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정치권은 '이재명으로 시작해서 이재명으로 끝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주당은 '혜경궁 김씨'부터 '친형 강제입원' 등 여러 의혹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지사를 향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죠. 물론, 이 대표는 이 지사에 관한 결정은 재판 후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른바 '올드보이'들이 YS(고 김영삼 전 대통령) 3주기 추도식에 모여 '동상이몽'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편 보수 진영에서는 정통 우파의 맥을 이어갈 '적자'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 같군요.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TF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음주운전은 살인행위" 경고했는데…靑 직원 '음주운전' 파문
[더팩트ㅣ정리=임현경 기자] -이번 주 화제의 중심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였습니다. 화해치유재단 해산, 남북은 종전 65년 만에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 도로가 연결되는 역사적 순간이 있었습니다. 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동조한 혐의로 대법관들이 줄 소환되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주 막바지 청와대 직원이 음주운전으로 직권면직되면서 파문이 일었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근황이 <더팩트> 단독 보도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긴말이 필요한가요? 일반인의 관심은 한 주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 지사와 함께했습니다. 이 지사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수사를 정면으로 반박한 이후 국회 세미나에 등장, 연일 SNS로 강한 발언을 쏟아내는 등 일주일 동안 남다른 존재감을 보였죠.
-이 지사가 아내 김혜경 씨는 트위터 '정의를 위하여(@08__hkkim)' 계정주가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덩달아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주목받았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그럼 이 지사와 이해찬 민주당 당 대표의 '묘한 관계'와 함께 취재진이 두 사람을 찾아 헤맸던 이야기부터 해보죠.
◆ 이재명-이해찬, 비밀리에 회동? 두 사람의 '기묘한 타임라인'
-이 지사가 지난 2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철도 및 남북철도 인프라 구축방안 세미나' 참석했습니다. 현장 취재 열기가 굉장했죠. 어떤 말을 했나요? 이재명 지사와 이해찬 대표의 '밀회' 얘기도 있던데, 사실인가요?
-이 지사는 "다들 경기 철도정책에 관심이 많으시다"며 자신에 쏠린 관심을 우회적으로 얘기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보통 축사를 맡은 사람은 축사와 기념촬영만 마치면 얼른 자리를 빠져나가기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이 지사는 기념촬영이 끝난 뒤 쉬는 시간에도 떠나지 않더군요. 행사가 재개된 뒤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요. 이 지사가 끝까지 자리를 빛내주려는 건가 싶었는데 행사 재개 후 5분 만에 부랴부랴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굉장히 급하게 움직였던 점이 의심스러워 보좌진에 확인해보니 '비공개 일정'이라 알려줄 수가 없다더군요.
-뭐 다른 일정이 있었던 게 아닐까요?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한 시간차 작전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이 대표도 원래 일정보다 이르게 자리를 떠났다고요.
-네. 같은 날 비슷한 시점인 오후 3시께, 이 대표 역시 '더불어민주당 지방혁신균형발전추진단 발대식'에 참석했다가 급히 사라졌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다른 의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예정이었지만, 임명식은 물론 기념사진도 찍기 전에 황급히 나가버렸어요.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오늘 행사 중 가장 역사적인 순간은 당 대표님께 임명장을 받는 것이었는데, 대표님이 그냥 가셨다"며 아쉬워했죠. 사회자는 "'당 대표 일정상' 임명식은 생략한다"고 안내했습니다.
-이 지사와 이 대표의 미묘한 행보에 '비밀 회동설'이 나온 거죠. 이 대표 보좌진에게 문의해보니 역시나 '비공개 일정'이라는 겁니다. 당 대표실 직원은 "외부 일정이 있다"더니 갑자기 말을 바꿔 "의원실에 계신다"고 했고, 의원실 보좌관은 "의회 내 면담이 있었지만, 더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제 직을 걸고 절대 이 지사를 만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죠.
-기묘한 우연이네요. 김혜경 씨의 '혜경궁 김씨' 사건도 검찰에 송치됐죠. 이 지사 부부가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던데요.
-네. 이 지사 측은 22일 변호인단에 이태영 변호사를 새로 영입했는데요. 이 변호사는 2010년 수원지검 공안부장을 지낸 인물로 지난 7월 개업했습니다. 이 지사와 이 변호사의 만남은 의아한 구석이 많아요. 이 변호사는 검사 시절 공안 사건을 주로 맡았던, 민주당과 다른 방향으로 걸었던 사람이니까요.
-주목할 점은 이 지사와 아내 김 씨의 사건 담당 수사기관이 수원지검이라는 사실입니다. '전관예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검사들이 갓 개업한 선배와 치열한 공방을 펼칠 수 있겠느냐는 것이죠. 아무쪼록 이 지사를 둘러싼 논란이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바랍니다.
◆ '격노' 文대통령, '음주운전' 김종천 의원비서관 직권 면직
-청와대 김종천 의전비서관 음주운전 파문이 상당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문재인 대통령인데 더 심란할 것 같습니다. 바로 직권멱직 처리가 됐죠?
-네, 문 대통령은 김종천 의전비서관을 직권면직했습니다. 의원면직이 아니라 직권면직입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23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침에 사표를 수리했다고 발표를 했는데 이건 즉각적인 사전적인 조처로서의 사표를 수리했다. 의원면직했다는 것은 사전적인 즉각적인 조처인 것이고 직권면직이 정식 조처"라고 말했습니다. 별정직 공무원 인사규정에 따르면 의원면직은 징계 기록이 남지 않지만, 직권면직은 징계기록이 남습니다.
-문 대통령은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또, 동승했던 여성 두 명에 대해서도 관심이 상당합니다. 함께 직권면직 처분을 받았나요.
-아닙니다. 차량에 동승한 두 명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징계 절차 착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직접 음주운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엄정하게 받아들이고 준수해야 할 청와대 직원이 어겼다는 점에서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합니다. 동승한 여직원 두 명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청와대 워크숍 장소도 바뀌었다는 데 사실입니까.
-일단 연관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워크숍에서 음주운전과 관련한 강의 등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수현 실장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세를 가다듬고 더 분발하자는 취지의 주의를 당부했다고 합니다.
-문 대통령의 경우 최근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인 52%를 기록하면서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 아닙니까. 그런데 청와대 직원이 대통령이 직접 강조한 음주운전을 했으니 면목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청와대의 기강이 해이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YS 추도식에 화환 보낸 이재명…"거참, 보내지 말라니까"
-22일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도식이 국립 현충원에서 열렸습니다. 전직 대통령 추도식은 항상 여야 정치인들이 한곳에 모이는 자리로 주목을 받는데요,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화환을 보냈다면서요?
-네, 특히 이런 자리에선 누가 화환을 보냈느냐도 취재진이 많이 주목하곤 하는데요, 보니까 이 지사도 화환을 보냈더라고요. 또, 이날 화환을 보낸 여권 인사 중 눈에 띈 이름들이 이 지사, 김경수 경상남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은 공통점이 많은데요, 우선은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힌다는 점, 그렇지만 최근엔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 등입니다. 우선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논란, 김 지사는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의혹으로 각각 수사, 재판을 받는 과정에 있죠. 박 시장의 경우엔 얼마 전 국회에서 여야가 '공공기관 채용 비리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전격 합의를 했는데요, 이게 한국당이 제기한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을 정면 겨냥하는 모양새여서 박 시장에겐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금 재밌었던 것은요, 당시 추도객인지, 주최 측인지 파악은 안 됐지만 어떤 두 사람이 화환 앞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김경수, 이재명은 왜 보냈데. 보내지 말라니까"라고 하더라고요. 아마도 두 사람이 각각 의혹에 연루가 돼 있어서 우려하는 듯 들렸습니다. 참고로 이날 김 지사는 직접 참석을 했고요, 이 지사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추도식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각 당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현장에서 현실판 정치권 '동상이몽(同床異夢)'이 벌어지기도 했죠?
-날씨가 상당히 추웠고 실내는 따뜻해서인지 이해찬 민주당 대표,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 여야 대표와 한국당 김성태·김무성 의원 등이 나란히 앉아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요즘에도 여야가 이견이 상당히 많고, 예산안 등으로도 많이 싸우고 있는데, 나란히 앉아 졸고 있으니 그야말로 같은 자리에서 잠들었지만 속내는 다른 것이죠.
-사실 정치인들이 워낙 일정이 많고 바쁘지 않습니까.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도 '그래도 추도식인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속세 떠날 준비하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근황, 29일 항소심 앞두고 '관심 폭발'
-<더팩트>가 지난 22일 단독 보도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 근황도 많은 관심을 모았지요. 취재 뒷얘기도 좀 해주시죠.
-캠핑 상점에서 나오는 모습은 최근의 심경을 잘 나타내는 것이어서 많은 매체가 인용 보도했습니다. 안 전 지사는 주위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면서 거처도 옮겼는데 <더팩트> 취재진과 딱 마주치자 난감해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인터뷰 요청에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면서 "제가 무슨 할말이 있겠습니까. 아내랑 둘이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라고 했고 항소심 준비는 잘하고 있냐는 물음에는 "할말이 없다. 기회가 되면 그때 언론 취재에 응하겠다"고 담담하게 말하더군요.
-<더팩트>의 보도는 29일 항소심 준비기일을 앞둔 상태에서 나와 특히 많은 매체들에 의해 인용됐는데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내용이 항소심에서는 어떤 판결로 이어질지 관심이 많습니다.
-안 전 지사는 지난 3월 김지은 씨의 성폭행 피해 폭로로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충남 홍성의 도지사 관사를 급히 떠나 경기도 야산의 컨테이너로 거주지를 옮겼지요. 1심 재판 기간에도 컨테이너에서 거주하며 서울의 법원을 오갔으며 지난 8월 14일 1심 무죄 판결 이후에는 컨테이너에서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최근 컨테이너가 있던 경기도 모처를 다시 찾은 취재진에게 마을 사람들은 "두 달 전쯤부터 안 전 지사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귀띔에 약 보름간 수소문을 했는데 수도권인 경기도 모처에서 다시 안 전 지사를 발견했습니다. 준중형차로 아내의 기사 노릇을 하는 등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습니다.
◆ '보수의 적자'는 누구? 대한애국당 행사에 홍문종·박대출 '이름 도장 쾅'
-대한애국당은 지난 21일 '보수의 적자'를 가리는 토론회를 열었다죠?
-주제가 무려 '보수의 적자는 누구인가-보수의 정통성을 논한다'였습니다. 비장하지 않습니까. 세미나를 주최한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는 "대한애국당이 태극기를 들지 않았으면 소위 말하는 붉은 적폐, 촛불 쿠데타 세력들이 대한민국을 연방제로 가게 했을 것"이라며 "그것을 무너뜨리고 투쟁해야 하는 게 입법부인데 지금 보수를 자칭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죠.
-'보수의 적자=대한애국당'이란 결론이군요.
-그렇습니다. 와중 눈에 띄는 것은 조 대표가 그토록 손가락질한 한국당 소속 박대출·홍문종 의원이 해당 행사에 '축전'을 보냈다는 사실이었어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가담한 한국당 역시 적폐'라고 외치는 지지자들이 두려웠던 것인지, 당내 시선을 의식한 것인지 직접 참석하지는 않고 진행자가 축전을 대독했죠.
-축전 자체는 '토론회 개최를 축하드린다' 같은 무난한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축하 인사라기보단 '세 모으기'를 꾀하는 움직임처럼 느껴졌습니다. 한국당이 전당대회를 앞뒀다는 점에서, 두 의원의 축전은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에게 눈도장, 아니 이름 도장을 찍기 위한 노력으로 보였습니다. 홍 의원과 박 의원도 '보수 적자'에 도전하려는 모양입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임현경 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이새롬 기자, 배정한 기자, 임세준 기자, 김세정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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