북미정상회담 개최 등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지만, 비핵화 시간표에 구애받지는 않겠다는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 원칙을 관철하기 위해 북한을 압박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이러한 강경 태도 영향으로 북한이 '묵묵부답'하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남북 철도연결을 위한 북한 내 철도 공동조사만 대북제재 예외를 인정하고, 미국도 독자 제재에서 예외로 인정했다. 또 미국은 최근 내년 봄 열리는 한미 연합군사 훈련인 '독수리 훈련'을 실시하지만 규모를 축소하겠다며 북한에 눈높이를 맞추려는 움직임도 보였기 때문이다.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길목의 필수 관문으로 꼽히는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진전된 비핵화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부담감에 선뜻 협상에 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상대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만한 카드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인데, 미국의 대북제재 기조가 확고한 만큼 '일방 통보'의 협상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으로 시각에 따른다.
비핵화 해법을 두고 북미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덩달아 정부가 연내 목표로 한 종전선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서울 답방 가능성도 희박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 김 위원장이 방남 가능성은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애초 '연내 답방'을 추진해왔던 청와대도 기대감을 조금 낮췄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전이 좋을지 후가 좋을지 어떤 게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는 데 더 효과적일지 여러 생각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연내 방남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북미 간의 이해 충돌 여파로 청와대의 한반도 평화 구상도 영향을 받으리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미 고위급회담의 불발로 북미 정상회담과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한반도 종전선언 차례의 평화프로세스 시간표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자칫 북미 간의 신경전이 장기회되면 이러한 구상의 동력도 약화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순방길에 오른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성사 여부가 관심사다.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문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서 비핵화 진전을 끌어내고 북미 간 간극을 좁히는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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