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부선, '옥수동 밀회' 진실 공방 사건 일지
[더팩트ㅣ임현경 인턴기자] "경기도민과 국민 여러분께 이런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3일 배우 김부선 씨와의 논란 이른바 '여배우 스캔들'로 불거졌던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도 이제 사실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저 역시 1300만 경기도민의 삶을 책임진 지사로서 불필요한 논란을 끝내고 도정에 매진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 지사와 배우 김부선 씨의 관계를 둘러싼 '여배우 스캔들'은 김영환 전 국회의원, 작가 공지영 씨, 기자 주진우 씨에 이어 강용석 변호사까지 개입하며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지사는 신체 비밀 논란 종식을 위해 직접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으며 김 씨의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지적했다.
이렇게 끝날 것 같았던 이 지사와 김 씨의 '스캔들' 논란은 지난 19일 국회 행정안정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또다시 거론됐다. 수개월째 이어지는 '여배우 스캔들'로 보는 이들마저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때, <더팩트>는 그간의 사건을 일지 형태로 재구성하고 관련 쟁점을 살펴봤다.
▶2010년~2016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라앉은 '가짜 총각' 논란
이 지사와 김 씨의 스캔들은 지난 2010년 처음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당시 김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7년 기혼임에도 자신을 총각이라 속인 변호사 출신의 정치인과 밀회를 가졌으며, 그가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정치인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라고 추측했지만, 소문은 이내 가라앉았다. 해당 인터뷰는 수년간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끊임없이 회자됐다, 잊혀지기를 반복했다.
이후 2016년 1월 김 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과 가짜 총각은 다른 인물'이라 밝히며 논란은 종식되는 듯 했다.
▶5월 29일-김영환, 바른미래당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서 '여배우 스캔들' 언급
여배우 스캔들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것은 지난 6.13 지방선거를 앞둔 때다. 지난 5월 29일 김영환 당시 국민의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TV토론에 출연해 '이 지사가 주진우 기자를 시켜 김 씨에게 사과문을 쓰게 했다'고 주장하며 파장을 일으켰다.
방송 직후 김 씨와 주 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눈 통화 녹취록이 온라인상에 유출되며 논란이 확산됐다. 해당 파일에는 한 남성이 여성을 '누나'라 부르며, "침묵하지 말고 '특정인을 대상을 한 게 아니다, 이재명 시장이 아니다'라는 글이 나가면 좋다"고 권했다.
이어 남성은 "양육비 문제로 이재명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한 일이 생각과 달리 결과가 좋지 않게 끝났다",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난다", "이번 건도 그런 마음에서 던진 이야기였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이재명 시장에게 미안하다" 등의 내용을 전했다. 이는 김 씨가 2016년에 게시한 글과 거의 흡사해, 김 후보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6월 5일 열린 TV토론에서는 남경필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까지 김 후보에 가세해 여배우 스캔들을 집중 추궁하기도 했다.
▶6월 7일-김영환, '여배우 스캔들' 재점화…통화 내용 공개
지난 6월 7일 김영환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우 김 씨와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고 이것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김부선 씨에 대한 인격살인을 하고 있다"며 "이 후보와 김 씨의 밀회는 주로 (김 씨의) 옥수동 집에서 이뤄졌다. 15개월 정도 만났는데 자주 만난 기간은 9개월 정도 된다. 한 달에 두 번 내지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만났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는 같은 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사실이 아니"라며 "선거 뒤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반박했다.
▶6월 24일-당선 후 침묵 깬 이재명, "거대 세력의 광기 느껴져"
이 지사는 지방선거 뒤인 지난 6월 24일 페이스북에 '이제 다시 출발'이라는 글을 게시하며 그간 침묵했던 스캔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상식 밖의 일방적 보도, 가차 없고 잔인한 공격에서 저 너머에 숨어 웅크린 크기를 짐작할 수 없는 거대 세력의 광기가 느껴졌다"며 "지금까지 상대했던 보수정당이나 부패 국가기관의 공격과는 수준과 차원이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일부 언론과 기득권자들은 일관성 없고 모순 가득하며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그녀(김 씨)의 말은 절대 진실로 인정하는 한편, 사실이 아니라며 증거로 근거한 이재명의 주장은 그저 불륜남의 거짓말과 변명으로 치부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 당선인이 글을 게시한 지 3시간 만에 그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2016년 12월에 주진우·이재명 사건을 모두 제보했고 기자는 침묵했고 덮었다"며 선거 공작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작정하고 선거 전에 폭로했다고? 내 뒤는 불순세력이 배후라고? 헐"이라며 한 기자와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백일 간 언론 인터뷰를 거부했고, 바른미래당 김영환 전 의원은 지금껏 얼굴 한번 본 적 없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 가짜뉴스대책단(공동단장 나승철·백종덕 변호사)은 "이 지사는 '옥수동 밀회'는 물론 김 씨와 통화한 사실이 없다"며 김 씨와 김 전 경기도지사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지사 측은 "대한민국 정치는 거짓말에 관대했다. 선거 때마다 거짓말이 난무하고 선거가 끝나면 '승자의 포용'이라는 이름으로 거짓말을 눈감아주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졌다"며 "허나, 거짓말로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중대범죄로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자 적폐"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당선인은 오늘부로 선거마다 반복되던 거짓말 정치의 종말을 선포한다"며 "행위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는 사회, 죄 지은 자가 반드시 처벌받는 사회가 공정사회의 밑바탕이다. 오늘부로 거짓말 정치의 종말을 선포한다"며 고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7월 24일-'성남 사는 남자' 인터뷰한 김어준, 경찰 출석
지난 7월 24일 분당경찰서는 여배우 스캔들과 관련해 방송인 김어준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이날 경찰은 김 씨에게 '성남에 사는 남자'가 누군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지난 2010년 배우 김부선 씨가 '변호사 출신 정치인과 밀회'했다 밝힌 인터뷰 기사를 작성한 장본인이며, 이후 다른 언론을 통해 "당시 김부선씨는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성남에 사는 한 남자와 만난(사귄) 사실이 있다"는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7월 25일-주진우, 경찰 출석…"김부선 도우려 했다"
지난 7월 25일에는 기자 주진우 씨가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분당경찰서는 김 씨가 2016년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 대필 의혹에 관해 묻기 위해 주 씨를 소환했다.
이날 오후 1시 50분경 경찰서에 나타난 주 씨는 진위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적관계이고 예민한 관계이며 3자입장이다.둘만의 관계를 알고 협박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면서도 "김부선 씨를 도우려고 나선 것은 맞다"고 밝혔다.
주 씨는 "김부선 씨가 고맙다 했는데 이후에 복잡해졌다"며 "사적인 부분은 내가 이야기하는 하는 게 적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8월 22일-김부선, 경찰 출석…조사 30분 만에 돌연 거부
김 씨는 지난 8월 22일 오후 1시 54분 분당경찰서에 자진 출석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 임하기 전 입장문을 낭독하며 "인간 이재명을 법정에 세울 것"이라 선언했다. 김 씨는 "이제 진실을 국민과 경찰에게 말하려고 왔다"며 "이제 죽을 각오로 거짓과 싸울 것"이라 말했다.
이어 "이재명 씨가 결정적인 거짓말을 한 자료를 드렸다"며 "변호사님들이 무료로 도와주신다고들 하셔서 변호사님과 추후 입회하에 고소장을 만들어서 정식으로 진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씨는 "상대는 아주 영리한 법조인, 변호사다. 저는 피해자인데 가해자로 둔갑될 순 없었다. 그래서 변호사와 (진술)해야 할 것 같다는 팬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기로 했다"며 조사가 시작된 지 30분 만에 진술을 거부하고 귀가했다.
▶8월 28일-김부선, "김영환 사과 받아들인다"
배우 김부선 씨는 지난 8월 28일 스캔들 논란을 재점화했던 김영환 전 의원의 사과를 받아들이겠다 밝혔다. 김 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영환 전 장관께서 솔직하게 사과하셨네요. 사과 쿨하게 받아들입니다. 잘못된 것 인정하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앞서 김 씨는 지난 8월 24일 "바른미래당 김영환 전 의원은 내게 사실 관계도 묻지 않고 지방선거 토론회에서 폭탄을 던진 후 사과문자와 전화를 며칠간 거부하자, 부인을 집으로 보내 7시간을 만나려고 압박했다"며 김 전 의원을 고소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김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부선 씨가 화내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특히 따님께 죄송한 마음이다. 이번 일로 김부선씨도 이재명 지사와의 악연과 진실을 국민들 앞에 밝히고 새로운 출발을 하길 바란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9월 14일-김부선, 강용석 변호사와 경찰 재출석 "정치인에 이골"
김 씨는 지난 9월 14일 변호사와 함께 분당경찰서에 재출석했다. 이날 김 씨는 강용석 변호사와 함께 등장했다. 그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강 변호사 선임을) 적극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씨는 이"재명 도시사는 짝퉁 참여연대고 강용석 변호사님은 5년 동안 박원순 시장님과 활동한 투쟁가"라며 "적폐를 밝히는 데 진보, 보수가 어딨나. 우리는 정치인들한테 너무 이골이 났다"고 말했다.
▶9월 18일-김부선,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때 연인, 괴물 됐다"
지난 9월 18일 김 씨는 서울남부지법을 방문해 이 지사를 공직선거법과 정보통신망법위반 등 혐의로 고소했다.
강용석 변호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김씨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한때 연인이기도 했던 남자가 권력욕에 똘똘 뭉친 괴물이 됐다. 옛 연인도 권력에 걸림돌이 된다 싶으면 욕하고 내치고 모른 체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지사는 누군가를 시켜 나를 고발했고, 나는 허언증 환자로 몰려 정신적·경제적 손해를 입었다"면서 "이제 그의 거짓말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려고 한다. 대한민국 검찰이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9월 28일-김부선, 이재명 명예훼손으로 고소…손해배상 3억 원 청구
김 씨는 이 지사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한 지 열흘 만에 다시 법원을 찾았다. 그는 지난 9월 28일 오전 서울동부지법에서 이 지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 손배소 비용으로 3억 원을 청구했다.
김 씨는 이 지사가 SNS, 인터뷰 등에서 '허언증 환자', '대마초 상습적으로 피우지 않냐' 등의 발언을 하며 자신의 명예를 실추하고 여배우라는 직업에 큰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한 권력자와의 불행한 만남으로 인해 저희 모녀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며 이 지사가 "재력과 명예에 경기도지사라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다음의 권력을 누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10월 4일-김부선, 남부지검 출석 "이재명, 사과 시기 놓쳤다"
김 씨는 지난 4일 고소인 조사를 위해 서울 남부지검에 출석했다. 앞서 "이제라도 사과한다면 용서하겠다"고 말했던 김 씨는 이날 "이 지사는 이미 나에게 사과할 시기를 놓쳤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김 씨는 "이 지사가 지금의 사태를 자초한 게 안타깝고 비참하다"며 "이 지사가 인간적으로 '그땐 젊었다, 미안하다'고 나에게 사과 전화라도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다"고 했다. 김 씨는 취재진 앞에서 "진실을 밝힐 증거는 넘친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10월 5일-공지영·김부선 '이재명 신체비밀' 통화 유출
지난 5일 작가 공지영 씨와 배우 김부선 씨가 나눈 약 2분간의 통화 내용이 유튜브와 SNS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음성파일에서 김 씨는 "법정에서 최악의 경우에 꺼내려고 했는데, 모 의원이 기자들에게 다 말한 것 같다"며 "(이 지사) 중요 부위에 동그란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공 씨는 "대박이다. 왜냐하면 성추행, 성폭행 사건에서 여자가 승소할 때 관건이 은밀한 몸의 특징을 알고 있는 것"이라 동조했다.
공 씨는 이날 해당 녹취 유출에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도, "선임 물망에 오른 변호인들에게 공유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분당경찰서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10월 16일-이재명, 자진 신체검증…"점 없다" 확인
이 지사는 16일 오후 경기 아주대학병원에서 신체검증을 받으며 김 씨의 증언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피부과·성형외과 전문의 2명이 10여분간 검증한 결과, 병원 측은 '이 지사의 중요 부위에 동그란 점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증에 참여한 의료진은 "녹취록에 언급된 부위에 점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며 "동그란 점이나 레이저 흔적, 수술, 봉합, 절제 흔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이에 대해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으로 도정이 방해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이재명 도지사의 확고한 결심에 따라 진행됐다"며 "자연인 이재명에게는 매우 참담하고 치욕스러운 일"이라 전했다.
이어 "하지만 공인으로서 도지사로서 책무를 다 하고자 검증에 나섰다"며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진 만큼 더 이상 소모적 논란이 모두 불식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용석 변호사는 이 지사의 신체검증을 '생쇼'라 지적하며 공방을 이어갔다. 강 변호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도지사가 박원순이 했던 것과 똑같은 썡쇼를 하려나 보다"라며 "제가 한 번은 당했지만 두 번 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고추점 하나로 하늘을 가리려나 보다"라며 냉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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