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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음주운전' 이용주 파문으로 본 국회의 '두 얼굴'

  • 정치 | 2018-11-12 05:00

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과 경력을 '결격 사유'라고 외치던 국회는 이번 이용주 민주평화당 음주운전 적발로 인한 자신들에 대한 엄격한 잣대 적용에 대해서는 다소 미온적이었다./더팩트 DB
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과 경력을 '결격 사유'라고 외치던 국회는 이번 이용주 민주평화당 음주운전 적발로 인한 자신들에 대한 엄격한 잣대 적용에 대해서는 다소 미온적이었다./더팩트 DB

'음주운전 특권(?)' 국회, 공무원에 '엄격' 제식구엔 '관대'

[더팩트ㅣ박재우·임현경 기자] "내 인생 최대의 실수다. 많은 사람이 나에게 실망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도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깊이 후회하고 있다."

2016년 아이다 하드지알릭 당시 스웨덴 고등교육부 장관은 음주운전(혈중알코올농도 0.02%) 단속에 걸려 사임하며 기자회견에 밝힌 내용이다.

국내에서도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의 음주운전(혈중알코올농도 0.089%)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31일 이 의원은 음주 후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그러나 국회 차원의 징계 등은 요원한 상황이다. 개인의 일탈로 인식하고 '나 몰라라'하고 있다. 청문회에서는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과 경력을 '결격 사유'라고 외치던 국회는 자신들에 대한 엄격한 잣대 적용에 대해서는 무관심이다.

공무원의 경우 음주운전 시 최소 '견책', 최고 '파면'의 징계를 받는다. 하지만 선출직공직자로서 또한 입법권을 행사하는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은 사실상 처벌 규정이 없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이 음주 물의를 일으킨 경우 가중처벌을 하자는 일명 '이용주법' 필요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에 대한 민주평화당 당기윤리심판원 징계회의가 열린 가운데, 두차례나 미뤄 14일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하기로 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최근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에 대한 민주평화당 당기윤리심판원 징계회의가 열린 가운데, 두차례나 미뤄 14일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하기로 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 이용주의 '적반하장'과 음주운전 정치인 '공천'

이 의원은 음주운전 적발 다음 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있지 않도록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죄송하다"라며 "저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께서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해 태도 논란이 일었다.

또한, 이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향후 행보에 대한 질문에 "당 징계에 맡기겠다"며 공을 당에 넘겼다. 이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의원은 현재 국회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서 자숙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정치인의 음주운전은 이 의원이 처음이 아닐뿐더러 이 의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허동준 더불어민주당 전 지역위원장은 지난 2016년 총선에 동작을에 출마했고, 문재인 대선캠프에서는 문재인 후보 특보단 부단장을 맡기도 했다. 2006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민주당 당규에 의하면 허 위원장은 공천심사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민주당의 공천 기준에 따르면, 10년 내 2회, 15년 내 3회 음주운전을 해야 공천에서 배제한다.

또한, 이번 6.13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삼 민주당 의원은, 음주운전 전과 기록에서 구제받은 의원 중 한 명이다.

그는 음주운전 전과가 2차례나 있는데 공천을 받았고 당선됐다. 이 의원은 2003년 4월 1일, 22일 두 차례 적발됐다. 음주운전이 당 기준인 기한(10년)을 벗어났기 때문에 이 후보는 공천을 확정받을 수 있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의 기준은 10년 내 3회이며, 평화당은 15년 내 3회 적발된 기록이 있으면 공천을 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갖고 있다.

이처럼 정당 차원에서 엄격한(?) 제도 덕분에 제20대 국회의원 299명 중 20명에 가까운 의원이 음주운전 전과를 갖고 있었다. 이는 국회의원 15명 중 1명꼴인 셈이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제20대 국회에서 당선된 의원 중 음주운전(도로교통법 위반) 전과를 가진 의원은 이 의원을 포함해 모두 20명에 달했다. 또한, 음주운전 측정거부를 한 의원도 2명(소병훈·조정식 민주당 의원) 있었다.

정당별로는 자유한국당은 9명, 민주당은 7명, 바른미래당, 민중당, 정의당이 각각 1명씩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례가 있다.

최근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에 대한 민주평화당 당기윤리심판원 징계회의가 열린 가운데, 두차례나 미뤄 14일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하기로 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 국회의원 가중처벌 윤리위원회 회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공천에서의 자격 박탈도 하나의 징계로 볼 수 있지만, 실질적은 방안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내 규정 마련이다. 현행 국회의원의 음주 적발 또는, 범법 행위가 드러난다면 기준을 명시해 절차적으로 처벌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번 이 의원의 징계위원회 회부도 15일 열릴 것이라고 예측됐지만, 사실상 이 자리에서의 징계결정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동안의 전례를 보면 그렇다.

20대 국회 들어 22건의 의원 징계안이 발의 됐지만, 윤리특위가 소집된 횟수는 일곱 차례에 불과하고, 단 한 건도 처벌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국회 당시에도 41건의 징계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되거나 철회됐다.

이 때문에 윤리특위는 '유명무실'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대 국회 하반기에 상설 위원회에서 비상설 위원회로 변경됐다.

15일 첫 윤리특별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한다고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지만, 박명재 윤리특위 위원장(한국당)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15일 소집은 윤리특위 첫 회의로서 만나는 자리로 각 당 소위 분배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용주 의원 징계문제를 검토 할 수 있다는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징계 결정까지는 아니고 이 문제를 상정해 논의해 볼 수는 있다. 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시대상황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권위를 회복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윤리특위에서 국회의원 음주운전 및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의원들에 대한 징계 규정 마련이 가능하냐고 묻자 "제도개선 위원회에서 다룰 수 있다"고 회피하는 듯 답했다.

최근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에 대한 민주평화당 당기윤리심판원 징계회의가 열린 가운데, 두차례나 미뤄 14일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하기로 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 '제 자루 못 찍는 도끼' 국회…"공천 배제와 처벌 강화 필요"

'도끼가 제 자루 못 찍는다'는 옛말이 있듯, 국회 역시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고 고치기에는 요원해 보인다. 이용주 의원을 비롯한 104명의 국회의원이 음주운전 형사상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을 발의했지만, 정작 정당·국회 내에서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처벌의 필요성은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윤창호법'을 대표 발의하며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 제고를 촉구했지만, 이용주 의원에 대해서는 "개인에 관한 것"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윤리특위가 지금까지 음주운전으로 열린 적은 없지 않았느냐"며 앞선 사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민주당 최고위원이자 윤창호법을 공동발의한 김해영 의원은 "아직까지는 논의된 부분은 없다"면서도 "공직자들이 더욱 더 법 규범을 지킬 필요가 있다. 당에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당무감사위에서 '단 1회라도 음주운전 전과가 있다면 기간 제한 없이 감점을 부여한다'는 당규를 논의했다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 자유한국당은 "최종 결정 사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공무원은 일반 시민보다 높은 '도덕적 감수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민·형사상 처벌은 물론 별도의 엄격한 징계 처분을 받는다. 국가공무원 징계 규칙에 따라, 공무원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되면 혈중알코올농도·횟수·특수상황 등에 따라 최소 견책, 최고 파면의 징계가 이뤄진다.

처음 음주운전을 한 경우 혈중알코올농도 0.1% 미만(면허 정지 수준)이면 견책~감봉, 0.1% 이상(면허 취소 수준)이면 감봉~정직 처분을 받게 돼있다. 2회 적발 시 정직~해임, 3회 이상 적발 시 해임~파면 징계가 내려진다.

반면 국회는 음주운전에 대한 별다른 징계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고 국민의 혈세로 수당을 받는다는 점은 유사하지만, 도덕적 잣대는 판이하다.

각계 전문가들은 국회의원의 '음주운전 불감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채진원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국회가 음주운전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는 각당 공천 기준에서 잘 드러난다. 이는 국민의 법감정과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다"며 당내 공천 제도를 지적했다.

채 교수는 국회의원 임기가 4년이라는 점에서, 최초 범죄일 경우 주요 당직에서 제외함과 동시에 차기 공천에 불이익을 주고, 4년 내 2회 이상·사망사건의 경우 무조건 공천을 배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음주운전은 단순 실수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라는 중범죄 기준을 적용, 공천 배제와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며 "합리적인 방안을 공약하고 당장 다음 총선부터 적용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국회의원들은 음주운전뿐 아니라 각종 비리에 연루돼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하기 전까지는 아무 징계 없이 의정활동을 한다"며 "국회를 감시·감독하는 기관을 마련하는 한편 윤리특위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국회법 개정, 선거제도와 국회운영 개혁, 나아가 국회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리특위는 국회의원들로, 자문기구는 정당 추천 인물로 구성되는 방침상 징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국민의 눈치를 보는 지금이 국회법 개정을 논의하기에 적합한 시기"라고 분석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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