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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프리즘] 임종석의 'DMZ 시찰' '선글라스'가 불러온 후폭풍

  • 정치 | 2018-11-01 00:05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 등을 대동하고 비무장지대를 방문한 것과 관련한 야권의 공세가 거세다. 특히 야권에서는 임 실장의 이번 방문과 관련해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갈등설까지 제기했다. 지난달 17일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인 임 비서실장이 육군 5사단 비무장지대 GP초소 앞에서 군 관계자로부터 브리핑을 듣던 당시. /뉴시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 등을 대동하고 비무장지대를 방문한 것과 관련한 야권의 공세가 거세다. 특히 야권에서는 임 실장의 이번 방문과 관련해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갈등설까지 제기했다. 지난달 17일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인 임 비서실장이 육군 5사단 비무장지대 GP초소 앞에서 군 관계자로부터 브리핑을 듣던 당시. /뉴시스

이낙연 총리·임종석 실장 '갈등설'까지…야권, '자기정치' 공세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선글라스 전방 시찰'과 관련한 후폭풍이 지속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임 실장의 행보에 대해 '자기 정치'를 한다며 비판을 쏟아내면서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논평에서 "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순방 중인 시기에 자신이 마치 대통령인 국군통수권자라도 된 듯이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관들을 대동하고 비무장지대(DMZ)를 시찰하고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임 실장이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현장을 찾은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인 임 실장은 지난달 17일 비무장지대(DMZ) 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진행 중인 남북 공동 지뢰 제거 작업 현장을 찾아 남북 군사합의 이행에 대한 상황을 점검했는데, 굳이 국정 현안을 살펴야 할 책임자들을 대동해야 하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임 실장이 이행추진위원장 자격으로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점검하고, 아울러 위험을 무릅쓰고 작업하는 장병을 독려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야당의 주장이 무리라는 견해도 있다. 야권이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임 실장을 흠집내기 위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남북 공동유해발굴의 사전작업으로 지난달 1일부터 이달 30일까지 화살머리고지 일대의 지뢰 및 폭발물 제거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기에 임 실장이 굳이 문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청와대를 비워두고 시찰해야 했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임 실장을 향해 "국민은 또 하나의 차지절, 또 하나의 최순실을 보고 싶지 않다"라며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 순방 중 국가정보원장,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을 대동하고 DMZ(비무장지대)를 시찰하더니 청와대 홈페이지 첫 장에 임 실장의 방문 영상이 방영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것이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 측근 실세의 모습이고, 폐권정치의 폐단"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한발 더 나아가 당시 현장에서 임 실장이 쓴 '선글라스'를 주목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 실장이) 국군통수권자가 된 것처럼 장·차관, 주요 군 지휘관을 대동하고 '맥아더 선글라스'를 끼고 그래도 되나"라며 지적했다. 이 선글라스는 청와대 항공통제관이 준비한 것이고 공군 PX에서 파는 2만 원대 제품이라고 한다.

최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야권의 공세를 받고 있다. 사진은 임 실장이 3차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9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프레스센터에서 회담 세부 일정을 발표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최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야권의 공세를 받고 있다. 사진은 임 실장이 3차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9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프레스센터에서 회담 세부 일정을 발표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정치권 밖에서도 임 실장이 유일하게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어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우리 정치사에서 선글라스를 낀 장면이 주는 이미지나 상징 효과가 있는데, 권위, 억압, 비밀을 연상케 하는 그런 모습이 연출됐다"며 "대통령의 비서이기 때문에 몸을 의식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근대 정치사를 보면, 5·16 군사쿠데타를 주도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선글라스를 즐겨 쓴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표정을 지은 채 선글라스를 쓴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강인함이 묻어나는 동시에 독재로 인한 제왕적인 모습으로도 보이지기도 했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의 선글라스는 본연의 기능인 햇빛을 가리는 것보다는 눈을 통해 자신의 심정을 들키지 않으려는 정치적인 도구로 여겨졌다. 김 원내대표가 "맥아더 선글라스'를 끼고 그래도 되나"라며 임 실장을 지적하고 나선 이유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더구나 청와대 홈페이지 첫 면에 임 실장의 화살고지 방문 영상이 게재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자기 정치'를 한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게다가 임 실장의 최근 행보를 '비선 실세'라고 비판하며 교체를 요구하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 실장이 자기 정치를 하겠느냐. 선글라스를 낀 것도 너무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며 임 실장을 방어했다. 임 실장이 오해의 소지를 남겨 야권 공세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견해에 전혀 설득력이 없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선글라스를 썼다고 해서 무조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해 해석한다는 것은 지나친 폐쇄적 사고가 아닐까.

한편 최근 한 언론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임 실장의 이번 비무장지대 방문에 대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야권의 한 의원이 "지난달 17일 이낙연 총리와 만찬(저녁식사)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이 총리가)임 실장이 DMZ를 방문한 것을 두고 크게 화를 냈다"고 했다. 그러나 어떤 야당의원인지와 이 총리의 당일 일정이 없었다는 등 명확한 해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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