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위 파행 속 여야 질타한 심상정, '중재력'과 '유머감각'도 주목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양비론'을 얘기하는데, 우주의 중심이 다 여러분들 중심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하시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가 정회된 사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을 이같이 꾸짖었다. 나 의원이 '양비론(서로 충돌하는 두 의견이 모두 틀렸다고 하는 것)'을 언급했기 때문이었다. 가벼운 분위기 속의 대화였으나 심 의원 말 속에 '뼈'가 있는 듯했다.
이날 국회 기재위는 한국재정정보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감은 정부기관의 예산 세부 내역 등이 담긴 대량의 자료가 국회의원실에 유출된 '심재철 사태'로 인해 파행이 거듭됐다. 여당에선 재정정보원으로부터 고발당한 상태인 심재철 한국당 의원이 감사에 임해선 안 된다며 제척을 요구했다. 이에 한국당이 반발하며 충돌이 일었다.
분위기가 격앙돼 국감이 잠시 정회된 사이 한국당 의원들은 심상정 의원에게 "심 의원이 중재를 좀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나 의원은 웃으며 "근데 심 대표가 양비론으로 하실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를 듣던 심 의원은 "나 의원님, 그런 말씀 하지 말라"며 "여야가 논쟁할 때마다 '양비론'이란 얘기를 하는데 난 내 중심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여러분이 우주의 중심이냐"고 재차 꼬집었다.
심 의원의 말에 여야 의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말로 심 대표를 이길 수가 있나. 바로 태클(반박)이 들어온다"고 감탄했다. 김광림 한국당 의원도 "그럼 심 의원님 중심으로 얘기하시라"고 했고 심 의원도 웃었다.
이날 민주당과 한국당의 끝 없는 공방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심 의원의 존재감은 내내 빛났다. 심 의원은 여야 간에 고성이 오가자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기재위 소속 의원으로서 정말 참담함을 느낀다. 국민들 앞에서 삿대질하고 이래서야 되겠냐"고 질타했다. 심 의원의 지적에 여야 의원들은 민망한 듯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어 심 의원은 정성호 기재위원장을 향해 "의사진행발언을 더 진행하지 말고 정회하자"고 제안하며 중재했다.
차갑게 얼어붙은 분위기가 심 의원의 농담 한마디로 순식간에 녹아내리기도 했다. 여야 공방 중 흥분한 심재철 의원을 같은 당 의원들이 "심 의원, 그만하시라"고 말리자 옆에 있던 심상정 의원은 "이름을 불러 달라. 심 의원이 여기 많다"고 말했다. 이에 조금 전까지 고성이 오가던 국감장엔 순간 폭소가 터졌다.
권성동 의원이 "이 와중에 조크(Joke, 농담)를 하고 싶나"라고 하자 심 의원은 웃으며 "너무 시끄럽다. 정신건강에 지장이 많다"고 말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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